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점점 예쁜 모습의 가을 텃밭

nami2 2024. 10. 9. 22:31

바람이 심하게 불면 날씨는 추웠다가 바람이 잦아들면 덥다는 느낌인데..
이렇게 변덕 심한 날씨는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유감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텃밭으로 갈 때는 도대체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 것인가?
이른 아침 부터 은근히 고민이 될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빗방울은 오락가락...
찬비를 맞으면 안되는 가을 중반에 감기가 오지 않을까 염려를 해보지만
그래도 아직은 감기 정도는 접근조차 하지 않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며칠동안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가려고 하면, 훼방을 놓듯 비가 내려서
며칠만에 밭에 나가봤더니 텃밭은 생각보다 훨씬 예쁜 모습이 되고 있었다.
날씨가 이상해지면 인간만이 갸우뚱거리며 부자연스러워 할뿐...
자연에 순응하고 있는 식물들은 이상한 가을날도 예쁘게 받아들이면서
아무런 불평 불만이 없는 것 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텃밭을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집 텃밭의 가을은
나물밭의 쑥부쟁이 덕분에
더욱 예쁜 모습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꽃을 피우지 말라고 커가는 쑥부쟁이를
자꾸만 잘라냈는데도
꽃을 피우고 말겠다는 똥고집에는 어쩔수 없었다

그런데 꽃이 피고나니까 그냥 보기좋았다.

 

텃밭의 나물밭은 온통 보랏빛 꽃이다.

쑥부쟁이꽃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쑥부쟁이의 꽃말은 '인내'였다.

쑥부쟁이 옆에는 참취를 심었고
그 옆에는 부지깽이나물을 심어놨는데
요즘, 참취꽃도 하얗게 피고 있었다.

참취꽃의 꽃말은 '이별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별이라는 꽃말이 붙었는지?
그것도 궁금했다.

찔끔 찔끔 하루에도
몇번씩 내리는 10월의 빗방울 덕분에
돌산갓(청갓)과 보라색 갓을 뿌린지 3일만에 싹이 나왔다.
폭염의 9월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봄에 심었던 꽈리고추 4포기 중에서
나무 처럼 크게 자란 꽈리고추는 딱 1그루 남았다.
10월 중순에 시금치 씨를 뿌릴 때 까지는
그냥 남겨두고 싶었다.

알타리 무우가 참 예쁘게 크고 있다.
고라니가 다니는 통로를 찾아내서 막았더니

고라니가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채소들이 걱정이 없는듯 편안하게 보였다.

김장배추 30포기 모종 심어놓은 것 중에서
2포기는 완전 사라졌고
28포기가 아주 예쁘게 커가고 있다.

배추 속이 노랗게 모습을 보였다.
조만간에 결구가 시작될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벌레 잡는 일이다.
엊그제는
달팽이 한마리와 파란 벌레를 잡아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배추 뜯어먹은 흔적이 보여서
배추잎을 샅샅이 훝어봤더니
잎사귀 뒷쪽에 죽은듯이 숨어 있는
파란벌레 3마리를 또 잡았다.

나비가 까놓은 알에서 부화된 파란벌레였다.

 

심어놓은 쪽파가 자주 내리는 비 덕분에
뽑아 먹어도 될 만큼 자랐다.

인디안감자(아피오스) 꽃은
가을이 끝날 때 까지 꽃을 피울 것 같았다.

주렁주렁...끝도없이 피고 있었다.

 

배초향(방아)꽃도

보랏빛 색깔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는 뜻이다.

 

아욱을 고라니로 부터 지키기 위한 감옥...
그래서인지 아욱도 싱싱하게 잘 크고 있다.

그 옆의 작은 밭은 상추밭인데

8월 부터 상추씨를 세번이나 뿌렸는데

이제 성공한듯 자잘하게 많이도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올 가을에는 상추를 뜯어먹지 못할 것 같다.

점점 기온이 내려가면 상추 자라는 속도가 늦기때문이다.

 

본의아니게 깔끔하게 정돈된 것 같은
텃밭 풍경이다.

거의 매일 풀을 뽑은 이유도 있었으나

가을채소들이 예쁘게 자라기 때문에

더욱 깔끔하게 보이는 것 같다. 

8월 중순에 심어놓은
당근은 싹이 나오지 않아서
9월에 또 씨를 뿌렸더니
여전히 텅 빈 것 같은 모습이다.
올해 당근 농사는 절반 정도는 꽝이다.
그 옆의 가지나무는 여전히 주렁주렁...

8월 중순 이후 부터는
텃밭 작물이 그다지 풍성하지는 않았다.
고라니와의 기싸움도 그렇고...
폭염, 가뭄 그 지긋지긋한 것들 때문에
아주 오랫만에 애호박을 땄고, 상추도 뜯었다.

10월이 되면서 내리는 어정쩡한 빗물도
꽤나 큰 영양제가 되는 것 같았다.
어제 그제 이틀동안 오락가락 내린 비는
500미리 생수병 한개 정도였지만
그것도 채소들의 영양제가 된듯, 텃밭 채소들은
너무 싱싱한 모습이라서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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