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체온증으로 인한 급체

nami2 2021. 11. 12. 21:34

날씨는 완전한 겨울이었고, 나뭇잎은 추위에 떨면서 단풍으로 물드는 것을 포기한듯  싶었다.

그래도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이고 추워봤자 얼마나 추울것인가 무시를 했던 것이 화근이 되는 것 같았다.

더구나 이곳 저곳에서 피어나는 국화꽃과 동백꽃이 가을날임을 말해주었고

텃밭에서는 코스모스꽃과 호박꽃도 피고 있는 아직은 전형적인 늦가을이라는 계절인데...

 

엊그제 텃밭으로 나가면서 평소와 같은 가을 옷차림으로 나갔다가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저질환 환자는 특히 겨울철에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를 귀가 아프게 들어왔지만

아직은 11월 초순이고, 그냥 이정도쯤은.... 무시했었다.

컨디션이 점점 엉망이 되었던 이유는 옷차림 때문이었는데, 알게모르게 몸에 이상이 오고있음을 알지 못했다.

 

저녁나절에 매일같이 운동을 나가면서 춥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겨울패딩은 "아직은..."이라는 것으로 고집을 피웠다.

장갑도 끼고 싶지 않았고, 목도리 보다는 아직은 스카프 정도로 목을 감는 정도면 안되겠나, 무시했었다.

운동을 하다보면 땀이 날것이니까, 추위도 가볍게 생각을 했었다.

그런 나의 무모한 행동이 건강을 갉아먹는 지름길이 아니었나, 하루종일 비실거리면서 반성을 해봤다.

 

어제 저녁은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하면서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평소에는 컴퓨터 앞에 앉을때는 따끈한 국화차를 준비했건만, 컨디션 때문에 귀찮다는 생각으로

따끈한 차 한잔도 준비 하지 않은채, 냉장고에서 차거운 보리차를 마신후 컴퓨터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상앞에 앉았으면서도 춥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집안에 보일러는 돌아가고 있으니까  아무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좌판을 두두리는 손가락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갈증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냉장고의 차거운 보리차를  또 한잔 마셨더니 한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가디건을 걸치고 추위를 참아보려고 했지만, 덜덜...죽을 만큼 큰 추위를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따끈한 차 한잔을 마셔봤지만, 추위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팽개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책상앞에 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숨이 멎을 만큼 찾아드는 추위는 감당이 안되었다.

컴퓨터에서 글을 쓰고 있었기에, 대충 마무리 하려고 앉았더니 눈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아~ 이러다가 죽을수도 있겠구나, 갑자기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몰려왔다.

 

대충 컴퓨터를 끄고 나서, 혼자만의 본격적으로 살기위한 몸부림을 쳐봤다.

일단 손가락을을 수지침으로 따서 피를 낸후 혈액순환을 시키자는 의도였는데, 이미 손과발은 얼음장이 되었다.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손과 발처럼 차디찬 느낌....

죽어가고 있나봐"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을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구토와 설사 그리고 이불을 두개나 어깨에 걸쳐도 몸으로 느껴지는 추위는 여전했다.

 

갑자기 23년전에 집안에서 혼자 급체를 한후, 저쪽 세상으로 떠난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때 어머니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쯤 되었기에, 더욱 무서워졌다.

어머니도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급체를 한후

혼자서 당황하며  응급처치도 못하고 구토를 하다가 기도가 막혀서 떠나셨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해볼때 까지 하다가 안되면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원인은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에서 온 급체인 것 같았다.

구토와 설사 그리고 손과발이 얼음장이니까

 

매실엑기스를 마신후, 손과 발을 모두 수지침으로 따서 피를 냈다.

그리고 힘닿는데 까지 팔과 다리에 마사지를 했다.

살기위한 몸부림이었기에 한밤중에 혼자서 안간힘을 썼다.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과 가족들이 모두 서울에 있다는 것, 그냥 서러웠다.

 

이불을 두개나 뒤집어 쓰고 앉아서 그냥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처절했다.

순간적으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번거롭게 119는 부르지 않았음이 또 무모한 것인지...?

그로 부터 2시간이 지난 새벽 2시쯤, 손과발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살았구나" 안도의 숨을 쉬고  이불속에 누웠다.

한기는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개의 이불은 여전히 필요했다.

 

혹시 잠이 든 상태로 내일 아침에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두려웠지만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긴장이 풀리고 몸상태가 편안해져서 잠이 쏟아지는 것은 아닌지, 그냥 웅크린채 잠을 잤던 것 같았다.

아침 7시쯤 눈을 떴다

아~ 죽지않고 살았네,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내가 나를 확인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 처럼 "죽은 혼령은 아니겠지" 자꾸만 확인을 했다.

 

날씨가 추운 것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 처럼, 이곳 저곳에서 애기동백꽃이 앞을 다투워 피어나고 있었다.

어젯밤에 혼자서 죽음과의 사투에서 싸워 이긴 개선 장군 처럼,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여동생에게  엊그제 담가놓은 총각김치를 택배 부치러 우체국엘 갔었다.

다리는 여전히 비실거리고, 식욕이 없어서 누룽지 죽으로 한끼를 먹고 하루종일 버티었지만 

우체국으로 가면서 눈에 띄는 붉은 동백꽃을 보면서, 내가 확실하게 살아있구나를  느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