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폭염속의 텃밭 가꾸기

nami2 2024. 9. 13. 22:43

곧 추석이 다가오니까 혹시 하늘도 이제는 선선함으로 배려를 해주지 않을까?
황당한 나의 바램이 우습게 여겨질지 모르나 오죽하면 이럴까 기가 막혔다.
진짜 이런 초가을, 이런 추석이 언제 있었나... 끔찍한 폭염은 계속되었다.

예전에는 추석 장을 보기위해 이곳 저곳으로 돌아다니면  그냥 즐겁기만 했었는데
올해는 무더위가 아닌 폭염(34도) 때문에 진짜 감당 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그나마 고마울 것인데...
야속하게도 한밤중 까지 바람이 없는 폭염은 계속된다는 것이 기가막혔다.

추석 음식할 때 필요해서 이른 아침 부터 부추와 쪽파를 뜯으러 텃밭에 갔었다.
또, 추석 전 후로 많이 바쁠 것 같아서
텃밭 점검도 할겸 갔었더니 진짜 어이없을 만큼 황당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벌레들이 기승을 떨며 사람을 어이없게 하더니
이제는 고라니 까지 미친 짓으로 한몫을 했다.

그동안 더위에 지쳐가면서 애쓰게 가꿔놓은 김장 무우를

한순간에 망쳐놨다는 것이 너무 기가 막혀서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그것만이 정답인듯
어찌 그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인지?
이런 저런 자연의 횡포에 그래도 인간은 참아야 한다는 것이 서럽기만 했다.

이른 아침 6시 30분에 텃밭으로 갈 때는
그냥 기분이 좋았었다.

 

무궁화꽃이 일렬로 줄을 맞춰서
꽃이 피고 있었다는 것도 재미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아침 일찍 줄을 맞춰서
꽃이 핀 무궁화가 왜 그렇게 예뻐보였는지?

텃밭은 이른 아침 6시30분인데도 
너무 더웠기에 쪽파와 부추를 뜯어서
얼른 집으로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쪽파를 다듬다보니

무언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냥 그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예쁘게 잘 자라고 있는 가을무우 였기에
대충 어린 무우를 솎아서
추석에 나물을 하려고 했던 내 마음을 고라니는 어찌 알았는지 ?

무우밭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기보다는
18일 정도 자란 무우를 아예 몽땅 먹어버리고 갔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뿌리째 뽑아놓은 것을
그래도 아까워서 대충 심어놨지만
오늘같은 폭염에  살아남지 못할 것은 뻔한일이다.
진짜 이래도 되는 것인가?
소리지르며 발광이라고 하고 싶었다.

당근 밭에도 고라니는 입을 댔다.
조금 자라고 있는 당근 잎이 예뻐서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즐거움이었는데
그 어린 것들을 골라가면서 먹어치웠다.

상추를 예쁘게 가꿔서 뜯어먹는 즐거움인데
상추를 그물망 속에서
가둬놓고 키우는 이유도 고라니 때문이었다.

양상추가 제법 예쁘게 크고 있었기에
고라니가 매일 같이 찾아와서
호시탐탐 노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럴수록 더 꽁꽁 숨겨놓고 키우는 상추인데
이번에는 무우밭을 완전하게 망쳐놓고 갔다.

우리밭 뿐만 아니라 같이 텃밭을 하는
주말농장 텃밭지기들의 밭에도 당근잎과 무우를
몽땅 먹어치웠다는 속상한 이야기를 했지만
방법은 없었다.
추석이 지나면, 무우씨를
다시 뿌려야 한다는 것이 숙제일뿐이다.
큰 무우는 뽑아먹지 못하더라도
동치미 무우 정도는 다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서로를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추석에 쓰려고 심어놓은 쪽파는
그런대로 쓸만해서 듬성 듬성 뽑아냈다.

배추  모종을 심은지 일주일째
그래도 벌레약을 쳤던 결과는 양호했다.
혹시 고라니가 배추도 먹을까봐
오늘 또 약을 쳐놨다.
약을 친 배추를 뜯어먹고  죽던말던...

지난번에 벌레가 갉아먹었던 배추는
다행히 성장점이 망가지지 않아서
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오늘 딱 일주일째
이 정도면 물 잘 주고, 벌레 잘 잡아주면
크는데는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추석 차례상에 올릴 부추전을 할 것인데...

오늘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니
시금치 나물을 하려면  2단은 필요 할 만큼의
아주 얇은 시금치 1단이 9,800원이었다.
그래서 시금치 대신 미나리를 샀지만
부추 1단 값도 만만치는 않았다.

날씨는 지독한 폭염에 가뭄도 계속되건만
들판에는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메뚜기가 날아다니는 황금들판인데...
폭염의 날들은 언제쯤 끝날 것인지?
기가막힌 시간들이 그냥 빨리 지나가길 바랄뿐이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모든님들!!
여름 처럼 무덥기만한 한가위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추석명절 잘보내시기 바랍니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 후 물속에 잠긴 텃밭  (17) 2024.09.23
무더운 초가을날 텃밭에서  (21) 2024.09.12
텃밭의 어린 김장 채소들  (17) 2024.09.10
가을맞이 하고 있는 텃밭은...  (20) 2024.09.05
텃밭,가을채소 밭만들기  (35) 2024.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