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지 팥죽 먹는 날에

nami2 2021. 12. 22. 21:29

하루종일 그냥 꼼짝않고, 누워서 몸의 컨디션에 바짝 긴장을 했다. 

주사 맞는 것에 대한 공포가 심해서  독감예방도 건너띌 만큼의 큰 겁쟁이가

어쩌다보니 말 잘듣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은 코로나라는 해괴한 전염병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1차 접종은 그냥 세상이 너무 무서워서 했었고

코로나 2차 접종은 집안에 큰 행사 때문에 서울가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했었다. 

1차 2차 접종으로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또다시 3차접종(부스타샷)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점점 이상해져가는 세상,

접종완료라는 증명서가 있어야, 집 밖에 나가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실수 있는 세상

이번에도 또 어쩔수없이  주사를 맞고와서는, 하루종일 죽을날 받아놓은 사람 처럼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느집 울타리에 빨간 '남천'열매가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듯 했다.

3차 주사를 맞고 돌아오는데, 왜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인지?

이유는 부작용이 너무 무섭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이 같았을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때 이틀동안 거의 초죽음이었고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때는 나른함이 이틀동안 정말 기분 나쁘게 했었기에

3차 접종(부스타샷)의 '모더나'는 또 어떤 부작용을 가져다줄지  괜한 걱정이 앞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산비탈에 '산국'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

12월22일 동짓날인데, 가을날에 피는 노란 산국이, 착잡해진 마음을 헤집어 놓는 것 같았다.

주사맞은 부위가 뻐근하면서 가끔씩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났다.

 

주사맞은 부위가 뻐근해서 엄살과 긴장과 함께 하루 꼬박 누워 있었더니  배가 고파졌다.

마음이 우울할때는 냉장고를 털어서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에 

냉장고에 숨어 있었던, 갑오징어와 브로컬리를 꺼내서 먹기좋게 손질을 했다.

 

김장하고 남아 있던 생굴을 꺼내서 '굴전'을 부쳤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사다놓고도 귀찮아서, 몇날 며칠을  돌김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고 살았는데

오늘 같이 주사를 맞고 돌아와서 우울하게 있을때는

별미음식으로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굴전을 만들었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라고 하는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과

팥의 붉은색이 액운을 막아준다고 해서.... 

동지 시간이 12월22일 0시59분이라는  절 달력에 기입된 것을 보고, 어제 밤에 팥죽을 쑤어 놓았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팥죽'을  먹기위해서 1년을 기다렸는데

하필이면, 동짓날에  3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것이 꽤 신경쓰였다.

 

동지 시간때문에  어젯밤에 팥죽을 쑤어놓고도 ,주사 맞으러 간다는 긴장감 때문에 먹어보지 못한 팥죽인데

주사 맞은 것에 대한 부작용이 두려워서, 입맛 까지 잃고 하루종일 꼼짝않고 누워 있었다는 것도 웃으웠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쯤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든후,  팥죽 맛을 보게 되었다.

 

열흘전 쯤에 담가놓은 동치미도 제법 맛이 들었고, 팥죽도 맛이 있었지만

하필이면  절에를 가야하고, 쑤어 놓은  팥죽을 맛있게 먹어야 하는 동짓날에 

3차 접종을 해서 부작용으로 인한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는 것이 유감스럽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도 주사를 맞은지 12시간이 지나가고 있는데, 팔만 뻐근하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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