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애기동백꽃이 피는 11월

nami2 2023. 11. 3. 22:26

산 중턱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지만
이곳은 아직 여름인지, 가을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기온은 꽤 높았고, 계절을 잊은 꽃들은 계속해서 예쁘게 피고 있다.
그러나 거리의 가로수들을 바라보면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대분분이다.
그렇지만 바람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던 곳의 나무들은 
여전히 푸르름 상태의 아직은 어설픈 초가을의 풍경들이었다.

갑자기 천차만별이라는 글귀가 생각났다.
천차만별(千差萬別)은
어떤 부류나 사물의 상황이나 경우에 따라서
가지각색으로 다르고 차이가 많은 뜻이라고 한다.

산 중턱은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있었고

해안가 집 주변의 가로수는 거센 바람 때문에 앙상한 나무들뿐이며
들판에는 이런 저런 봄꽃들이 계속해서 피고 있는 11월 초순에
한술 더 떠서 공원길에는 애기동백꽃이 피어서 꽃이 지는 곳도 있었다.

결국에는 '천차만별'이라는 글귀를 생각나게 할 만큼 변화무쌍한
이곳의 동해남부 해안가의 생태계는 한마디로 요지경속 그 자체였다.

지난해는 11월15일쯤
예쁘게 핀 애기동백꽃을 처음으로 만났었다.
그런데 올해는 엊그제 10월 30일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애기동백꽃이 활짝 핀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일부러 찾아간 곳은
집 앞에서 20분쯤 버스를 타고 갔던
아주 가까운 거리의 동백숲이 있는 공원이었다.
가로수 처럼 늘어선 애기동백나무는 숲을 이루고 있었는데
나무 전체가 활짝 피어서, 이미 꽃이 지는 나무도 있었다.

나무 전체가 화사하게....
꽃이 피고 있는 애기동백꽃 숲길은

사람들의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활짝 피고 있었다.

 

애기동백꽃은 차나무과의 상록성으로
한겨울에도 잎이 푸르고 꽃이 피기때문에
관상용으로  키우기가 아주 적당하다고 했다.

애기동백꽃의 분포 지역은
우리나라 (남해안)과 일본 (중부 이남)이라고 한다.

애기동백꽃의 꽃말은  
자랑, 겸손한 아름다움이다.

가을 가뭄으로 인해서
피고 있는 꽃들이 그다지 싱그럽지는 않았다.

그냥 목이 말라서 지쳐 있는 모습 처럼 후줄근 했다.

 

그래도 11월 초순
이 계절에 애기동백꽃이  피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겨울꽃이니까...
차거운 겨울 바람이 불어오는 11월 중순쯤 부터

꽃이 피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반가움 보다는 어색함이 씁쓸함을 만들었다.

어느집 앞 감나무의 감이
꽃보다 더 예쁘게 매달려  있었다.
올해는 감나무  풍경이 귀하니까
귀한 감이 더욱 아름다워서 자꾸만 바라보게 되었다.

우중충하고 울퉁불퉁한  모과를 보다가
요렇게 예쁜 모과도 있었음을
모든이들에게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색깔이 어쩜 그리 예쁜 것인지?

모과 향기가 사진 속에서도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들판의 열매들도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오가피 열매가 몸에 좋은 효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태여 이렇게 멋진 열매를 따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었다.

들판에는 여전히 호박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황금빛의 우아한 자태가 언제 까지 갈런지는 모르나
시한부 생명 처럼 하루 하루가 위태롭다.
왜냐하면 서리가 내리면 끝이 나기 때문이다.

애기동백꽃이  화사하게 핀 공원길에는
단풍으로 예쁘게 물이 들어보지도 못한채
앙상한 나무들만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뭇잎들을 모두 떨궈낸  모진 바람이
어쩜 보상심리로 애기동백꽃을 피우게 했는지는 모르나
그래도 예쁜 단풍잎도 만들어보지 못한채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들은
스산한 가을날을 더욱 더 쓸쓸하게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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