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폭염 후 물속에 잠긴 텃밭

nami2 2024. 9. 23. 22:42

추석명절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폭염이었고 견딜 수 없는 불볕이었다.
기온은 끔찍한 낮기온 34~36도!!

14호 태풍은 중국으로 가면서 약하게 소멸될 것이라는 정보에 의해
이번에도 태풍은 우리나라를 또 비켜갈줄 알았다.
태풍이 한번 정도는 다녀가면서 바닷물을 뒤집어놔야 열기가 식을텐데...
태풍이 비켜간다는 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절망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물폭탄이라는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곧바로 중국으로 가던 태풍이 살짝 우리나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방향을 틀은 남해안쪽은 거의 침수피해...진짜 날벼락이었다.
더구나 물난리를 겪는 동안 기온은 끝도 없이 계속 내려갔다.
밤과 낮의 구분없이 하루종일의 기온은 23~20도 까지 계속 변화를 주었다.
너무 뜨겁기만 하다가 시원해지니까

우선 살 것 같다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속에는 나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비가 너무 쏟아져서 감당이 안되니까

그동안 뜨거운 불볕에 사람을 볶아 먹으려고 하더니 이번에는

물귀신을 만들려고 작정했다는 사람들의 투덜거림에 웃음도 나왔다.

주말 하루종일(24시간) 내린 비는 올 여름 내내 내린 비의 강수량보다
더 많이 내렸다면 누가 믿겠냐만은 진짜 거짓말 보태지 않은 사실이었다.
무섭게 쏟아져 내리는 폭우는 이곳저곳을 침수되게 만들었고
부산 도심에서 울산 까지 가는 동해남부선 전철도 멈춰서게 했다.

폭염속의 불지옥에서 곧바로 물지옥으로 바뀐 세상은...
그리고나서 오늘 기온은 하루종일 18~19도에 머물렀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덥다'였는데 이제는 '춥다'로 바뀐 간사한 세상
쟈켓을 껴입고 걷기운동을 2시간 넘게 했어도 땀이 흐르지 않는 9월 중순인데...

텃밭 역시 물에 잠겨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 틈새를 노린  고라니
그나마 멀쩡한 채소들을 밭마다 돌아다니면서 배부르게 먹은 어이없는 현실에
우리 주말농장 텃밭지기들은 화가나서 팔팔 뛰고 욕을 퍼부어도
고라니는 내일 새벽에도 식사를 하러 또다시 텃밭을 다녀갈 것이다.

물받이 물통들은 가득 가득 맑은 빗물이 받아져서 좋았지만
밭마다 이상한 몰골이 되어버린  채소들을 보며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나마 꽃이 피고 있는 것을 보니까
마음만이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것 같았다.

우선 입구의 쪽파 밭은 멀쩡했다.

그동안은 가뭄과 폭염 때문에

쪽파를 심어놨어도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폭염에서 벗어나 빗물을 흠뻑 먹으니까
제법 예쁜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다.

그다음 둘러보러 간 곳은 배추밭이었다.
물속에 잠겨 있다가
물이 빠져나간 흔적이 보였다.
아직은 정신을 못차린 모습이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고라니 때문에 그물망이 씌워진 상추도
널부러진 상태로 빗물에 상처가 많이 났으나
그런대로 며칠 지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매운 고추밭 옆의 무우밭은 물속에는 잠겼으나
밭이 마른 후
손질을 잘해주면 손해는 없을 것 같았고
고라니도
매운 땡초밭 옆이라서 다녀간 흔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고라니가
두번이나 다녀갔던 무우 밭인데...
먹어치운 무우  잎사귀가 제법 자라니까
오늘 아침에 또 먹고 갔다.
그래서  무우 밭을 지지대 감옥에 가둬놨다.

가지밭 옆에도 예쁘게 자라고 있는
자색 무우인데...
몸에 좋다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잎이 자라기만 하면 수시로 와서 뜯어먹는다.
이곳도 역시 지지대로 감옥을 만들어놨다.

폭염속에서도 잘 키워놓은 아욱인데...
사람이 뜯어다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아욱잎을 고라니가 모두 뜯어먹었다.

 

남아 있는 것은 어린잎뿐인데
어린 잎이 클 때를 기다렸다가 뜯어먹는

고라니의 그 영악함은
정말 옆에 있다면 몽둥이 찜질 하고 싶어졌다.

비가 내려서 먹을 것이 마땅치 않으니까
그물망이 허술한 곳으로 들어와서
이렇게 모두 아작을 내놓고 가는 고라니를
어떻게 해야할지 진짜 미칠노릇이다.

아욱 밭 역시 지지대로 감옥을 만들어놨다.
고라니를 위한 텃밭농사는

절대로 말도 안된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

비가 많이 내리니까
텃밭 한켠에서 꽃이피었다가 지고 없는 곳에
또 애기범부채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흰꽃 나도 사프란도 빗물이 좋았나보다.
물에 잠기고, 고라니에게 채소를 뺏겨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텃밭에서
엄청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심한 폭염과 가뭄에 꽃을 제대로 못피운
흰꽃 나도 사프란은 빗물 때문에 살판 난 것 같았다.
꽃을 너무 예쁘게 피워줘서 고맙기만 했다.

흰색 나도사프란의 꽃말은
즐거움, 지나간 행복'이며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이다.

더이상 수확 할 것이 없는 것 같은 텃밭인데
그래도 밭에 가면 절대로 빈손으로 보내지는 않는 것 같다.
찬바람이 불면 가지와 호박이 제대로 맛있어진다는데
맛이 있을런지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뒷전이다.

물속에 잠겼던 밭이 어느 정도 마르면
우선적으로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고라니 때려잡을 생각은 굴뚝 같지만
이렇다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크나큰 고민꺼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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