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부추꽃이 피는 가을 문턱에서

nami2 2023. 8. 29. 22:21

지난 초여름의 긴 장마에 이어서 또다시 가을 장마가 시작 된듯 했다.

올해 들어서 2차 장마라는 소리도 들려왔다. 
지긋지긋하게  무덥던 여름을 속시원하게 보내려고 했더니
때아닌 장마가 또다시 근심을 만드는 것 같았다.

이맘때의 불청객인 태풍 3개가 한꺼번에 발생해서
여름 끝과 가을의 시작되는 교차점 내내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세찬 비바람을 몰고 오지 않으면 좋으련만..
아직 까지는 그다지 큰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했다.
앞으로 닥쳐올 일주일의 시간속에서 어떤식으로 훼방을 놓을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가을이 찾아온다고 들판에는 곳곳에서
부추가 하얗게,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모든 채소들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 맛이 없어지는 법...
몸에  좋다는 부추 역시 예외는 없었다.

 

종족번식을 위해 꽃이 피면 부추 맛도 더이상 기대할 수 없으므로
꽃이 피기 전에  

꽃대 올라오는 것을 잘라주면 조금 성장하는 척 하다가
또다시 새로운 꽃대를 올리는 아주 고집이 센 부추였음이
해마다 겪게되는 이맘때의 재미있는 부추와의 실갱이 였다.

들판 곳곳마다, 밭이 있는 곳에는
요즘 하얗게 부추꽃이 피고 있었다

언뜻 메밀꽃을 연상케 하는 하얀꽃은
눈이 내린 것 처럼  예쁘기는 했지만
맛있는 부추를 먹으려면, 꽃대를 몽땅....  

하루라도 빨리 잘라줘야 한다는 것이 아쉬움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밭의 절반은 꽃을 보기위해 이렇게 놔두고
또 한쪽은 꽃을 몽땅 잘라줘야  

계속해서 부추를 뜯어 먹을수 있다는 것이다.
부추꽃의 꽃말은 '무한한 슬픔'이다.

오늘 호박넝쿨 속에서 애호박을 또하나 발견했다.
알게 모르게 이렇게 예쁜 애호박이 크고 있는데
태풍은

나의 이런 즐거움을  꼭 훼방놔야 하는 것인지?

요즘 따먹는 애호박은 유난히 맛있기도 했다.

 

오늘의 수확량이다.
노각오이와 다다기오이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따먹고 있는데
태풍이란 것이

이런 재미 또한 끝장을 내지 않을까  긴장이 된다.

부추꽃이 자꾸만 피면 부추가 맛이 없어질까봐
한꺼번에 많이 뜯어왔지만 마땅히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절반은 부추나물을 하기로 하고
절반은 부추전을 부치기로 했다.

밥은 잘 안먹어도, 전은 잘 먹는 입맛이라서
귀찮지만 비온다는 핑계로 반죽을 시작했다.

부추전을 좀 색다른 반죽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감자 큰 것 1개를 강판에 갈고
*묵은지 깨끗하게 헹궈서 곱게 썰었다.
*양파와 당근 그리고 땡초를 썰어놓고
*홍합도 다지듯 썰어놨다.

 

부침가루와 감자 강판에 갈은 것

계란 1개를 넣고 반죽을 한 후, 썰어놓은 재료를 몽땅 섞었다.

생각보다 썰어놓은 것들이 많아 보였다.

 

비닐 장갑을 끼고 뒤적뒤적 잘 섞은 후

20분 동안 놔뒀더니
전 부치기 좋게 차분해졌다.

점심식사를 걸렀기에 배가 고파서
처음 부친 것은 우선 시식용이다.

없어졌던 식욕이 살아나는듯 했다.

 

전을 부치면서
한쪽에서 우선적으로  맛을 볼 때가  

가장 맛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생각치도 않게 만들어본 부추전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좀 더 색다른 방법으로
감자를 강판에 갈아서, 부침가루를 섞어서 
묵은지를 휑궈서 함께 넣고 부추전을 부쳤더니
감자전+ 김치전+부추전= 3가지 맛이 되었다.

한꺼번에 세가지의 맛을 봤다는 것이
재미 있기도 했으나 일단은 맛이 있었음을 자랑해본다.

 

이 모든 것이 비 내리는 날이었기에 꼼지락거렸다는 것...

아마도 비가 내리지 않고, 평소처럼 무더운 날이였다면

부추전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임에

태풍으로 인한 비내리는 날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 아닌가 중얼거려봤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의 상추 도둑 고라니  (20) 2023.09.07
가을 텃밭의 어린 채소들  (18) 2023.09.05
9월을 앞둔 여름 끝자락  (23) 2023.08.28
쪽파 심던 날의 텃밭 풍경  (21) 2023.08.22
태풍 그 후,텃밭 풍경  (18) 202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