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겹도록 폭우가 내렸던 날에

nami2 2023. 7. 14. 22:38

지난 밤 부터 내리던 비는 날이 밝으면서는 폭우가 되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당연 할 만큼
어찌 그리도 인정사정 없이 많은 비를 퍼붓는 것인지

내리는 비를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분위기를 찾기에는...
머리속 가득 들어있는 온갖 근심과 걱정은

오직 물에 잠겨서 엉망이 되어 있을 텃밭생각뿐이었다.
자나깨나 텃밭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4월 부터 정성을 들여 가꿔온 농작물이
한순간에 망쳐진다는 것을 용납 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가꿔놓은 농작물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는 것은 자연재해이니까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바라보기에는 하늘이 너무 야속하다는 것이다.

벌써 보름째, 맑은 날이 없이 비가 내려서

지반이 약해질때로 약해진 상태에서 폭우를 퍼붓는 이유는...

결국은 농작물을 모두 엉망으로 만들겠다는 하늘의 장난질에

속절없이 당하기만한 인간의 고통이 답답하기만 했다.

줄기차게 퍼붓던 폭우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기에
일단 밖으로 나가봤다.
아파트 후문에서 들길을 걸어가보면
얼마나 많은 비 피해가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은 패이고, 들판의 시설물들은 엿가락 처럼 휘였고
작은 도랑가는 시냇물 처럼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으며
넝쿨 뻗어가는 채소들은 헝크러져서 볼품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 텃밭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엄청 큰일이 벌어져 있을 것 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들길을 걸어가는 동안에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면서
다소나마 안정제를 먹은 것 처럼 마음이 차분해졌는데
텃밭 입구 들어서면서 눈에 보여지는 것들은 그냥 당황 그 자체였다.
잘 여물어 가고 있는 옥수수들이 제 멋대로 넘어져 뒹굴었으며

그렇게 예쁘게 자라고 있던 오이 넝쿨이 엉망이 되어 있었고
토마토 지지대는 휘청거렸으며, 쌈채소의 몰골은  완전 흉물스러움이었다.

그래도 이곳저곳에 피고 있는 꽃들은 왜 그렇게 차분하고 예쁜  것인지
비가 개이면 손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텃밭을 뒤로 한채
근처 시골 마을 길을

한바퀴 돌아봐야 할 만큼 걷기운동도 중요하다는 한심한 생각을 해봤다.

텃밭으로 가는 길에
빗물을 흠뻑 맞고 예쁘게 꽃이 피는
국화꽃을 보면서 안정제를 먹은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초가을 부터 꽃이 피는 국화가 어쩌면 저리도 예쁜 것인지...

텃밭 주변 도로가에 백일홍 꽃이 너무 예쁜 모습이었다.
비도 많이 내렸고, 세찬 바람도  불었는데
한치의 흩으러짐 없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인 백일홍은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백일홍은  국제 우주정거장에 체류중인 미국인 우주비행사가
처음으로  우주에서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는 그 꽃이 백일홍이라고 한다.
백일홍의 꽃말은 '인연'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이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백도라지꽃이 새삼 멋져보였다.

텃밭 주변의 '참나리꽃'도
장마철의 폭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듯..
어쩜 저리도 예쁜 모습 그대로일까
또다시 사진을 찍게 했다.

들판의 어느집 옥수수 밭은 비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난장판을 만들어놨다.
들판은  거의 이런 모습이었기에
이웃집 불구경 하듯 바라봐야만 했다.

우리 텃밭에 가서 대충 응급조치를 하면서 보니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는 호박넝쿨 속에서 예쁜 애호박을 발견했고
너무 비가 많이 내려서 토마토 지지대들이 위태로웠기에
굵고 단단한 대나무 지지대로  끈을 묶어서 고정을 시켜놓았다.

그것이 내가 최선으로 할 수 있는 응급조치였다.

그나마 태풍이 아니고 폭우로 인한 비바람이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빗속에서도 잘 매달려 있는 토마토를 보니
땅으로 떨어지지 않은채  

붉으스름하게 익어가고 있는 모습들이 고맙기만 했다.
그래도 쓰러져 있는 옥수수들을 빼놓고는
생각했던 만큼, 큰 피해가 없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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