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는 물 한방울이 엄청 귀한 존재라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으면 빗물을 받아놓기 위해서
우선 물 받을 그릇 부터 여러개 내놓게 된다.
오랫만에 내린 단비였고, 아침 부터 몇시간 동안 내린 비였으니까
어느 정도는 물이 받아졌겠지 하면서 기대를 걸어봤던 결과는
정말 야쿠르트 1병 정도의 빗물...내 짐작이 맞았다.
그러나 많이 내렸을 것이라는 큰 기대는 그냥 꽝이었다.
하늘이 하는 일을 내가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고
추석 전 후로 많이 바쁠 것 같아서 알타리무우를 심으려고 밭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쬐끔 내린 비였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삽질을 하기에는 편안할 정도로 땅이 부드러웠다.
그렇지만 오전 7시의 날씨는 너무 무더웠고 바람도 없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온이 그렇거나 말거나 해야겠다는 생각인데
죽을 것 같은 힘겨움은 고갈된 내 체력이 아니라
끝도 없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무더위라는 것이 몸살나게 만들었다.
9월20일쯤 알타리무우 씨를 뿌리려면 오늘 밭 만들기를 끝내야 했다.
왜냐하면 내일 부터는 당분간 바빠서 텃밭에 나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째튼 텃밭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우선 마음은 편안했다.
모종한 배추밭에 벌레가 뜯어먹던지 말던지 일단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얼마나 무더위가 지긋지긋 했으면 그럴까, 내가 생각해도 더위는 끔찍했다.
요즘 텃밭 주변에는 요상하게 생긴 풀꽃이
제법 많이 피고 있었다.
알고보니 잡초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 풀은
우리몸에 아주 유용한 약재가 되는
한해살이 풀 한련초였다.
한련초는 지혈제로 사용하며,특히 혈분 치료에 쓰고 있다.
한련초의 꽃말은 '애국심, 승리'였다.
분명 계절은 가을이었고
들판에 피고 있는 꽃들도 모두 가을꽃인데
어찌하여 늘 31도의 무더운 기온인지?
여우콩 꽂은 들여다볼수록 예뻤다,
여우콩 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아침 부터 날씨가 너무 더웠지만
밭 만들기가 시급해서 삽질을 하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힘들어서
물을 마시며 잠시 쉬고 있었다.
배초향(방아)꽃이 예쁘게 핀 곳에
나비들이 엄청 많이 날아들었다.
한 두마리 정도라면 그냥 모른척 했는데
셀 수없이 많은 나비들이
꽃을 찾는 것인지, 꿀을 찾는 것인지?
결국은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호랑나비가 가장 먼저 사진 모델이 되었다.
호랑나비는 북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한다.
조금은 무섭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검은 색 나비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나풀 나풀 정신을 빼놓을 만큼 날아다니는데
아마도 꽃속의 꿀을 먹는 것 같았다.
나비의 이름은 '긴꼬리제비나비'였다.
긴꼬리나비제비는 나비목의
호랑나비과에 속하는 곤충이라고 한다.
꽃속의 꿀을 좋아 하는 것인지?
혼자 앉아 있는 내 앞으로 10 마리 정도가
나풀거리고 다니니까, 무섭기도 했다.
이 녀석은 암끝 검은 표범나비인데
배추 밭에 알을 까놓는 흰나비 보다는
그래도 덜 밉상이었다.
이 나비도 요즘 텃밭에 엄청 많은 나비였다.
추석 명절에 전을 부치려고
가지나무와 호박넝쿨 속을 뒤져봤더니
이런 녀석들이 숨어 있었다.
그런데 가지는 무조건 예쁘게 생겼으나
넝쿨이 울타리쪽으로 뻗는 호박은 예쁘게 생겼지만
넝쿨이 나무 위로 뻗어가는 호박은 또 이렇게 못난이가 되어 있었다.
어찌해서 울퉁불퉁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요즘처럼 무덥고 가뭄이 심한 계절에는 엄청 귀한 존재들인데도
못생긴 호박은 왜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
그래도 새우젓 넣고, 호박찌개 끓였더니 맛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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