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장마비와 태풍 덕분에 요즘은 텃밭에 나갈일이 별로 없게 되었다.
텃밭농사 4년동안에 아마도 이런일은 처음인듯....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을 해도 인간의 힘은 자연앞에서는 속수무책 당할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새벽 5시30분 부터 밭에 나가서 풀뽑고, 관리하면서 예쁘게 자라는 것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즐거움이었는데
어느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상실감은 말로 표현이 안되는 것 같았다.
복구를 해놓으면 또다시 무너뜨리고, 또다시 복구했더니 이번에는 채소들이 견디지 못했다.
힘없이 주저 앉아버리는 채소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7월말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씨를 다시 뿌릴수도 없고, 모종을 사다가 심을 수도 없고...
그냥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긴 장마와 태풍이 전해준 참혹함이었다.
태풍으로 인한 물폭탄을 이틀동안 맞았던 텃밭의 채소들은 몽땅 녹아버렸다.
겨우 살아남은 '치커리'도 하루가 다르게 뿌리가 썪고 있었다.
한달전에 대파 씨를 뿌려놨는데, 예쁘게 싹을 보이는가 했더니 거의 물에 쓸려나간 후
잡초와 함께 어렵게 자라고 있다.
예쁘게 커가던 여름상추들이 주저앉았다.
뿌리가 녹아내려서 오늘 모두 뽑았더니 빈 밭이 되었다.
오늘 새벽에도, 어제도, 그저께도 쉼없이 비가 내리니까 밭이 마를날이 없었다.
태풍이 몰고왔던 강풍에 토마토 줄기가 모두 마르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엉망이 된 토마토 밭이다.
그래도 토마토 밭 옆에 있는 옥수수는 다행스럽게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가지나무는 멀쩡했지만, 가지가 크지 않고, 나무에서 버티는 것 같았다.
조선오이, 가시오이, 노각오이 주렁주렁 했던 오이넝쿨도 몽땅 말라버렸다.
밭에서 해야 할일은 지지대를 뽑아주는 일인데, 아직은 기가막혀서 손을 놓고 있다.
꽈리고추 5포기, 아삭이 고추 6포기 몽땅, 땡초4포기도 모두 돌아가셨다.
햇볕이 나오는 시간보다 비내리는 시간이 더 많았던 7월이었다.
텃밭에서 가장 싱싱한 것은 '여주'였다.
여주 넝쿨은 비에도 강하고, 강풍에도 강한듯...아무런 변고가 없었다.
주렁주렁 여주가 제법 많이 달려 있었다.
풋호박 넝쿨도 끝이 난 것 같은 느낌이다.
상추 종류들은 모두 뿌리가 녹았는데, 깻잎은 별 탈이 없었다.
모두가 엉망이 된 상태에서 이곳저곳에서 힘들게 수확을 했다.
토마토는 이것이 마지막이다
줄기가 말라버려서 익지않은 많은 토마토들은 그냥 뽑아야 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여주를 많이 땄다.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공교롭게 이틀동안 날씨가 맑았기에 말릴수 있었다.
당뇨에 좋다는 여주를 말려서 차로 끓여 먹기위해, 올해 첫수확물이다.
지금 텃밭에서 멀쩡한 채소들의 수확물이다.
옥수수와 가지, 깻잎, 그리고 여주
.
땡초가 모두 병이 드는가 싶어서 조바심을 냈더니, 다행스럽게도 고추는 더이상 속을 썩이지 않았다.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를 보니까, 약간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았다.
몇개의 토마토를 아까워서 땄지만. 먹을 생각은 없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니까 고구마 뿌리는 어떨지 모르지만, 줄기가 먹음직스럽게 커가고 있었다.
손톱이 아프지 않을 만큼, 껍질도 잘 깔수 있었다.
지긋지긋한 장마비가 언제쯤 끝이 날런지,
7월의 끝자락과 8월이 시작은 모두가 사라져간 빈밭의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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