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10년만에 눈이 내린 날에

nami2 2023. 11. 20. 22:36

10년만에...그것도 한겨울이 아닌 늦가을의 11월18일 첫새벽에
생각치도 않았던 눈이

살짝 내린 것이 아니라 소복하게 많이 내렸음을 확인했다.
오매불망!!

해마다 겨울만 되면 혹시나, 혹시나 기다려봤던 것이 10년 세월...
그것도 눈이 내리지 않는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이라고

이제는 마음까지 비우고 살고 있건만
밤새도록 눈길 조심하라고 날아드는 안전 문자 메세지가
이번에는 진짜 헛탕이 아니었다.

어둠이 있는 첫새벽에 창밖을 내다보고 눈이 내린 것을 확인 한 후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외치고 싶었으나, 입속으로 감사함을 중얼거리고
일단은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바쁜 걸음을 해야만 했다.
6시50분쯤의 기온은 0도라서 추웠고, 길은 미끄러웠으나 마음이 급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지역 특성상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언제 눈이 왔는가 할 정도로 금방 녹아내리기 때문이었다.

10년만에 내려준 아까운 눈을 그냥 스르르 녹아내리게 할 수는 없었다.
단 1분이라도 더 사진에 담고 싶은 풍경...그것은
눈이 내리지 않는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면 느껴보지 못하는 간절함이었다.

집 주변에서의 이런 풍경...!!
그동안 얼마나 이런 풍경의 사진을 찍고 싶어했는지
눈 그리움이 실현 된 날에 흡족하게 찍어본
하얀 눈 위의 빨간 단풍이다.

이른 아침 미끄러운 눈길 조심하라는...

계속해서 날아드는 안전 문자 소리에 잠이 깨었기에
설마 하면서 창밖을 내다봤더니
어둠속의 자동차들이 모두 하얗게 보였다.
또다시 설마...하면서 불신을 했는데
날이 훤해지면서 다시 내다봤더니 긴가민가였다.

그래서 뒷 베란다 창문을 열어본 후
진짜 눈이 내렸음을 확인했다.

 

한겨울도 아닌 11월 18일 늦가을에...
이곳은 아직 단풍도 물드지 않았건만
그래도 반갑고 감사했다.
봄꽃,여름꽃이 여전히 피고 있었기에
하얀 눈이 가을에 내리면 어떻고, 봄에 내리면 어떻냐 즐겁기만 했다.

일단 마음이  바빴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금방 눈이 녹을 것은 뻔한 일
기온은 0도였으나 체감온도는 영하3도라고 했다.
그래도 빨리 밖으로 나가야했다.
어린아이 처럼 들뜬 기분은 사진을 찍기위해서 였다.
눈이 내렸던 흔적을 남기는 것이 중요했다.
또 다시 10년 후에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10년 후에는 내가 이땅에서 존재 할런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파트 옆 소공원에는
이른 아침 사진 찍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이곳 아파트로 이사온지 14년
들판에 이런 눈이 쌓인 것은 처음이었다.

새벽에 내렸기에 녹아내리지 않는 눈이 고맙기만 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해풍이라는 것이 늘 방해를 한다.
하늘에서 눈이 펄펄 내려도
땅 위로 떨어질 때는 빗물이 되기  때문이다.

엊그제 양파모종을 심은 텃밭에 눈이 소복했다.
빨간 맨드라미 꽃 위로 쌓인 하얀 눈
그동안 얼마나  이런 모습이 보고싶었는지?

텃밭에 심어 놓은 노란 국화꽃 위로
쌓인 하얀 눈이 진짜 예뻤다.

국화 위에 쌓인 하얀 눈을 볼 수 있었음이
그냥 희망사항이었는데...
추운줄도 모르고 텃밭에서 혼자 즐겼다.

늦여름에 꽃이 피었던 맨드라미가
늦가을에 하얀눈을 만났다는 것도 신비스럽다.
수명이 길었던 탓이겠지, 생각해본다.

아직도 돼지감자의 푸른 잎과 노란 꽃...
그 위로 내려앉은 하얀 눈이 예뻤다.

텃밭 위에 덮힌 하얀 눈

기온은 영하가 아니니까 별 문제 없겠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고라니 피해서 그물망을 씌운 상추밭에
하얀 눈이 제법 쌓였다.

시금치 밭은

눈 속에 파묻혀서 형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김장밭의 배추와 무우
텃밭을 해온지
10년만에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물통 위로 쌓여진 눈들이 몇시간 있으면
흔적 없어질 것이 아깝기만 했다.

유채밭 그리고 적색 양파 밭 위로
눈은 소복소복 쌓였다.

텃밭 앞의 주택가에 내놓은 화분들 위로
하얀 눈은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이제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보게 될런지
11월18일에 하늘에서 하사 받은 하얀눈이
만들어준 주변 풍경속에는
형형색색의 국화꽃이 있어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았다.
눈이 자주 내리는 다른지방에서는 이런 풍경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아파트 놀이터에서 11살 된 어린애들이 하는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10년을 넘게 살면서 처음 보는 눈이라고...
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몇번 봤지만
쌓인 눈을 본 것은 진짜 10년도 훨씬 지난 세월인듯 했다.

'감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해남부 어촌 주변,12월 풍경  (26) 2023.12.04
뒤늦게 찾아온 만추 풍경  (17) 2023.11.23
경주 동궁과월지 야경  (17) 2023.11.16
경주 도리마을 은행나무 숲  (23) 2023.11.10
저녁 산책길의 만추 풍경  (18)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