어느덧 1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내일이 동지(冬至)라고...
팥을 삶고 있었더니 집안은 온통 팥 삶는 냄새가 맛있게 느껴졌다.
평소에 팥귀신이라고 할 만큼 팥으로 된 음식을 좋아해서인지
팥 냄새만 맡아도 마음 까지 즐겁고 흐뭇해진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걷기운동을 끝내고 재래시장을 지나다보니 벌써 부터 팥죽 집 앞에는
팥죽을 사려고 줄서는 사람들 까지 있었으나
아무리 팥죽을 좋아한다고 한들 사다먹는 것은 무조건 싫어서
팥죽을 쑤려고 팥을 삶고 있는데
동지날인 내일 아침에는 알바를 가기 때문에 바쁠 것 같아서
오늘 미리 팥을 푹 무르게 삶아놔야 했었다.
이런저런 일로 집 주변에서는 김장하는 순번이 명예롭게도 꼴등을 했다.
알게모르게 마음고생, 몸 고생을 하면서 김장을 끝내고 나니까
일단은 속이 후련했고, 앓던 이가 빠진듯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김장 때문에 며칠동안 은근히 바빠서 미뤄놨던 걷기를 하려고 길을 나섰다가
아직도 이곳은 만추 풍경이 예쁘게 펼쳐지는 곳이라서
어디로 가면 좋은 곳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기장 옛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그 주변을 서성거리게 되었다.
*기장옛길은 삼국시대 부터 근대기 까지
기장읍성에서 부터 동래와 양산 울산 경주 방면으로 통하는 관로였고
기장읍의 내륙 관문이라고 했다.
오늘이 12월 20일이고
내일은 동지였다.
겨울도 한복판으로 접어들고 있건만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신기할 만큼 꽃들이 계속 피고 있었다.
개모밀 덩굴은 5~6월에 꽃이 피건만
12월에도 아주 예쁜 모습이다.
개모밀 덩굴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와 아시아에 분포하는데
원산지는 '인도차이나반도'라고 했다.
꽃말은 '존엄, 순결'이다.
찔레장미꽃이 참 예쁘게 피고 있는
지금은 12월 중순이다.
찔레장미꽃 옆의
국화꽃은 사그러들고 있건만
붉은 찔레장미 꽃은 탐스럽기만 했다.
아주 화사한 모습의 국화꽃도
이제서 새롭게 피고 있는듯...
앞으로 한달 정도는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장 옛길 주변에는
허름하고 오래된 집들이 많았다.
그 나름의 운치가 있어서인지
아주 가끔씩 이곳을 서성이는 것을 좋아한다.
창문 옆으로 벽을 타고 뻗어가는
담쟁이 넝쿨의 은근한 아름다움에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주 높은 축대 위에 우뚝 솟은듯한
가시가 다닥다닥 붙은
엄나무의 나목이 참으로 멋져보였다.
기와지붕 옆으로 겨울새들의 먹거리인
작은 감들이 아직도 튼실하게 붙어 있었다.
마음 좋은 집주인의 배려로
겨울새들은 배고프지는 않을 것 같다.
기장읍성 남문쪽의
우뚝 서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을 알 수 없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려고
벼르고 별렀는데 아쉽게도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은행 잎을 보게 되었다.
허물어져가는 기장읍성의 성곽이
은행나무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기장읍성 옆의 장관청은
기장현 소속 군관들의 집무소라고 했다.
그곳 담장 옆에 서있는 회화나무가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기장 동부리 장관청 앞의 회화나무는
부산 광역시 지정기념물 58호"였다.
우체국 뜰앞에 핀 애기동백나무가
예쁜 크리마스 츄리 처럼 보여졌다.
기장성당을 지나서
기장 시장으로 가는 길은
노란 은행나무로
멋진 만추를 생각나게 하는데...
오늘 날짜는 분명 12월 20일이다.
곧 크리스마스가 닥아오는 계절이다.
기장 옛길의 어느 옷가게 소품샵이라고 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그러잖아도 호기심이 있어서 들여다보는데
유리창에 써있는 글귀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양철 기와에 떨어지는 빗소리
집 앞 폐가의 스산한 바람소리
느릿한 고양이의 게으른 소리
다시 돌아오는 이의 발걸음 소리
그곳에서
쉬엄 쉬엄 살라고 품어주는 한옥
꿈꾸는 한옥....
*소품을 파는 옷가게의 간판은 '꿈꾸는 한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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