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바람도 없이 무언가에게 항의를 하듯 묵묵히 쏟아져 내리는 비는 하늘 위의 수문을 완전히 열어 놓은듯
시원스럽게도 내렸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월드컵의 열기도 ,때아닌 무더위로 생긴 숨막히는 열기도 그리고 웬지모를
가슴 속에 응어리진 세상에대한 모든 울분을 한꺼번에 씻어 내리듯 줄기차게 내렸던 빗줄기도 저녁무렵에야 끝이 났다.
울타리에 핀 능소화 꽃 줄기를 따라 함께 넝쿨이 뻗어가던 호박잎들 사이로 매달려있던, 애호박 한개 따다가
대충 밀가루 풀고,양파와 청량고추, 호박을 썰어 넣고 ,호박전을 부치는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휴일은 꼼짝도 못한 방~콕이었다.
시원스레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왔다 갔다 서성이며 창문 너머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보지만 야속한 비는 끝내 휴일날의 하루를 묶어버렸다. 꼼짝도 못하게~~
물안개 피어 오르는강가도,빗방울에 고개를 떨군 꽃잎도 ,산등성에 걸린 구름같은 안개도
오늘만큼은 그림속에 들어가 벽에 걸려있는 풍경화 였다.
힘차게 내리는 빗줄기에게 항복을 하고,꼼짝없이 갇혀 컴퓨터 자판만을 두드리는 따분한 휴일!!
근처 논에서 합창을 하고 있는 개구리들이 부러워지는 이유는 갇혀 있다는 답답함 때문인가보다.
초원을 내달리는 야생마를 길들이려고 가둬 놓으면 발광을 하듯, 이런날이 하루만 더 연장이 된다면
아마도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든다.
모두들 이렇게 비가 내리는 휴일에 휴식들은 잘 하셨는지?
무조건 쏟아지는 잠은 꼭 이렇게 비가내리는 날에 염체도 없이 찾아와 몸을 나른하게 만들어버린다.
단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산으로 나갔던 휴일날들~
비가오거나 말거나,춥거나 말거나, 아프거나 말거나 그렇게 많은 날들을 다녔는데, 너무도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에게는 두손을 들고 항복을 했다.
산이 저쪽에서 나를 기다리고, 어느 산사에서 야생화가 나를기다리고 있는데, 계곡물이 불어서
떠내려 갈까봐 나가지 못하고 창밖만 하루종일 내다보았던 겁쟁이의 내모습~~~
많은 비가 내렸던 휴일은 또 이렇게 가고 있다.
비가 그친뒤 불어 오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이름모를 풀벌레가 밤의 정적을 깨고 있다.
날이 밝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강한 햇볕은 또 세상을 뜨겁게 하겠지만 오늘밤 만큼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밤에 가까운 곳의 사찰에 가서 부처님이라도 뵙고 오면 마음은 후련하겠지만 ,세상 일이 모두가
내 뜻대로 되는것은 아닐것이고, 그저 모든이들에게 나의 답답했던 휴일날을 위로받으며
산으로 못간 푸념일랑 접어서 창 밖으로 던져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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