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계모임 하는 날에

nami2 2023. 3. 9. 22:28

봄날의 따사로움은 등줄기에서 땀이 흐를 만큼, 최고의 기온이 되었다.
이러다가 초여름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답답하기만 했다.
이상기온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만 아열대로 가는 것인지?
자꾸만 꽃이 피는 것도 이제는 반갑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코로나에 대한 불신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도 결벽증인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랫만에 오늘 계모임을 하자고 의논을 해놓고
어디로 갈 것인가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한채  
4명의 결벽증 환자들은 결국 지인집에서 계모임을 하게 되었다.

3개월만에 이루워진 모임이었다.


지인집도 음식점이었지만,마침 휴무날이라서
숯불을 구울수 있는 양념고기를 고깃집에서 사왔고
어시장에서 돌문어를 샀으며, 과일을 샀고...
텃밭에서 뽑아온 쪽파로 먹음직스런 해물파전을 만들었다.

 

음식하는 것에 취미를 가진 4명의 계원들이 준비한 음식은
맛있었고 꽤 괜찮았다.
음식을 먹으면서 즐겨보는 수다스러움은...
이런 날도 더러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는 것 아닌가 유쾌한 시간을 보낸후
지인 중에서 한사람이 텃밭구경을 가자고 해서 구경가기로 했다.
집 옆에 딸린 진짜 텃밭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전형적인 돌담집 옆이었다.

이 집은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한 어촌마을의 전형적인 돌담집으로
세월의 무게가 100년이 넘는 집이었다.
지인의 시어머니께서 98세로 지난해 떠나셨기에
지금은 별장 처럼, 텃밭을 가꾸기 위해 왕래하는 집이라고 했다.

마당가 옆 장독대가 그렇게 예쁠수가 없었다.
지인의 시어머니께서 쓰시던 장독대는
여전히 반짝 반짝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다음번 계모임에서는 닭백숙을 끓여먹자면서
솥단지가 걸려있는 곳을 구경시켜주는데...
불 피우는 것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신기하기만 했다.

주인 어르신이 떠나고 없는 집이지만
흩으러짐 없이 그대로 관리가 되고 있음이
예뻐보이기 까지 했다.

마당 한켠에 서있는 감나무의 수령도

거의 100년이 되어갈 만큼 노후된 모습이 역력하게 보여졌다.

 

텃밭과 연결되는...  
지인집과  나란히 있는 옆집은 마당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텃밭은 지금 한창 머위꽃이 피고 있었다.

머위와 여러가지 나물을 뜯기위해 들렸던 텃밭이기에

계원들은 부지깽이 나물을 비롯해서

머위 ,달래, 쑥을 뜯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닷가 마을은 해풍 때문인지
들판에 있는 우리 텃밭보다 훨씬 싱싱하게 자라고 있어서
한참 예쁘게 자라고 있는 머위잎과 부지깽이 나물을 뜯어왔다.

텃밭에서 바라본 파란지붕의 옆집도  분위기 있어 보였다.
요즘 보기드문 어촌의 오래된 주택이었다.
돌담장이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았다.

매화가 예쁘게 피고 있는 요즘
매화나무를 정리한다고 싹둑 싹둑 잘라낸 것이 아깝기만 했다.

산수유 나무 주변으로 봄나물들이 많이 있었다.

지난해에 떠나신 98세 시어머니께서

평생을 가꾸셨다는 텃밭은 제법 많은 나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냉이, 쑥, 달래, 부지깽이 나물, 머위나물, 방풍, 방아....

사람은 가고 없지만

애써 가꾸었던 식물들은 영원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지인집의 옆집도 꽤 멋진 곳이라서
사진으로나마 멋스러움을  남겨보고 싶었다.

돌담과 매화  그리고 열대나무
소박한 풍경 자체가 보기 좋았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오늘 따라 멋져보인다고 생각했다.

계모임에서 숮불갈비를 구워먹었고, 맥주를 석잔이나 마셨고

이런 저런 음식을 많이 먹었기에

버거운 뱃속을 걷기운동으로 해소시켜야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온후

아파트 소공원에서 걷기운동을 쉼없이 하고 있었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하루를 마감하는 구름이 참 괜찮아 보였다.
혼자서 열심히 운동하는 나를 위해 응원을 하는듯  ...

고기와 술을 마셨으니

몸이 만족할 만큼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습기도 했다.

 

10분 동안 머물던 구름이 사라지면서 어둠이 찾아왔다.
붉은 구름은 분명 석양빛을 머금은채, 오늘이라는 하루를 마감하는 

멋진 구름이 아니었나 경이롭기 까지 했다.
사라진 후에도 긴 여운만 남겨놓고, 떠난 구름이 아쉽기만 했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