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열차 창가에서 바라본 가을

nami2 2021. 10. 6. 23:04

아무리 코로나 세상이라도 피할 수 없는, 집안의 큰 행사가 있어서 오랫만에 서울행 열차를 탔었다.

그런데...

진짜 오랫만에

2년만에 찾아간 서울은, 내가 서울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그렇게도 못마땅 했던 것인가 생각해봤다.

이세상에서 단하나 밖에 없는 조카가 결혼식을 하는 날에는, 축복하는 의미에서 날씨가 맑은 것이 당연했지만

 

지긋지긋하게 비가 내렸던 지난 여름과 초가을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막혔는데

그 지긋지긋한 비가 나를 따라서 서울로 상경을 할줄이야

6박7일동안, 조카가 결혼식 하는 일요일에만 날씨가 맑았고, 그 후로는 어찌 그리 비 내리는 날만 있었는지?

비를 몰고다니는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그냥 짜증스럽고, 심심했고, 한심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렸고, 또 날씨가 우중충했고, 안개비가 내렸고, 비내리는 것에 대한 일기예보는 적중했고

그냥 마음을 비워야 했던 서울행이었다.

 

그래도 우산을 준비한채 이곳저곳을 다니며

부산에서 볼수 없는 풍경들을 보면서도, 터져나오는 불평속에서는

맑고 푸른 가을하늘은  끝내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이 되었다. 

강화도 전등사에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하얀구절초 꽃들은 예뻤지만, 빗방울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붉은 '추명국' 또한 이곳 부산에서 바라보는 느낌과 강화도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달랐다.

 

강화도에서는 붉은 '추명국'은 많이 볼 수 있었지만, 하얀색깔의 '추명국'은 귀한꽃이 되었다.

 

비를 몰고다니는 여자가 되다보니

서울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절대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었음이 너무 억울해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차창가로 보여지는 풍경들을 사진 찍어 보았다.

들판은 벌써 깊은 가을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부산으로 가는 열차를 탈때 까지도 한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다.

부슬부슬 안개비가 내리는 가을날은 그냥 우중충 했다.

열차를 타고 수원쯤 내려올때는 비는 내리지 않았고, 천안 아산역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가을 들판은 멋져보였다.

 

어디쯤인지는 모르나 대전역을 지나면서, 풍경도 예뻐졌고

열차에서도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철길 주변이 깨끗하게 보여졌다.

 

비록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차 창밖으로 보여지는 풍경이지만

서울에 머무는 동안, 우중충한 날씨로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해방 된 기분이 이런 것인가 싶어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았다.

 

어느새 들판에는 추수를 끝낸 논도 있었다.

아직도 파랗기만한 부산의 들판을 보다가 ,누렇게 변한 들판의 풍경들을 보니까

좁은 땅덩어리에서 변화되는 계절의 시간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가자니아꽃

 

어느새 국화 향기가 그윽한 계절이 왔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는것이 중요했다.

아직 부산에서는 국화꽃이 필 생각 조차 하지 않는데

서울, 일산, 김포, 강화....이번 서울행에서 다녔던 곳에서는 국화꽃이 제법 많이 피어 있었다.

밤과낮의 일교차도 심해서, 서울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고 새삼 옛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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