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

nami2 2023. 11. 10. 22:43

가을이 점점 깊어가면서 언제쯤 샛노란 은행나무 단풍을 볼 것인지는
아직도 엉성하게 푸르름이 있는 이곳 해안가 주변은
늦가을의 정취도 제대로 느껴볼 수 없다는 것이 유감스러울 때가 있었다.

 

본격적인 만추 풍경을 보려면 11월 중순쯤  그것도 아주 잠시잠깐이다.
왜냐하면 뒤늦게 단풍이 곱게 물이 드는가 눈여겨 보려고 하면

찾아드는 강추위 때문에 곧바로 떨어져 뒹구는 낙엽의 허무함은

행동이 늦은 사람은 그것이나마 절대로 구경할 수 없기때문이다.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꽃만 예쁘게피울줄 알았을뿐
단풍, 낙엽 쌓인 길, 만추, 서리, 첫눈...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예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진작 부터 체념을 하면서도
은근히 기대 해본다는 것이 어떤 때는 우습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늦가을 단풍을 보기위해 시간을 내보았던 것은
깜짝 여행을 준비한 후, 서울에서 이곳 까지 내려와준 동생가족 덕분이었으며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떠났던, 만추 여행은 경북쪽이었으며
그 첫번째 여행지는 은행나무 숲이 아름다운 경주 도리마을 이었다.

은행나무 숲이 아름다운 '경주 도리마을'의 벽화에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그려놓은 멋진 작품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빨갛게 물이 들어 있는 담쟁이 넝쿨도
벽화로서 한 몫을 했다.

일부러 이렇게 그려 넣기에도 힘들텐데..
노란 은행잎 위로 뻗어가는 담쟁이 넝쿨의
천연적인  색깔은
누구도 흉내 낼수 없는 멋진 작품이 되었다.

 

도리마을에 들어서니까
코를 의심 할 만큼의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냄새를 피운 존재는 은행나무의 열매였다.

 

은행나무 열매에서 나오는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는
진작 부터 알았지만

즐비하게 늘어선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을

사람들이 밟아대니까

자연스럽게 껍질이 터지면서 냄새를 지독하게 했다. 

진짜 웃음이 나올 만큼의 냄새는

그곳에 찾아든 모든 사람들이 운동화 바닥이었다는 것...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은
경주 서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소는 경주 였지만

경북 영천에서 더 가깝다는 것을 그곳으로 가다보니 알 것 같았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의 단풍드는 절정시기는 11월 초라고 했으나
찾아갔던 날은 11월 8일이었고
이미 노랗게 떨어진 은행나무는 아름다웠으나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에서는 잎이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해 11월  끝자락에 찾아갔을 때는
은행나무가 아닌 자작나무로 착각 할 만큼
앙상한 나무들만 즐비하게 늘어섰는데

 

올해는 비록 단풍 절정 시기는 못마췄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고 생각해봤다.

경북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은
전형적인 시골마을 중에서도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이 작은 시골마을에

은행나무 숲이 가득한 이유는 묘목 판매가 목적이었다고 한다.

마을 전체에서 몇 곳으로 나뉘는 은행나무 숲이

어느새 찾아드는 외부 사람들에게는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는 멋진 곳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1970년도에 토지 소유자가 은행나무숲을 처음  심었고
마을주민들이 은행나무를 가꾸어
은행잎을 수출하여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햤다고 한다.
도리마을의 은행나무 숲은
이제 가을을 대표하는 멋진 관광지로 자리매김한듯
평일인데도  작은 시골마을 까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어쩌다가 남겨진 샛노란 은행나무도
늦가을 정취를 참 멋스럽게 했다.
조금만 더 일찍 갔었더라면 아주 예쁜 은행나무 숲을 봤었을텐데...
아쉽지만 그런대로 눈요기를 했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 이었다.

국화꽃과 어우러져서

더욱 분위기를 만든 즐비한 은행나무 숲이다.

근처 농가에서 관광객들에게 팔려고
쌓아놓은 호박들도 예술품이 된듯, 봐줄만 했다.

도리마을  곳곳에는

아직도 노란 은행나무가 만추의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곳이나 시골마을 풍경은
국화꽃만 화사하게 피어 있어도

분위기를  살려주는듯 아름답기만 했다.

우리 아파트  정원의 나무들은 모두 이러했다.
한쪽의 벚나무는 단풍이 물들새도 없이 앙상한 겨울나무가 되어 있고
그 옆의 은행나무들은 즐비하게 서있었지만 모두 이렇게 어설픈 상태..

 

과연 이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예쁜  단풍물이 들 것인가는 미지수였다.
날씨가 더욱 추워지면 대충 단풍 드는척 하다가 

어설픈 푸르름이 낙엽이 되어 땅 위로 뒹굴뿐...

더이상 큰 기대를 해본다면
그것은 큰 욕심이 될 것 같아서 애시당초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집 주변의 만추 풍경은 그냥 꿈속에서나 볼까말까

단풍이 예쁘게 물들지 않는 늦가을,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

그냥 사계절 내내 계절을 잊은, 바보 꽃들을 보면서 시간을 즐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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