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의 기가막힌 풍경들

nami2 2024. 11. 11. 22:41

제법 싸늘한 날씨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기에

이제는 전형적인 늦가을 기온이 되는 것인가 기대해봤더니
또 언제 그랬냐는듯이 기온이 높아져서 또다시 얇은 옷을 입어야 했었다.
늦가을의 기온은 여전히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못하는 것이 우습지도 않았다.

요즘은 텃밭에서 그다지 할 일이 없었기에 오랜만에 밭으로 가봤다.
하루에 한번씩은 할 일이 없더라도 밭에 가서 채소를 살펴봐야 하건만
아침 날씨가 싸늘하다는 이유로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건너 뛸 때가 많았다.

이런저런 일로 5일만에 텃밭에 나가봤더니 어이없게도 황당한 일이 생겼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동안 고라니 때문에 피가 마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고라니 보다  더 못된 짐승 같은 인간이 있었다.
어렵사리 잘 키워놓은 채소들을 뻔뻔하게 뽑아가는 못된 손목아지!
진짜 기가막히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우리밭에서는 잘 키워놓은 가장 크고 좋은 무우를 뽑아갔었고
텃밭지기의 옆 밭에는 잘키워서 먹음직스런 총각무우를 몽땅 뽑아갔다.
얼마나 기가 막히고 허망했는지?
그 채소로 김치 담가 먹다가 큰 탈이나 생기라고 악담을 하며 성질을 내봤으나
그런다고 뽑아간 채소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절대 아니어서 더욱 화가났다.

잘키운 총각무우를 맛있게 김치 담궈서 나눔 할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 하는
텃밭지기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 것인지도 막막했었고
배추 무우 ...등등 김장채소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지도 답답하기만 했었다.
요즘은  텃밭으로 다니면서 김장 채소들을 훔쳐가는 일이 많다고 했지만
우리가 농사짓는 주말농장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이 진짜 황당하기만 했다.

오늘은 늦가을 11월 11일 흔히 말하는 빼빼로데이...
그런 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11월 11일이면 중순이 다가오는데
텃밭에는 봉숭화꽃이 또 새롭게 피고 있었다.

쪽파 밭을 뒤덮기라도 하듯
노란 국화는 짙은 국화 향기와 함께
텃밭을 더욱 화사하게 했다.

그 옆에서 '해국'도 덩달아 피고 있었다.

해국과 국화꽃을 살펴보다가
문득 밭을 쳐다보니
상추 감옥이 눈에 띄어 웃음이 나왔다.
고라니 때문에 만들어 놓은 상추 감옥...

그 앞에는 고라니 똥이 흔적을 남겼다.
아무리 쳐다봐도 뜯어먹을 수 없다는
고라니 한숨이 들리는 것 같았다.

지난 9월초 부터 갇혀있는 아욱도
역시 자유롭지는 못한 것은
순전히 고라니 때문이었다.

이 상추는 요즘 내가 맛있게
뜯어먹고 있는 상추였다.

아마도 이런 그물망이 없었다면
상추는 모두 고라니 먹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의 입속으로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고라니를 위한 농사가 되지 않았을까?
한심스런 풍경일뿐이었다.

텃밭에 들어가면서 웃음이 나왔다.
우리 옆의 텃밭지기 밭인데
고라니가 상추를 너무 뜯어먹어서
검은 비닐로 상추 집을 만들어놨다고 한다.

우리 주말농장의 텃밭지기들은 모두 7명인데
7명의 고라니 툇치법은 아주 다양했다.
그러나 고라니는 이렇게 해도 되겠지만...
짐승같은 인간의 손버릇은 어떻게 해야할지?

서리가 내릴 무렵의 늦가을에
호박이 한개 매달려서 자라고 있었다.
며칠만 더 있으면 호박을 따먹게 될 것 같았다.

쪽파 밭속의 상추...
이것도 고라니 때문이다.
이렇게나마 심어놨더니 역시...
고라니는 쪽파속의 상추는 뜯어먹지 않았다.

아무리 먹음직스럽게  잘자라도
고라니가 입을 대지 않는 갓종류이다.
청갓과 자색 갓은 절대로 고라니가
먹지 않는 채소였기에 맘놓고 키운다.

시금치도 어느 정도 자라면
비닐을 덮어야 한다.
시금치는 월동채소였기에 추운 겨울에
고라니가 맘놓고 뜯어먹는 채소였다.

고라니가 절대로 먹지않는 부추...
날씨는 쌀쌀해도 먹음직스럽게 크고 있다.

배추는 지금 뽑아서 김치 담가도 된다.
그러나 영하 5도가 될 때 까지
밭에 그냥 놔둬야 더욱 맛있어진다고 하는데
짐승 같은 인간의 손버릇이 두려워진다.

아직 무우 뽑을 시기는 아닌데
일부러  무우를 뽑았다.

 

이렇게 큰 무우만 골라서
어떤 못된 인간이 뽑아 갔었기에
이것이라도 지키고 싶어서
뽑아서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대파 쪽파 부추를 뜯으러
밭에 갔다가 도둑 맞은 것을 알았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멍...

어떻게 도둑을 잡을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텃밭지기들은 모두 황당+긴장이다.

 

이 정도의 큰 무우는 시장에서 4,000원이었다.

우리밭의 무우는 더 키우려고 보물 처럼 아끼면서

시장에서 무우를 사다먹었는데...

 

그 4,000원이 아까워서 남의 밭에 들어가서
농사 지어놓은 무우를 뽑아간다는 것...
어찌 그럴수가 있었는가?
화가났고, 어이가 없었고 그냥 황당했다.

 

이 무우 마져도 못된 짐승 같은 인간에게

또 도둑맞을까봐 뽑아다기 냉장고 보관...
그것도 할 짓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밭에서는 대파, 쪽파, 부추는

뽑아가지 않았음이 다행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화가 풀어지지 않는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끝자락의 텃밭에서  (33) 2024.11.29
진짜 추운날 텃밭에서  (18) 2024.11.18
싸늘한 가을날 텃밭에서  (12) 2024.11.06
10월 마지막날, 텃밭에서  (16) 2024.10.31
쑥부쟁이꽃이 예쁜 가을 텃밭  (13)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