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 내리는 날의 걷기운동

nami2 2021. 9. 2. 21:58

너무하다고 하늘에 삿대질을 해본들 알아주지도 않는 푸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만 할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이제는 그러려니 마음을 비워보기로 했다.

8월 15일 이후에는 거의 비내리는 날이었고

9월이 시작하면서 이틀 동안 내리는 비는, 계속해서 다음주 까지 비소식이 이어진다는 예보뿐이다.

텃밭 일도 그렇고, 걷기운동도 그렇고, 절에 가는 일도 그렇고

미뤄서는 절대로 안되는, 당장 해야 할 일들은 많은데

할일없이 뒹굴거리며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비 내리는 날에 부침개를 부쳐먹는 낭만 같은 것도 하루 이틀일뿐....

이렇게 매일 같이 비가 내릴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제는 초저녁 부터 세차게 비가 내리더니, 한밤중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멈추었다는, 풀벌레들이 전해주는 신호음이 뚜렷하게 있었는데

호우주의보와 함께 저지대 침수로 인한 도로통제라는 문자는, 한밤중의 날씨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 말장난 처럼 신빙성이 없는 재난 안전 문자가

언제 부터인가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묻고 싶어졌다.

 

분명 일기예보에는 흐림이어서, 아침 일찍 텃밭으로 나가려고 준비를 했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찔끔거리면서 내리는 비는 우산을 쓰기에는 그렇고, 우산을 쓰지 않으면 머리가 젖을 것이고

비옷을 입고라도 밭에 나가려고 했으나

주변의 시선이 청승떠는 것으로 보여질까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그냥 뒹굴뒹굴에 하품만 나왔다.

내일은 찔끔거리며 비가 내려도, 비옷을 입고서라도 꼭 가을배추 모종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배추 모종 30포기를 사러 가면서, 근처 수변공원에서 걷기운동을 하기로 했다. 

처음 걷기운동을 할때는 분명 혼자 였는데, 시간이 점점 늦은 오후 시간이 되니까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손에는 물병과 또 한손에는 우산....

모두들 묵묵히 길을 걸을뿐, 아무런 표정은 없었다.

그저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예쁜 모습들이었다.

 

걷기운동...

생각해보면 나의 건강을 도맡아서 관리해주는 고마운 존재인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걷기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꽤 고민이 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비바람이 치지 않는한은 우산을 쓰고서라도 걸어야 한다는 법칙이 생겨난듯

그냥 걸었더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 둘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우산을 쓰고서라도 걷기운동은 해야 한다는 것이, 수변 공원길에서는 절대로 청승 떠는 것이 아니었다.

마스크와 모자 때문에 나이는 가늠 할 수 없지만, 모두들 걷기운동이 필수였던 것만은 사실인듯 했다.

 

빗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다.

우산을 접으면 머리가 젖을 것 같고, 우산을 쓰고 걷자니 팔이 아팠다.

햇볕이 쨍쨍거릴때도 팔이 아파서 양산을 쓰지않고, 모자를 쓰고 다니는 나로써는

한시간 이상,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으면서 우산을 쓴다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모두들 우산을 쓰고서라도 씩씩하게 걷기를 하니까 도중하차를 할 수 없었다.

수변 공원길을 한바퀴 돌면 700걸음인 것을, 반복적으로 돌다보니 제법 많이 걸은 것 같았다. 

 

수변공원길에서

우산을 쓰고 걷기를 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걷기를 생활화 하는 사람들 처럼 보여져서

묵묵히 걷는 뒷모습들이 그냥 예뻐 보였다.

 

수변 공원길에도 갈맷길 리본이 시선을 멈추게 했다.

이곳은 갈맷길 몇코스의 몇구간일까?

우산을 쓰고 1시간 20분 정도 걷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다행인 것이 만보를 넘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수변공원의 개울가에서 멍청이 처럼 서있는 녀석을 만났다.

며칠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렸기에, 물살이 세어서  먹이 찾기가 애매한 것인지?

얼이 빠져나간듯한 표정이 되어버린, 녀석에게서 비 내리는 날의 쓸쓸함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