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올해는 초가을에 피는 꽃들이 모두 숨죽이고 있다가
9월이 훨씬 지나서 꽃이 피는 녀석들이 많았다.
그 모두가 폭염 때문이라고 핀잔을 줘야 하는 것인지?
9월 끝자락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는 어쩔수없이
초가을에 피는 꽃들이 이제서라도 피고 있다는 것은 폭염 덕택인지
어째튼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지긋지긋했던 폭염의 9월은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꽃 필 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던 꽃무릇들을 9월 끝자락에 보게 되니까
그저 고맙다는 생각뿐이라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또다른 10월 태풍 때문에 내일 부터는 기온이 내려간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오늘 한낮 기온이 28도였는데,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내려가겠나 했는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섭섭하기도 했다.
그래도 조금은 선선해진 가을 바람 덕분에 걷기운동 하는 것이 나쁘진 않았다.
초가을에 꽃이 피는 식물들이 폭염 때문에 땅속에서 꼭꼭 숨어지내다가
밀린 숙제 하듯, 늦으막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해마다 초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꽃무릇 피던 곳에 올해는 아무리 기다려도 꽃 소식이 없었다.
꽃무릇이 피던 뜰앞의 땅 위을 쳐다보면서...
죽었니, 살았니 노크를 해봤지만 아무런 꽃소식이 없었기에
일부러 물도 주고, 풀도 뽑아주면서 내년에 보자고 포기를 했었는데...
어느날 생각치도 않게, 꽃대 올린 모습을 보인 꽃무릇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날 이후로 곳곳에서 하나 둘 예쁜 풍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알바하는 곳의 뜰앞에 핀 꽃무릇은
해마다 정성을 들이면서 키운 녀석인데..
올해는 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일주일 마다 가는 곳이라서 큰 정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보살폈다.
9월 내내 꽃소식이 없기에 죽었니, 살았니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뜰앞의 꽃무릇 필 곳만 바라보았다.
그곳의 꽃무릇은 해마다 3송이 꽃을 피웠는데
올해는 늦으막하게 꽃대가 나오면서
9송이로 새끼를 쳐서 어느날 땅위로 불쑥 올라왔다.
그것도 9월 21일 꽃대를 올렸다고해서 반가워 했는데
한꺼번에 9송이가
몽땅 꽃을 피웠다는 소식을 그곳 지인이 전해주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일년 내내 정성 들인 보람이 있었다.
텃밭에도 꽃무릇을 심어놨더니
이녀석들도 같은 시기인
9월 22일 쯤 꽃대를 올렸는데
역시 한꺼번에 꽃을 피웠다는 것이 신기했다.
꽃이 먼저 피고, 늦게 피는 것이 없이
한꺼번에 몽땅 핀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텃밭 주변의 지인집 마당가에도 역시
꽃무릇은 전혀 꽃 필소식이 없다가
한꺼번에 꽃이 피었다고 했다.
올해는 먼곳 까지 일부러
꽃무릇을 보러 갈 필요 없이
집 주변에서 꽃이 피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꽃무릇의 꽃말은
슬픈 추억, 잃어버린 기억이라고 하는데
꽃무릇에 대해서는 여러 종류의 꽃말들이
너무 많아서
그 중에서 가장 괜찮은 것으로 골라봤다.
꽃무릇 (石蒜)은
흔히 상사화라고 부른다는데...
그것은 전혀 틀리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꽃무릇에 석산(石蒜)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은 것 같았다.
아파트 현관 앞에 핀 꽃무릇
꽃무릇은 유독성의 다년생 구근식물로
봄에 심어서
9월~10월인 가을에 꽃이 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절 주변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꽃의 전분을 이용하여 풀을 쑤어
탱화 등 불화를 그리는데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핑크뮬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돼지감자(뚱딴지)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는데...
주말농장(텃밭)마다 사람들이
돼지감자를 많이 심다보니까
들판은 온통 노란꽃이 지천이다.
산책을 하면서 숲길을 지나다보니
싸리나무꽃이 제법 눈에 띄었다.
예쁜 꽃이지만
사진을 잘못 찍었다는 것이 실수...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후줄근하게 피던
낭아초 꽃도 선선한 가을이 되니까
진짜 예뻐보였다.
칡꽃은 7월에서 8월 까지 피는 꽃이건만
9월 끝자락인데도
칡꽃은 여전히 예쁘게 피고 있었다.
칡꽃의 꽃색깔은 예뻤으나
벌레와 거미들이
꽃 형태를 망가뜨리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했다.
그래도 숲길에서 칡꽃 향기는 진짜 달콤했다.
꽃향기 때문에 이곳 저곳 기웃거렸더니
아직도 군락을 이루고 있는 칡꽃이 많았다.
우리 텃밭의 대추나무 밑에
인디안감자(아피오스)를 심었더니
그 덩쿨이 대추나무를 휘감았다.
대추가 주렁주렁 달려있지만
대추는 보이지 않고
인디안감자꽃만 주렁주렁이다.
칡꽃과 인디언감자(아피오스)꽃이
비슷하다고 느껴왔는데
칡꽃과 함께 사진을 놓고 비교해보니까
향기도 그다지 없는 인디안감자(아피오스)꽃은
칡꽃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그저그랬다.
그래도
주렁주렁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은 재미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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