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서 날씨는 점점 싸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른 아침에 내려진 찬이슬도
옷깃에 스치기만 하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차거웠다.
텃밭에 심어놓은 국화의 소국과 대국의 꽃봉오리가 제법 커져가는 것도
점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처럼 보여졌다.
조금 날씨가 싸늘하다고 하여 집안에 박혀있으면 득이 될 것이 없었기에
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 숙제로 내준 하루 만보 걸음을 핑계로
오늘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은채 열심히 걷는 연습을 해봤다.
살고 있는 곳이 읍 소재지라서인지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감들이 붉게 익어간다는 것이 쓸쓸해지는 가을 분위기와 딱 맞는 것 같았다.
감이 익어가는 예쁜 풍경...
감나무를 보면 올해는 지난해 보다 유난히 감들이 다닥다닥이었다.
감의 '해갈이'라는 말이 딱 맞는듯 했다.
지난해에는 감나무의 감들이 띄엄띄엄 그저 아쉬울 만큼 매달렸었는데
올해는 가는 곳마다 감 풍년이라는 것이 느껴지면서 풍성함이 진짜 보기좋았다.
기장 읍성 주변은 개발되지 않은채
옛모습 그대로인 곳이 제법 있었다.
아주 가끔은 걷기운동으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을때는
기장 읍성 주변을 배회하듯 돌아다녀본다.
그곳은 유난스럽게 감나무가 많은 곳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감홍시를 좋아한듯...
집집마다, 집 뒷곁에는 반드시 감나무가 있었다.
그것도 떫은 땡감나무였다.
읍성 주변 감나무는 100% 땡감나무 (떫은감)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가 추워질수록
나무에서 홍시가 되는 모습도 눈요기가 되었다.
진짜 먹음직스런 풍경에 자꾸 쳐다보게 된다.
감이 익어가는 풍경일 때는
하늘도 바탕색을 받쳐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봤다.
파란 하늘이 너무 예뻐 보였다.
감 효능은....
포도당과 비타민C, 비타민A가 풍부하여
숙취해소와 노화방지, 눈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단감보다는 떫은감(땡감)이
추위에 강하기 때문인지
날씨가 추워져도 나무에서 오래도록
매달려 있는 것 처럼 보여졌다.
한옥 그리고 붉은 감...
누군가 그려놓은 그림처럼 예뻤다.
얼마나 오래된 감나무인지?
정말 커다란 감나무는 기장 읍성 옆
허무러져가는 담장 옆에 우뚝 서있었다.
아직은 홍시가 되려면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듯 했다.
감나무의 잎사귀들이 푸른색이었기 때문...
땡감(떫은감)을 잘못 먹으면
목이 메이는 수가 있다는데
이럴때에는 생된장을 먹으면 낫는다는
민간요법이 있다고 한다.
어느 주택가 골목길은 감나무가 휘어져서
걷는 것도 재미있었다.
땅에 떨어진 땡감을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5일 정도 되면
말랑말랑한 연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봤다.
미친척,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서서
감나무의 감이 몇개나 되는가?
갯수를 세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몇 백개....
어느집 마당가에 서있는 감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나무잎이 모두 간 곳 없이 사라진
앙상한 감나무의 감들은
겨울날의 나목처럼 더욱 멋져보였다.
아직은 덜 익었기 때문인지
직박구리 새나 까치는 보이지 않았다.
말랑거리는 홍시가 되어가는 초겨울에는
겨울새들의 잔치가 시작되는데...
새들도 떫은 감은 좋아하지 않나보다.
어느집 마당가의 땡감나무 붉은감이
그림 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홍시가 된 것이 제법 눈에 보여졌다.
홍시나 곶감은 대부분 떫은감으로
만들기 때문에
홍시나 곶감을 한번에 많이 먹게되면
많은 양의 탄닌을 섭취하게 되는데...
감 속에 많이 들어있는 탄닌 경우
과다섭취 하면 소화를 할 수 없을뿐더러
변비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홍시나 곶감은
하루에 1~2개 정도는 괜찮지만
5~10개 정도는 변비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까 감나무에서
홍시가 되어가는 모습이 제법 보였다.
기장 읍성 주변에는 허름한 한옥들이 몇채 있었는데
이곳에는 다른 나무들 보다는 유난히 감나무가 많이 보여졌다.
특히 떫은 감나무(땡감)가 많았던 이유는
옛날 사람들은 곶감과 홍시 때문에
땡감나무들을 많이 심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이든지 시골 동네일수록 감나무가 많이 보였지만
들판에서 재배하는 감들은 거의 단감이었으며
단감은 어느새 수확이 거의 끝나 있었다.
그래서 오래도록 예쁘게 보여지는 감나무의 감들은
겨울새들과 함께 나눠먹는 땡감나무가 지천이어서
꽃보다 더 예쁜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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