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11)

nami2 2010. 7. 5. 00:13

     암자로 들어가는 숲길에는 끝도 없이 자라고 있는 잡초들만 무성했다.

     여름이 시작 되면서 함께 길동무를 하듯 찾아 온 장마 비는 가뭄에 목말라 하던 산과들의 식물들에게

     영양제 역활을 해준 것처럼, 좁다란 산길은  칡넝쿨을 비롯한 여러가지 풀들이 통행세를 받기위해 막아놓은

     그물처럼 길도 잘 보이지 않는 초록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숲이 우거진 암자에서 풍겨오는 풀냄새는  그리움이 배여있는 정겨운 냄새였음이다.

     하루종일 세상은  회색빛이었다.

     산등성이에 걸려 있는  구름같은 안개 덕분에 휴일은 안개비와 함께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방에서 낮잠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정말 아까운 시간이었다.

     아직도 젊음이 남아 있는것일까?

     안개비 내리는 여름날에 암자로 떠나는 여행 덕분에 푸르름은 가슴속 까지 가득하고, 능소화꽃이 만발한

     시골길을 달려가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아주 작은 행복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모두들 불쾌지수가 오락 가락 저울질 하는 이때~ 건강한 몸으로 안녕들 하신지?

     월드컵 경기 였기에 궁금한 결승,그리고 우승?  밤잠 설치며 보았던 다른나라의 축구 이야기 였지만

     축구 때문에 밤을 새우고, 잠을 설치고,그리고 한낮에는 병든 병아리 마냥 꾸벅 꾸벅   

     그것마져 끝이나면 또,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것인가를 생각하니 벌서 부터 허전함이 가득하다.

     울창한 숲으로 가려져 하늘도 보이지 않는 산길, 가끔씩 나타나서 길 한복판을 점령하고 꿈쩍않는

     아기다람쥐의 텃세와 장마철인데도 고운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찍기 위해서

     미워할 수 없는 산으로  산으로 깊이 들어가는 '내자신'...

     이것은 내가 팔자 편한 백성이기때문에 하는 것이 아닌 머리속을 가득 메운 스트레스 덩어리를

     없애기 위한 안간 힘인 것이었다.

     뉴스시간에 비쳐진  사회적인 문제들은 어쩌면 그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음을 만드는 제조기였을 것같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는 현실과 사업이라고 벌려 놓았지만,경제적인

     문제로 쉼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계속해서 뉴스시간을 서글픔으로 장식하는 기사들 뿐일게다.

     그 대열속에 끼기 싫어 안간힘을 쓰는 모든이들에게  좁은 산길에 소박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꽃들을

     선물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은 욕망에 오늘도 스트레스뭉치를 산길에 버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또 한줄의 편지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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