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싸늘한 가을날 텃밭에서

nami2 2024. 11. 6. 22:04

덥다고, 가을이 아직 멀었냐고 의아해 하면서

그동안 계속해서 얇은 옷과 반팔을 입고 다니던 이곳이었건만
어느새 내일이 입동이라고 한다.

24절기 중 열아홉번째 절기인 입동(立冬)은 이 무렵 부터는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어든다는데...

입동을 하루 앞둔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아침 기온은 8도였다.
그래도 낮 기온은 17도였기에 그다지 추운 날은 아니라고 했으나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너무 심한 것을 보면
어찌되었든 확실하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았다.

날씨가 춥다고 느껴지는 오전 8시쯤 텃밭에 나가봤으나
텃밭에는 날씨와는 전혀 상관없이  모두들 잘 살아가고 있는듯 했다.
가을 채소들도 그렇고, 텃밭에서 함께 꽃을 피우고 있는 식물들도 여전했다.

그동안 텃밭 한켠에서

꽃봉오리만 보여주던 대국(大菊)이
화사한 모습으로 꽃을 피워주고 있었다.

대국과 소국....텃밭의 국화들은
어쩌다가 노란꽃만 피우게 했었는지는 모르나
그래도 국화향기기 가득한 텃밭인 것이
흐뭇하기만 했다.

비록 쪽파 밭을 뒤덮은 대국이지만
어떤 것 하나도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가을날을 함께 하기를 바랄뿐이다.

부지깽이 나물 꽃도
가을이 깊어갈수록 더욱 화사해졌다.

텃밭의 꽃들은 날씨가 추워지거나말거나
변함 없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코스모스, 봉숭화, 맨드라미, 호박꽃 까지도..

 

텃밭에서 이미 사그라졌는줄 알았던
박 넝쿨에서 마지막 선물을 남겨놓았다.
더 늙지도 않고 더 어리지도 않은...

식용박이 딱 알맞게 먹음직스러웠다.
이 늦가을에 '소고기 박국'을 먹는다는 것이
그냥 웃음이 나왔다.  

날씨가 추워도 텃밭의 아욱은 싱싱했다.
가을에 먹으면 더 맛있다는 ...
아욱국도 곧 끓여먹게 되어서
국 복이 터진 것이 아닐까 웃어봤다.

그런데 오늘 아침 텃밭에서
따가지고 왔던 가지의 꼬라지가 이러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어이가 없었지만, 버리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가지를 말리기로 했다.

흉물스런 모습들을 긁어내니까
이런 모습으로 껍질 속은 깨끗했다.

그래서 햇볕 좋은 가을 날씨에
하루 정도면

잘 마르지 않을까 해서 얇게 썰었다.

창문 밖의 베란다 난간에
채반을 끈으로 묶어서 고정 시킨 후
널어놨더니 진짜 잘 마를 것 같았다.

베란다 밖의 공기는 너무 좋고
바람도 적당하게 불어주니까
가지를 널어놓고

그다지 큰 염려는 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흉물스런 가지가 된 것인지?

그래도 멋지게 변신을 했다.

 

요럴 정도로 깨끗하게  말랐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한겨울에 가지 생각나면

볶아 먹게 될 마른 가지나물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인데...
햇볕 좋은 화창한 가을 날씨에

딱 하루 말렸던 흉물스런 가지의 모습은 대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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