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빨간 열매가 있는 가을 숲속

nami2 2021. 9. 24. 21:35

추석 전후로 일이 많다보니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좀처럼 몸이 회복이 되는 것 같지 않았지만

머리속에 메모 해놓은 할일을 다 못했을때는, 쉬는 것도 편하지 않았기에 더욱 회복이 늦는 것 같았다.

추석날에 차례를 마치고, 다녀와야 했던 성묘길은 이번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추석 이튿날에는 알바를 하러 가야 했었고, 그 이튿날에는 몸살 때문에 몸져누워 있다보니

딱 한가지 빼먹은 일

꼭 해야만  되는 일은 우리집 아저씨께 다녀와야 하는 것인데....

시간이 가면서 자꾸만 밀린 숙제 처럼 머리속에서 나를 편하게 하지 않았다.

 

마침 오늘이 음력 18일 '지장재일'이었기에 암자에 가면서

암자 주변 숲속에서 , 나를 기다리고 있을 우리집 아저씨께 추석 인사를 하러 갔었다.

 

지난  4월의 기일에 다녀온후

단한번도 가지 않았던 것은  그쪽으로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버스를 탈 수 없었음이 핑계가 될런지는 모르나

마음은 있어도 몸이 따라가주지 못한 ,많은 시간들이 그냥 죄스러웠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숲으로 가는 길은 어느새 가을 숲이 되어가고 있었다.

단풍색은 없었지만, 떨어지는 낙엽이 쌓인 길위로 도토리와 작으마한 산밤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을 혼자서 걸을만 했다.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숲속에는 올해도 잊지않고 빨간 열매들이 이곳 저곳에서 눈에 띄었다.

여름철에는 하늘말나리꽃도 피고, 온갖 야생화들이 예쁘게 피었을텐데...

여름 한철을 그냥 보내고나서, 초가을에 찾아 갔음이 꽤나 죄송했지만

이 세상이 코로나 세상이 되어 있음을, 그쪽 세상에서도 알고 있지 않을까 애써 변명을 해보았다.

 

오늘이 내 생일이다.

첫 새벽 부터  지인들과 친구들과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많은 축하 메세지와 선물을 받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우울했던 것은

생전에는 늘 잊지않고, 멋진 이벤트로 내 생일을 축하해주던 사람이, 언젠가 부터 숲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발길이 옮겨진 곳은 이곳 숲속이었다.

오늘 내 생일인것 알지요?

축하 받으려고 왔어요?

중얼거리면서 가지고 갔던 것을 숲속에 뿌려주다보니 , 눈에 띈 것은 사랑의 열매 같은 빨간 열매였다.

이것이 내게주는 선물인가?

순간, 마음이 편안하고 ,흐뭇하고,  무겁기만 했던 몸의 컨디션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이곳 저곳 숲속을 살펴보니 '네잎갈퀴나물'꽃도 보여졌다.

지난해에도  추석쯤에 보았던 꽃인데.... 반가웠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에는 유난히 덜꿩나무가 많았다.

꽃이 피는 봄에는 하얀 덜꿩나무 꽃으로

초가을에는 빨간 덜꿩나무 열매로  숲속을 멋지게 장식하는 것 같았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에는 봄 부터 가을 까지 온갖 야생화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한줌의 재가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지막 말 한마디가, 숲속에서 밑거름이 되었기에

이렇게 멋진 꽃들이 계속해서 피고 지고 한다는 것에 그냥 숙연해질뿐이다.

 

                    참싸리꽃

 

                  가막살나무 열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중얼 중얼...

누군가가 본다면 머리에 꽃을 꽂은 이상한 여자로 보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중얼거림은

자연으로 돌아간 우리집 아저씨에게 보내지는 인간 세상의 기막힌 이야기들이었다.

 

주고 받는 대화는 아니더라도,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한참 동안을 숲에서 머물렀더니,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기분이었기에 혼자서도 씩씩하게

숲속의 작은 의자에 앉아서 오랫동안 편하게 쉴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