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물폭탄이 쏟아지던 날에

nami2 2023. 7. 17. 22:39

비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는 흔적도 없이 그냥 좍좍....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 것 같은 비가 밤새도록 내렸기에
하늘도 양심이 있으면 더 이상의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말 아침에 알바를 하러 가기위해 해안가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었다.
다행히 마을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비의 상태는 그냥 편안하게
우산을 쓰고 걸을 정도여서 해안가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흙탕물이 된 바다는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해무가 잔뜩 끼어서 볼품 없었고
바라보이는 앞산 기슭에는 물안개가 참 멋지다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래도 알바하는 집으로 가는 동안 만큼은 특혜를 받은 것 처럼
그다지 큰비는 내리지 않아서 비록 우산은 썼지만
비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걸을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알바하는 곳에 도착한 후 부터는,진짜 하늘이 뚫어졌는줄 알았다.
쉴새없이 좍좍 쏟아지는 비는 해안가 도로를 침수시켜서
도로통제 하는 차가 다니면서 침수된 곳을 방송하고 다녔고
침수 된 곳을 정비해서 차가 다닐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지켜보게 되었다.

마침 알바하는 집 앞의 해안도로 역시 침수되었기 때문이었다.

알바하는 집은 산밑과 해안도로의 중간지점인데
조금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인지 도로는 침수 되었어도
저지대 침수에서는 비켜갔으나 산 밑이었기에
산에서 흐르는 물이 계곡처럼 바다로  흐르는 것도 진짜 대단했었다.
옆집은 산사태 우려가 있어서 대피준비를 했으나
그래도 알바하는 집은 그 정도는 아니였음이
10년동안 다니면서 그런 광경은 처음 겪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니 지인들이나 가족들이 계속 안부전화를 해오는데...
알바하는 곳의 그 해안도로 곳곳에  침수 되었다는 것이

뉴스에 나왔다는 사실을 나중에서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마을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9시 이후 부터는 통제 한다는 문자를 받고보니
꽤 심각했었음을 알 수 있었던 날이었다.

마을버스에 내렸을때는 비가 약간 내리고 있었지만
해안가로 걷는 것 보다는

마을길로 들어가서 걷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마을길로 들어섰더니

활짝 핀 '배롱나무'꽃이 진짜 반가웠다.

올해 처음 보게된 배롱나무꽃이었다.
 

어촌마을 길로 들어섰더니
빗물에 젖은 배롱나무꽃이 어찌나 예뻤던지
우산을 제켜두고 또 사진 찍기에 바빴다.
비가 오던지 말던지
사진 찍는 것은 이제 완전히 병이 된 것 같았다.
사진 찍는 병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한번도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마을 길에서 바라다 본 산등성이에는 물안개가 자욱했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려서

딱 걷기좋은 빗속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을버스에서 하차 한 후 바라본 바다는
수평선이 어디인지 ,가늠이 안될 만큼 해무가 가득했다.

지난밤에 내린 비로

작은 통통배가 드나드는 포구는 거의 흙탕물로
이곳이 바다 어귀인가 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알바하는 집 뜰 앞에서 바라본 바다는
수시로 등대가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우중충한 모습으로 폭우는 계속되었다.
하루종일  어찌 그렇게 많은 비가 좍좍 쏟아지는 것인지?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푸른 바다는 간곳 없고, 흙탕물뿐이었으며
등대와 수평선도 사라져 버렸다.

서서히 나타난 등대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기를 반복하면서
단 1분도 쉬지 않은채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집 앞 해안도로는 산에서 흐르는 물 때문에

하루종일 오고가는 자동차들이 수난을 겪었고
도로 정비 하는 차는 수시로 드나들면서

바다와 도로를 이어지는 통로를 뚫어대느라고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침수 현장...
뉴스로만 보았던 곳을 실제로 바라보니 쏟아지는 비가 기가막혔다.

잠시 주춤할 정도로 이슬비가 조용하게 내려줬던 퇴근길
우산쓰고, 집에 잘 가라고 비가 잠시 조용해진듯 했다.
마을버스를 타러가면서 어느집 앞을 지나면서
활짝 핀 칸나꽃의 예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밤새도록, 오늘 하루종일
그렇게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흩으러짐 없이 서있는  
빨간 칸나꽃이 참 예쁘다고 생각해봤다.
무슨 비가 그리도 많이 내리는 것인지,  진짜 하늘이 뚫어진 것은 아닐까
전국을 수해재난 지역으로 만드는 장마비가 참 야속하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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