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의 어린 김장 채소들

nami2 2024. 9. 10. 22:46

오늘도 여전히 기온은 30도를 넘나드는 지독한 폭염이었다.
오전 8시 부터 불볕이 시작되는 들판은 바람 한점도 없었다.
아무래도 계절은 가을을 향해 갈줄 모르고,여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은 아닌가
웃지못할 하소연으로 넋두리를 해본다.

잠시도 멈출줄 모르는 폭염은 사람들은 물론 식물들 까지 지치게 했다.
더구나 요즘은 김장채소를 심고 키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지속되는 폭염과 가뭄은 얼마나 더 농사짓는 사람들을 숨막히게 할런지?
알 수 없는 근심속에는 스트레스가 마음속 까지 괴롭히는 것 같았다.

어린 배추모종을 심어놓고 자꾸만 일기예보를 들여다 보건만
어제도 오늘도 비소식은 희망이 되어주었으나 기다림은 늘 절망뿐이었다.
어찌그리 맞지 않는 일기예보를 내보내는 것인지 그것도 기가막혔다.

배추 30포기를 심어놓고 노심초사 하느라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데
100~200포기 배추를 심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심정인가
그 마음속은 들여다보나마나

아마도 숯검정 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음은 안봐도 뻔한일일 것이다.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고 있건만
텃밭의 부추밭에는 점점 하얀꽃으로
예쁜 꽃밭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김장 채소밭에 물퍼다 주느라
부추밭 까지는 감히 물을 줄 여력도 없건만
꽃을 너무 예쁘게 피고 있는 것도 미안했다.

그래도 부추밭의 꽃들은 그다지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여졌다.
부추꽃의 꽃말은 '무한한 슬픔'이다.

지난 금요일에 배추모종 30포기를 심었다.
20포기만 심으면 충분했으나
혹시 잘못될 것을 염려로
여유롭게 30포기를 심어놨다.

지난해에는 정확하게 20포기를 심어놓고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건만
올해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어린 배추모종들이 지독한 수난을 겪고 있었다.

 

폭염이 너무 심해서 뜨거운 열기에 죽지는 않았는가?
배추를 심어놓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출근을 했었다.

그런데 딱 1포기는 심은지 이틀만에
미이라가 되어 있었다.
햇볕에 시달리다가 못견디고 죽어서
바짝 마른채 형태만 남겨져 있었다.

이 배추는 벌레가
겉잎을 거의 먹은 모습이 눈에 띄였다.
약을 쳐야 하는데 차일피일 지켜봤더니
결국에는 벌레들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이녀석은 폭염이 못살게 했는데
그래도 배추의 성장점(한가운데)이
살아있어서 살고자 하는 희망은 있어보였다.

이녀석은 거의 벌레가 다 먹었다.
가운데의 성장점도 위태로웠다
살것이냐 말것이냐는 배추의 몫이지만
진짜 화가났다.

어린 모종을 5일 동안 정성으로
물 퍼다 주면서 키웠는데
벌레가 뼈대만 남겨놓고 다 먹어버렸다.

이녀석은 벌레가 잎을 먹기 시작했다.

 

결국 벌레잡는 약병 속의

가루를 물에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에
배추밭이 전쟁터가 될 것 같았다.

배추 30포기 중
마지막 30번째 배추는 이미 사라졌다.
폭염 때문에 바짝 말라서 죽은 곳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 했다.
20포기만 필요해서
여유롭게 30포기를 심어놨다고 하면서도
한 두 포기가 사라지게 되니까
그냥 화가 나서 봐줄 수가 없었다.

잘 키워서 누구에게 나눔을 할지언정
억울하게 죽어가는 것은 진짜 못봐주겠다.

가을 무우 밭이다.
열흘 전에 촘촘하게 씨를 뿌려놨었는데
폭염으로 인해서 씨가 녹아내린듯...
듬성듬성 어린 무우가 자라고 있었다.

듬성듬성 된 곳도 스트레스가 되었기에
씨를 다시 뿌려서 어린 싹이 나오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벌레가 뜯어먹는 흔적이 보였다.

벌레들이 어린 채소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이곳 저곳 들여다봤더니
구멍 뻥뻥은 그러려니 하겠으나
잎을 먹어버리는 것은 용서가 안되었다.

잎을 갉아먹는 벌레
구멍을 뚫어놓는 벌레
뿌리를 잘라먹는 벌레

 

가을 채소들의 보이지 않는

무법자는 벌레와 나비였기에
이곳에도 오늘 약을 쳐놨다.

잘 키워서 추석에
파란나물을 할 것이라고 했더니
벌레들 덕분에 그런 희망도 사라져버렸다.

이쪽 무우밭도 역시 듬성듬성이다.

날씨가 너무 덥고 가뭄 때문에
씨가 녹아버리고,
어린 잎이 열기에 타들어가고...
비라도 흠씬 내려준다면 한가지
시름은 덜어질 것 같지만
비는 절대로 내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이라서
호박꽃은 싱그럽고 예쁘기만 했다.

텃밭 한켠에 뻗어가는 호박넝쿨을 눈여겨 봤더니
예쁘게 맺혀서 커가는 호박과
호박이 맺힌 암꽃이 눈에 띄었다.

찬바람이 불면 호박은 더욱 맛있어진다는데
폭염과 가뭄이 과연 호박을 따먹게 할런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데...
모른척 하고 있다가 호박이 커지면
따먹는 그런 방법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호박꽃의 꽃말은 '관대함,사랑의 용기, 포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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