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가을 텃밭의 어린 채소들

nami2 2023. 9. 5. 22:21

비를 몰고와서 며칠 동안 비를 내리게 했던 태풍의 간접 영향

그것이 몇호 태풍인지는 구태여 알 필요는 없으나

 

이번에는 바람을 거세게 불게끔 하는 태풍 영향 그 존재는

도대체 몇 호 태풍인지?
가을로 접어들면서 줄을 잇는 태풍들은
직접적으로 횡포는 부리지 않더라도 간접 영향도 무시 못한다.

몇날 며칠 동안 부슬부슬 내렸던 가을 장마가 끝이난 후
이제는 아주 요란하게 바람이 불어댔다.

가만히 서있어도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은 익어가는 열매들을 떨궜다.

은행알도 떨어져 흩어지고, 산딸나무 열매도 우수수...

과수원의 과일들도 떨어지고 있는지

재래시장에 가지고 나오는 과일들은 낙과 된 것들도 있었다.

 

초가을 내내 이렇게 간접 영향을 주는 태풍은
아마도 추석 전 후 까지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줄 것 같았다.
그래도 태풍 영향 때문에 밭일은 멈출 수 없었고....
망가질때 망가지더라도 일단 채소 씨앗을 뿌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무더위속에서, 빗속에서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렸더니
가을 바람과 함께
아주 예쁜 모습으로 아침 인사를 주고 받는 요즘이다.

아주 오랫만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아침이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이슬이 내리지 않았기에
촉촉한 느낌이 없는 이른 아침의 황금색 호박꽃이 참 예뻐보였다.
호박넝쿨도 거의 끝무렵이라서 더이상 호박이 열리지 않아도
호박꽃이라도 피워주니까 고맙기만 했다.

8월15일 쯤에 씨를 뿌린 여름 청상추는
야채가 귀한 요즘에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놓는 것 같았다.

며칠만 더 자라면 뜯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부추꽃을 보기 위해 
한 귀퉁이에 꽃대 올린, 부추를 남겨뒀더니
그런대로 예쁜 모습의 부추밭이 되었다.

동치미와 깍두기를 담그려고 심어놓은
무우 씨가 발아되었다.
씨를 뿌린지 7일만에 싹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늘 배추모종 22포기를 심었다.
바람이 너무 심해서 어린 잎들이 다칠까봐
조금 위태로운 어린 배추는 패트병으로 덮개를 씌어놨다.

쑥갓 씨가 발아되어서 이렇게 예쁜 모습이되었다.
씨를 뿌린후
몇일 동안 비가 내려줘서 씨앗 발아는 너무 쉽게 되었다.

당근 씨앗은 가장 늦게 발아 되었다.
어쩌다가 눈에 띄는 새싹은 일부분이었고
몽땅 싹이 나오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걸릴듯 했다.

 

청경채 김치가 맛있어서
청경채를 제법 많이 뿌렸더니 아주 예쁜 모습이다.

가을 아욱은

문닫아 놓고 몰래 먹을 정도로 맛있다는데
이제서 어린싹이 자라기 시작하건만
언제쯤 아욱국을 먹게  되런지

본격적으로 가을 쌈채소 계절이 돌아왔다.
그동안  부슬부슬  내리던 덕분에
쉽게 발아 된 것 같은 가을상추의 모습이다.

쪽파 심은지 열흘 남짓인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인지

굵직하게 자라지 않고, 웃자라고 있었다.

텃밭의 봉숭아꽃은
여름과 함께 사그러드려는 모습이다.
거의 끝물이어서 그다지 예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꽃이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상추밭 한켠의 맨드라미는 날이 갈수록
요염해지는 모습이다.

씨가 떨어져서 스스로 자생하는 맨드라미는

텃밭 곳곳에서 가을 마중을 하고 있었다.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텃밭 옆 풀숲이 너무 우거졌어도

풀 숲에서 뭐가 나올까봐 접근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풀 숲에서 '나도 샤프란' 하얀 꽃은

쉼없이 자꾸만 꽃을 피우는 모습이 미안하기만 했다.

 

사진 찍으러 가는 것도 조심 조심...

텃밭 옆 도랑가에 고마리와 돌미나리 등등

가을꽃을 피우는 많은 식물들이 우거진 풀숲을 만들고 있지만

여름 한 철은 그냥 그곳이 무서워서 얼씬도 못한다.

 

그래도 풀 숲에서 아예 꽃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또 궁금증이 있어서 신경이 쓰일텐데
지치지도 않은 모습으로 참 우아하게 하얀 꽃이 피고 있음이

엄청 고마웠으나

밀림속 같은 풀 숲에서 뭔가 있으면서 

나를 기절 시킬 것 같아서 접근도 못하는 내가 참 바보스러웠다.

아마도 내년 봄에는 풀을 뽑아낼 수 있는 텃밭 한켠으로

'나도샤프란꽃'을 옮겨주기로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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