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보름나물과 잡곡밥

nami2 2024. 2. 23. 22:43

여행이라는 이유로 일주일 넘게 집을 비웠더니 할 일이 많았다.
우선 무언가에 쫒기듯 새벽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온 후
곧바로 찾아간 곳은 예약된 칫과였다.

설명절 전에 사다놓은 땅콩 강정을 먹다가 이빨이 부러졌다.
평생 사용했던 이빨인데 그럴수도 있겠지만

강정 한 두개 맛있게 먹다가 부러진 이빨에 인플란트 가격은 백만원...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빨 한개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보려니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않았다.

그래서 설명절 전에 예약되었던 칫과였는데

설명절에 시장도 가야했고,여러가지 바쁘다는 핑계로 예약을 미뤘고
여행 간다고 또 예약을 미루었다가, 비행기 결항으로 또 날짜를 미룰수 없어서
부랴부랴 서울에서 내려 오자마자 칫과로 갔더니
이빨을 뺀 그자리에 곧바로 인플란트를 심는다고 사람을 잡았다.

칫과 가는 것도 긴장인데, 이빨 빼는 과정은 더 긴장이었다.
그리고 인플란트 심는 것은 드르륵.. 드릴 소리에 완전히 사람잡는 상황
본의아니게 칫과 다녀온 후 생겨난 몸살기는 두문불출 하게 만들었다.

그런저런 핑계로 걷기운동도 생략하고 우선 푹 쉬고 싶었는데
무심코 달력을 보니 정월 대보름이 코 앞에 와있었다.

엊그제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해운대 바닷가를 지나오는데
정월대보름에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려고

해운대 해수욕장에 커다란 달집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보니 갑자기 보름나물 생각이 났고 오곡밥이 먹고 싶었기에
마트에가서 나물 종류를 몇가지 사다 놓았다.

엉망이 된 컨디션 핑계대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그냥 못본체 하려니까
사다놓은 나물들이 처분을 바라는듯 ...
내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정월 대보름이라는 세시풍속에 어쩔수 없이 동참하게 되었다.

올해는 나물 몇가지로 대충 보름나물을 만들어봤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비가 내렸고
그러다보니 시장 가는 것도 귀찮았고
텃밭에 나가서 시금치 뜯어오는 것도
귀찮아서 보름나물은 그냥 형식적이었다.

마트에서 사온 나물은
고사리, 취나물, 그리고 고구마줄기였다.
부럼깨기 땅콩과 호두도 그냥 사와봤다.

귀밝기 술 까지는 ...그냥 생략이었다.

 

가지말린 것과 죽순은
냉동실에 저장된 것이다.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을 먹는다고 했지만 그것은 이제 형식일뿐...
일년 내내 잡곡밥을 먹기에  
오곡밥이라는 명칭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쌀, 수수, 흑미, 찰보리 ,찰현미로
오곡을 물에 불려놨다.

농사 지은 강낭콩 두종류와 땅콩
그리고 밤 대추를 곁들였다.

원래는 정월 대보름날 나물은 9가지 나물이라고 했는데
준비 해놓은 나물들은 모두 7가지 였다.

무우나물, 콩나물, 죽순, 고사리, 취나물
고구마 줄기,말린가지 나물이었다.

마트에서 사온
고구마줄기는 푹 무르게 삶아놨고
말린 가지나물은 뜨거운 물에 불렸다.

콩나물은 뿌리를 다듬어서 삶아놨으며
무우는 채썰어서 소금에 절여놨다.

보름나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물은 죽순나물이어서
해마다 6월쯤에는
죽순을 사다가 냉동에 보관해놓는다.

텃밭에 나가서 시금치를 뜯어 오든지
냉이를 캐왔다면
파란 나물이 곁들여져서 구색을 갖췄을텐데....

 

꼼짝도 하기 싫어서
오늘은 문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만들어 놓은 나물들 중에
파란색 나물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접시에 담은  7가지 나물...

찰밥을 해야 하는데 찹쌀 알레르기 때문에

찹쌀은 사용하지 않았다.
대충 여러가지 잡곡으로 만들었더니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나물과 잡곡밥 그리고 김  동치미
이것이 내가 먹을 수 있는
정월 대보름날의 밥상이다.

대보름 하루 전 날 꿈지럭 거려서 나물과 밥을 만들어 놓고
그냥 정월 대보름날 풍속을 흉내 내보았다.
비빔밥 보다는 김을 싸서 먹는 것도 괜찮은듯 ...
날이 흐려서 밝은 정월 대보름달은 볼 수 없어도
나물과 잡곡밥으로 정월 대보름날을 즐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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