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약간 불었지만 초여름 같은 날씨여서 어린아이들은 계곡물에서 물장난을 치는 것을 보았다.
4월30일, 불기 2564년 음력4월초파일은
그럭저럭 절에 다녀오느라 하루라는 시간을 몽땅 소비했다.
전국의 어느 사찰에 가더라도 초파일에는 꼭 먹어야 하는 비빔밥을 올해 초파일에는 구경도 못했다.
그것 또한 코로나 때문이라는 것에 할말을 잊었다.
사회적 거리도 그렇고, 아직은 확실하게 끝이 나지 않은, 못된 것 때문에 절집은 긴장상태였다.
그래도 산문을 열어놨다는 것에 감사했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사리탑에 탑돌이 할 수 있었으며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면서 ,아기부처님의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에 참여했다는것에 만족해야 했다.
끊임없이 줄을 잇는 부처님 오신날의 차량행렬과 그 많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마스크 착용...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나이드신 어르신부터 어린아이 까지 마스크를 한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부처님 오신날의 봉축 법요식은, 윤사월 초파일로 미루어졌지만
오늘은 진짜 부처님 오신날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간절한 염원이 모아져서 코로나가 빨리 사라져가길 기원해본다.
엊그제 다녀온 암자 주변에서 5분 정도 더 산길을 걷게되면
그리움과 서글픔이 담긴 숲속에 도착한다.
마침 초파일이 코 앞에 다가와서 , 형형색색의 연등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 때문에
숲속으로 가는 길은 쓸쓸하지 않았다.
숲으로 들어갔다.
고즈넉한 숲속,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만 있을뿐...
숲은 적막했다.
그리운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 곳엔 하얀 덜꿩나무꽃이 피어 있었다.
2년전의 그 날짜에 찾아갔음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찾아갔지만 ,가슴은 쿵~ 할말을 잊었다.
그날에는 비가 내렸고, 손에서 흩뿌려지는 하얀 가루는 빗물에 곧바로 스며들었다.
그런 곳에 4월에는 하얀꽃이 피고, 5월에는 보라빛꽃이 피며,
여름날에는 주홍색의 하늘나리꽃이 예쁘게 피는 ....
어느새 우리집 아저씨는 2년동안,내가 좋아하는 야생화들로 숲속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아저씨!! 덜꿩나무꽃이 피었네
내 말소리는 알아들었겠지만 , 대답은 내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숲속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았더니, 하얀 덜꿩나무꽃만 제법 많이 피어 있었다.
덜꿩나무꽃
낙엽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원추리는 여름날에 예쁜꽃으로 내게 다가오려고 준비중이다.
그리고 하늘나리꽃은 8월말쯤에 모습을 보여줄것이기에, 이제 새싹으로 얼굴을 내민다.
발밑에서 양지꽃이 인사를 건넨다.
모두가 우리집 아저씨의 친숙한 가족들이었기에, 내게도 소중한 녀석들이다.
우리집 아저씨의 흔적이
집중적으로 흩뿌려진 곳에 제법 예쁜 꽃이 나를 기다렸다.
꽃을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꽃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꽃으로 인연의 끈을 연결 해주는 것 같았다.
산딸기꽃
콩제비꽃
너무 높은 언덕에 피어 있어서 사진으로는 선명하지 못한 '고광나무꽃'
가까이서 바라보면 너무 예쁜꽃인데, 아쉬웠다.
노린재나무꽃
코로나로 인해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 4월을 허망하게 보냈지만
아마도 5월에는 아까시 꽃향기와 찔레꽃 향기, 그리고 뻐꾸기가 우는 숲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오게 될것을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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