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채색의 쓸쓸한 연못 풍경

nami2 2021. 10. 26. 23:55

우중충하기만 했던 초가을의 많은 날들에 비해

맑고 쾌청하고 높은 하늘을 예찬하며,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된 것이 너무 아까워서

찬이슬 맞고 자라난 텃밭의 귀한 애호박을 따다가 호박고지를 만들면서도 날씨가 너무 좋다는 소리뿐이고

어둠이 깔린 들길을 걸으며, 초저녁 서쪽 하늘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하늘이 맑으니 어둠속에서도 별들이 너무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음을 길동무들과 주거니 받거니 했었던 요즘은

날씨도 적당했고, 기온도 포근했으며, 애기동백꽃과 국화꽃이 하나둘 선을 보이는 것이 반가움이 되면서

그냥 그렇게 흐뭇한 가을날이란 것이  작은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감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감나무에 붉은 감이 달려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꽤 좋아 한다.

 

단감도 그렇고, 홍시감도 그랬으며, 곶감도 먹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데

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풍경은 좋아 하는 것인지?

그래서 가을이면 감을 먹기위해 사러 다니지는 않지만, 감나무에 달려 있는 감을 보면 사진 찍느라 꽤 바빠진다.

 

지난 10월 초순에 경기도 고양시의 어느 음식점 뜰앞에서 찍어본 억새 사진이다.

 

이곳(부산)은 요즘에서야  억새가 은발로 멋지게 변하고 있지만

부산과서울의 일교차가 얼마나 심했으면

서울 근교, 고양시의 10월 초순 날씨에 억새가 하얗게 변했다는 것을 메모하고 싶어졌다. 

 

10월 초순, 경기도 고양시의 어느 음식점에 부속된 연못이다.

 

올해는 여름 내내 그 흔한 연꽃 한송이도 볼 수 없었다.

집 주변의 연꽃단지는 대중교통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었고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연꽃단지가 있는 먼곳으로 가기에는

불볕의 폭염이 훼방을 놓아서 결국에는 연꽃 보는 것을 포기했던 여름이었다.

 

그런데  오매불망 하던 연꽃이 있었던 연못에, 어쩌다보니 가을이 되어서  내가 서있었다.

완전하게 퇴색되어 무채색이 되어버린 연못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여름날 뙤약볕의 연못에서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 큰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는 가을이 되었어도 여전히 들렸건만, 화려한 연꽃은 온데간데 없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푸근한 모습이다.

 

화려하고 예쁜 연꽃은 간곳 없었지만, 일그러져서 퇴색된 연잎이  그냥 멋져보였다.

 

푸른 잎의 싱그러움은 어디로 사라지고, 노화되고 퇴색되어 일그러진 모습은....

인생의 끝자락이 아닌가 하는 상념속에서 

앞으로 살아 온 날들 보다, 앞으로 살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생각나게 했다. 

 

연못 한켠에서 익어가는 벼이삭이  신기할 만큼 구수한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연꽃 한송이 볼 수없는  가을 뜨락 앞의 연못 풍경은 제법 을씨년스러웠지만

볼수록 매력적이었던 것은 진흙속에서 자라고 있는 연근을 상상해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연못 속에서 울고 있는, 우렁찬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도 멋지게 들려오던  늦은 오후였다.

 

음식점 뜰앞을 장엄하기 까지 만든 항아리들

 

이곳에서 키우는 3살 '애완마'라고 했다.

이름이 여자이름이었는데, 까먹었다.

꽃순이, 종순이, 미순이, 애순이.... 등등  끝에 '순'자 였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큰 연못속의 연잎은 모두 퇴색되어 무채색이 되었는데,

작은 연못속의 수련잎은 아직도 젊음을 유지 하고 있었다.

 

음식점 뜰 앞의 작은 연못속에는

빨간 금붕어도 살았고, 수련도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오리고기와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와 빈대떡을 먹을수 있는...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으로 가는 길가에 위치한 음식점인데,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서 음식점 이름은 까먹었다.

 

서삼릉으로 가는 길

 

10월 초순에

모처럼 서울에 갔다가 자주 중얼거렸던 소리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푸념이었다.

 

월요일이 문을 닫는 날이라고 해서 화요일에 '서오릉'에 갔더니

월요일이 대체 휴무일(빨간날)이라서 문을 열었던 관계로, 화요일에 휴관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서삼릉'을 갔더니  역시 화요일에  정문이 굳게 닫혔다.

 

부산에서 휴일을 이용해서 서울에 갔다가 볼일을 본 후, 월요일에 고궁을 둘러보려고 가보면

모두 문이 닫혀서 한번도 제대로 고궁에 들어간적이 없었던 것이 새삼 생각났다.

 

문이 닫힌 서삼릉은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서삼릉 주변의 종마장만 바라보다가 돌아왔음도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된 모처럼의 서울행을,  다녀온지 20일만에 밀린 숙제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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