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마인 것 처럼....
며칠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더니
어제는 생각보다 훨씬 포근했고, 맑은 날씨의 음력 초하루였었다.
혹시 초하루에 절에 다녀오라고 비가 주춤했었는지는 모르나
오늘은 비 소식의 일기예보가 쪽집개라고 할 만큼
시간 까지 정확하게 하루종일 추적거리며 쉼없이 비가 내렸다.
서울로 보내는 택배 때문에 우체국에 다녀오면서
곳곳에 피어있는 애기동백꽃을 보니
그동안의 포근한 날씨와 계속해서 내리는 빗물 덕분인지는 모르나
싱그러울 만큼 참 예쁘게 피고 있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였는데, 우산을 쓰면서 까지 길 위를 서성거리기에는
겨울비는 너무 차거운 비라서 감기 때문이라도 집콕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부침개*를 부쳐서 먹고싶다는 것인데...
재료가 마땅치 않아서 고민을 하다가
집에 있는 재료중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무우와 김치를 생각했다.
*부침개는 빈대떡, 누름적, 전병과 같은
기름에 부쳐서 만드는 음식을 통털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우체국은 아파트 앞, 주택가 골목 끝자락에 있었다.
아파트 정원에서 보여지는 애기동백꽃보다는
주택가의 화단이나 담장 옆에서
빨갛게 핀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봤다.
더구나 오늘 같이 비내리는 날의 애기동백꽃은
그 화사함의 아름다움은 자랑할만 했다.
담장 옆에 피고 있는 빨간 꽃을 보면서
빗방울이 맺혀 있는 것을 보니 너무 예뻐서
우산을 쓰고서라도 사진을 찍고싶어졌다.
창밖은 겨울비가 추적거리면서 내리고 있었고
김장철이라서 지난해 묵은지를 정리하다보니
파김치가 한통이나 남아 있는 것을 찾아냈다.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어서인지 늘 대충 먹다보니
김치냉장고 속에서 파김치는 혼자 묵은지가 되고 있었다.
봄에 애쓰게 농사 지어서 담근 맛있는 파김치였는데...
지금은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식욕이 없고
그래서 부침개를 부쳐보기로 했다.
일단 반죽을 먼저 하면서 재료를 생각했더니
요즘 밭에서 뽑아온 무우가 달착지근하고
시원한 맛이 배처럼 맛이 있어서 '무우전'을 하기로 했고
묵은 파김치가 있어서 '김치전'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무우전을 하기위해
우선 무우를 채칼로 한 바구니 썰어놨다.
김치전 재료는
묵은 파김치와 묵은 김치를 썰었고
마른 오징어 불려 놓은 것이 있어서
대파와 함께 썰어놨다.
밀가루 반죽은
부침가루에 계란 한개 넣었고
마른 새우 곱게 갈은 것이 전부였다.
일단 무우는 하얀 색깔이니까
반죽해 놓은 것에 먼저 무우전을 부쳤다.
하얀 무우에 쪽파를 고명으로 넣었더니
먹음직스런 무우전이 부쳐졌다.
한쪽에서 부침개를 부치면서
그 자리에 서서 뜨거운 전을 먼저 먹는 것
그 때가 가장 맛있을 때 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법....
무우전을 딱 3장 부쳐놓고
남겨진 반죽에
썰어놓은 파김치+김치+마른오징어+대파를 넣고
그리고 김치전을 부쳤는데
공교롭게도 김치전도 3장 부쳐졌다.
무우전 3장 , 김치전 3장
마음은 늘 부침개를 부쳐먹고 싶었지만
게으른 손이 말을 안들어서
오랫만에 전을 부쳐봤다.
간단한 재료로 대충 부침개를 부쳤는데
생각보다 훨씬 무우전도 맛있었고
묵은지가 된 파김치로 부쳐낸 김치전도
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요즘은 왜그렇게 밥맛이 없는 것인지?
그래서 자주 누룽지를 끓여 먹었더니
뱃속에서는 자꾸 밥을 거부하는것 같았다.
그래도 밥 외에는
과일과 다른 것은 먹을수 있다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아마도 밥 못먹어서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부침개 부쳐 놓은 것으로 당분간 간식 걱정은 하지 않을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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