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산속의 작은암자 같은 아주 작은 산사가 있다.
첩첩산중에는 가끔씩 오소리, 고라니,산토끼가 절마당 까지 내려와
절을 지키는 삽살개 '구룡이와 반야'에게 들켜 혼줄이 나서 도망을 가는 그런 깊은 산속이다.
생전에 나와 인연이 있던 분들을 모두 이 절에 모시고보니 이곳이 나의 친정이 아닌가 생각도 들때가 있었다.
신라 천년 고찰로서 문화재인 이곳에 종무소를 새단장했다.
오랜세월을 지내오면서 몇번씩이나 바뀐 '종무소'는 수많은 세월동안 그모습 그대로....
복원, 또 복원을 몇번씩 했던 흔적이 전해져오지만
한치도 어긋남이없는 그모습은 허물고 다시 지어졌지만 정말 감쪽 같다.
마당엔 하얀 눈이 굴뚝에는 하얀연기가 쓸쓸한 산사의 모습이지만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바쁜시간들이 지나가고, 오랫만에 찾아가는 친정집 같은 산사! 돌담만 바라보아도 설레임이 가득하다.
이곳을 찾는이들은 하루에 몇명뿐이다.
사람들 발길에 채여 부처님께 절도 제대로 못하고 오는 '큰절'에 비하면
너무도 쓸쓸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으로 부처님전의 백팔배는 천배로 이어져도 방해하는사람조차 없다.
비구니 스님들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절지킴이 녀석들과 오랫만의 만남은 그저 즐거움뿐이다.
삼성각
구룡이와 반야는 너무 오랫만에 찾아가니 혹시 몰래 갈까봐 대웅전 문앞을 지키고 있다.
녀석들이 기다려도 일단 부처님을 뵙는것이 순서인것을 ....
처사님이 대웅전을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두 녀석들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추운줄도 모르고 기다리고 있는 이녀석들의 가슴속에는 어떤 마음이 들어 있는지?
대웅전 문앞에서 기다렸는데, 처사님은 또 삼성각으로 자리를 옮기고, 구룡이의 애타는 기다림은
언제 끝나려는지~~
삼성각 안에 까지 들어온 녀석을 쫒아냈더니~나를 야속하게 생각하면서도 끈질긴 기다림은....
멀리서 반야는 담너머 불구경하듯.... 구룡아 임마 !! 반야 처럼 얌전히 기다려봐
산죽이 무성하게 겨울날의 풍경을 뒷받침해주듯....
이 길은 고시생들만 갈 수 있는길이다. 이 길 따라 가면 고시생들의
조용한 토굴 같은 공부방이 있는데, 이곳에서 공부하면 좋은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 온 부도탑들의 모양들에서 이곳 '대비사'의 역사를 말해준다고 한다.
천년전에는 너무도 번창했던 큰절이 세월의 흐름에따라 아주 작아져버린 고즈넉한 산사 !!
처음 이곳을 찾았을때의 그 느낌은 천년전 어느봄날에 꾼 꿈처럼 신비스럽기까지 했었다.
검고 작은 나비들이 이곳 대웅전 주변을 에워싸고, 나를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날의 그 느낌
수천마리의 나비들의 환영인사가 인연이되어 이곳은 나의 재적사찰이되었고, 이곳이 친정 같다는 생각마져 들었었다.
아마도 천년전 나의 전생의 어느날 이곳과 깊은 인연이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