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저녁 산책길의 만추 풍경

nami2 2023. 11. 6. 22:36

이제나 저제나 비가 내리길 학수고대 하면서 기다렸던 것이 한달!!
8월과 9월에는 지긋지긋하게도 많이 내렸던 비였는데
생각치도 않았던 가을 가뭄 때문에 노심초사 하던 중에
3일 연속의 비가 내린다는 소식은 절반은 믿었고 절반은 불신이었다.

그 이유는 비가 내린다는 확률 중에 60%의 확률은 거의 꽝이었고,  
70~80%의 확률은 병아리 눈물 만큼
그리고 90% 확률은 그나마 기대를 쬐끔 해보는데...

그것도 어떤 때는 송두리채 꽝일 때도 더러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3일 연속 비내리는 확률은 60%여서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찔끔 찔끔 내려준 비도 가뭄해갈이 되었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왜냐하면 11월 15일 까지는 누가 뭐라해도 양파 모종을 심기 위해서
밭을 만들어야 했으나  삽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한 밭이었기에
일단 포기 한 후, 비 내리기만을 기다리면서 하늘만 쳐다봤기 때문이다.

가을비는 비가 내리고나면 곧바로 추워진다고 해서
다른 지방에는 첫 한파주의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건만

이곳은 시원한 느낌의 바람만 세차게 불어올뿐

아직은 추위의 조짐도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전형적인 늦가을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시골동네 담장 밑의 '메리골드(천수국)'는
점점 짙은 색깔로 화사함을 만들어 주었다.

지난해 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탓일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메리골드 꽃이
왜 올해는 예뻐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산책을 하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것은
꽃이 예쁘게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메리골드꽃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으니까

꽃향기도 그저 그런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꽃향기가 예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은은한 분꽃 향기 같은 것이 발길을 멈추게 했었다.
꽃말은 냉혹한 사랑이었다.

약간은 스산하면서도 싸늘한 바람이 부는 늦은 오후였다.
낮 11시 까지 가을비가 추적거리며 내렸기에
웬지 깔끔해보이는 들길을 한바퀴 하고 싶어졌는데

 

바람에 흔들거리면서 춤추는 모습의
억새가 보기좋았고
바람소리와 어우러지는 억새의 서걱거리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

한낮 보다는 더욱 운치 있어 보이는
늦은 오후의 억새 풍경

하얀 은발이 있는 늦가을의 억새  모습에
괜히 마음 까지 차분해졌다.
곧 하얀 빛이 모두 바람에 날아가버린 뒤의
쓸쓸함은 그냥 나중 일이었고
우선은 마냥 멋스럽기 까지 했다.

석양 빛이 한층 더 들판을 멋지게 했다.
하나 둘 셋...자연이 만들어 놓은

만추의 계단은 바라볼 수록 아름답기만 했다.

이곳은 남쪽 해안가 지방이었기에
요즘 유자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따끈한 유자차가 생각나는데
산책길에서 만나는 유자나무의 열매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겨울에 볼 수 있는 꽃들이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애기동백꽃 필 때 쯤이면
시골동네 곳곳에서 비파나무꽃이 핀다는것인데
제법 꽃봉오리가 예뻐지기 시작했다.
비파나무꽃의 꽃말은 '온화,현명'이다.

비파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상록활엽소교목이다.
원래는 중국에서 자라던 것이지만

일본에서 많은 원예품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비파나무 열매는 오렌지 색을 띠며 과즙이  많고  

그 안에 3~4개의 씨가 들어있는데
잎 열매  씨앗 모두가 상당한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하여
남부지방의 길가나 정원에 심고 있는데
살구를 닮은 노란 열매를 먹기도 한다.

산국의 짙은 향기가 늦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따끈한 국화차를 생각나게 하는 감국의 향기도

늦은 오후라서인지 더욱 짙어졌다.

 

집 주변의 가로수들은 단풍도 물들지 못한채
진작 부터 겨울이 되었다.
바람때문에 뒹구는 낙엽도 사라진지 오래 되었으니
참 멋없는 만추의 풍경이다.

길가 숲그늘에서 아주 예쁜 잎사귀를 보았다.

단풍이 물든 나뭇잎이 얼마나 귀한 탓인지
계요등 넝쿨 잎사귀가 요렇게 예쁘게 물이 들어 있음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어봤다.

아파트에 딸린 소공원의 저녁 하늘 풍경이다.
공원 가득 벚나무는 즐비하게 늘어섰으나
봄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볼 수 있었지만
가을에는 절대로 벚나무 단풍을 볼 수 없었음이
유감으로 남는다.

진작 10월 초 부터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잎을 모두 떨군

앙상한 나무가 되어버린 벚나무는
이렇게나마

앙상한 나무 사이로 석양빛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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