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기와 찔레꽃 그리고 송화가루 날리는 5월!
텃밭의 모든 채소들은 쉼없이 잘 자라고 있지만, 채소가 자라고 있는 만큼 잡초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다른해에 비해 밭고랑이 1개 더 늘어났기 때문에 ,그것도 농사라고 눈만 뜨면 밭으로 가야하는....
초보농사꾼 딱지를 뗀 3년차 텃밭지기로서 정말 할일이 많았다.
그런데 애써 가꾼 채소를 염체도 모르는 녀석이 아침마다 폭식을 하고 다녀간 흔적을 보면,
운동으로 관리를 잘해 놓은 혈압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속에서 뜯어먹을 산나물도 많은데, 우리집 텃밭이 맛집이나 되는듯, 새벽마다 다녀가는 흔적에
같이 나눠 먹을 수는 없고, 어쩔수없이 야박한 행동을 해야만 했다.
완두콩 꽃이 피면서 꼬투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라니는 완두콩 줄기가 뻗어가는, 그 중요한 부분을 잘라먹는다.
올해 새롭게 심은 대파가 제법 정신을 차렸다.
지난해에는 관리 부족으로 '가지 4포기 '심어놓고, 3개 정도 따먹었다.
가지농사 꽝이었다.
올해는 5포기 심어놨는데, 어찌될런지?
양상추 종류가 제법 많이 들어 있는, 모듬상추를 심어 놓은지 15일만에 싹이 나왔다.
양파 캘 때가 다 된 것 같은데,양파 크기는 어린애 주먹만하다.
그래도 유기농이니까....
케일을 심어놓고, 요즘 고라니보다 더한 녀석들과 씨름중이다.
케일이 몸에 좋다는 것을 귀신 같이 잘아는 파란벌레가 잎을 갉아먹고 있다.
생 야채로 먹어야 하는 채소라서 약을 칠 수는 없고, 손으로 녀석들을 잡아낸다.
파란 배추벌레를 손으로 잡는 느낌은...... 몰캉몰캉 꾸물꾸물
케일을 먹기위해 별짓을 다한다.
잎사귀 하나에 심한 것은 4마리도 붙어 있다.
쑥갓은 아무리 많아도 고라니 녀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고라니 때문에 상추에 망을 씌워놨다.
.
이곳 저곳 밭 한귀퉁이에 심어 놓은 상추는 모두 망을 뒤집어 썼다.
고라니가 입을 댄 것은 먹기 싫어서 모두 뽑아버렸다.
채소를 놓고 사람과 짐승이 함께 공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머위, 방풍, 취나물을 심어놨더니, 고라니 녀석이 취나물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렇게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곳 철조망 속에는 고라니가 정말 좋아 하는 것들이 들어있다.
신선초, 치커리, 로메인상추, 청상추....
어느날 새벽에 밭으로 내려와서 물끄럼히 바라보고 서있을 고라니 녀석을 상상해본다.
겨울을 이겨낸 부추가 이렇게 자랐다.
신선초, 치커리, 로메인 상추....
토마토 모종이 제법 자라고 있다.
까치에게서 자유로워진 옥수수는 이제 비로서 망을 벗겨냈다.
뿌리쪽에 옥수수 알갱이 붙어 있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까치가, 자라고 있는 옥수수를 몽땅 잘라내고 ,뿌리를 꺼내서 옥수수 알갱이를 빼먹는 것을
보았을때 입에서 나오는 욕은 내가 생각해도 기가막힌 욕이다.
텃밭으로 인하여 느껴지는 정서적인 감정을, 짐승들에 의해서 깡그리 박살나는 현장이 텃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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