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오색 연등이 아름다운 통도사

nami2 2024. 5. 8. 22:44

음력으로 4월 초하룻날이라서 어김없이 통도사에 갔었다.
부처님 오신날은 오늘 부터 손가락을 꼽아보면 딱 일주일 남겨놨다.

24년 전, 부처님 오신날에 절에 잘 다녀오신 후
그날 밤에 부처님 곁으로 떠나신 어머니의 기일 준비로 바쁘기만 했으나
초하루라는 날짜는, 바쁜 일들을 미뤄놓고서라도 통도사를 다녀오라는...
무언의 암시를 하는 것 같아서 그냥 겸사겸사 다녀오게 되었다.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 했었으나 오늘은 비는 내리지도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으며 그런대로 날씨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아침 기온이 11도 였었고, 통도사 주변 한낮의 기온은 13도였다.

여름꽃이 제법 피고 있는 요즘의 기온이 12도라고 한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로 오늘 하루종일의 기온은 12도~13도에 머무는 춥기만 했던 날이었다.

그래도 한달에 딱 한번만 갈 수 밖에 없었던,집에서 멀기만한 통도사 가는 길은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하루 해가 저물어버린 오후 7시쯤이었다.

 

초파일 전 날이 친정 어머니 기일이라서

이런저런 일로 바쁘기만 할 것 같았기에 미리 다녀온 통도사는
변덕심한 추운 날씨였음에도 아름답기만 했던 모습의 오색연등들이
경건함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서 따뜻한 시간이 된 것 같았다.

통도사 일주문 주변의 나무들이
제법 예쁜 연두빛이었다.
오색연등과 어우러진 풍경은 해마다
늘 보게 되는 풍경이었지만
단 한번도 지겹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기온은 으시시 추웠어도
오전 시간의 날씨 만큼은 화창함으로
일주문 주변을 참 아름답게 했다.

통도사 울창한 숲속에
초파일날 저녁 행사로 멋진 이벤트가 만들어졌다.
숲속에서 놀고 있는듯한 다람쥐들은
초파일 날 밤의 불을 밝힐 유등 종류 였다.

예쁜 노루들도 불이 밝혀져서
초파일날의 밤을 더욱 멋스럽게 할 것 같았다.

개울 건너 울창한 숲에서 초파일 밤에
예쁘게 불을 밝혀 줄 것을 생각하니
참석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그밖에 울창한 숲 주변에는

하얀 토끼들에게도 불이 밝혀질 것 같았다.

통도사 경내의 천왕문과 불이문 사이의
연등은 빈 공간이 많이 보여져서

아직 미완성으로 보여졌다.

극락보전과 약사전,영산전 앞의 연등이다.

불이문에 매달린 커다란 연등이
통도사 경내를 경이롭게 까지 했다.

목조건물의 대웅전 앞을
환하게 불 밝혀 줄 것 같은
연등은 참으로 단아한  모습이었다.

정면인 남쪽에는 금강계단,동쪽은 대웅전, 서쪽은 대방광전

북쪽은 적멸보궁이라는..
같은 건물에서 편액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걸려있다.
그래서 대웅전 건물은 국보(제290호)였다.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645년(인조23)에 우운스님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약사전 뒷쪽의 불두화는 소담스럽고 예뻤다.

 

초파일을 앞둔 통도사 경내에는

다른 꽃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불두화뿐이었다.

통도사 창건설화가 담긴 구룡지에는
커다란 용 한마리가 유등으로 변신해서
불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룡지의 작은 연못에는
아직 수련꽃도 피지 않았고
빨간 잉어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통도사 명부전 앞의 하얀 영가등은
극락왕생을 빌어주는
서글픈 등불이 될 것 같았다.

통도사 담장 너머에서 바라본 작은 다리는

울창한 숲과 연등 때문인지 더욱 멋져 보였다.

하얀 이팝꽃 주변의 연등 역시
무언가 감초가 된 것 같았다.

아주 탐스러운 불두화는 통도사 경내에서

유일하게 피고 있는 꽃이라는 것으로
조금은 의아했으나
부처님 오신 날을 마중 하는 꽃이라는 것이
경건하기 까지 했다.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불두화(佛頭花)라고 붙여진 이름...
그래서 초파일 전 후로 사찰에서는
가장 멋지고, 아주 예쁜 꽃이 된듯 했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하얀 꽃이라서인지
초파일 쯤에는 볼수록 괜찮다는 생각이다.

울창한 숲 그늘에 앉아서 바라본
통도사의 아름다운 풍경은
시원스럽다는 생각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기온 탓에 참 추워보였다.

통도사 무풍한솔(舞風寒松) 숲길을 걸어 나오면서
흐르는 물소리가 시끄럽기는 했어도
속이 후련 할 만큼이나 시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통도사 산문 앞에서 일주문 앞 까지의 걷는 시간은 30분이다.

그리고 산문에서 버스 정류소 까지는

15분을 더 추가하면 대략 45분을 걷게된다.
더러는 맨발 걷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지만
시간에 구속되지 않은채 천천히 걸어도 참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길이라는 것은

늘 걸어도 지겹지 않아서 좋기만 하다는 생각은 벌써 20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