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있거나 말거나 들판은 온통 매화세상이다.
쌀쌀한 날씨는 계속 되지만 꽃향기가 꽉찬 들판을 거닐면, 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봄비가 자주 내린다. 그 덕분에 봄나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조금만 꼼지락 거리면 식탁이 풍성해지며, 입맛을 돋구게 되어 살찌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모른척해버린다.
한 두끼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봄의 식탁을 꾸며보기로 했다.
'언제 비가 왔는가' 하고 하늘은 맑고,날씨는 화창했다.
땅이 질척거렸지만 냉이가 쑥쑥 자라고 있었기에 즐거움이 두배가 되었다.
냉이는 꽃대가 올라오면 뿌리가 질겨져서 맛이 없기에 부지런을 떨어서
들판에 있는 냉이를 얼른 얼른 캐다가 먹어야 하건만...
비온 뒤 냉이를 캐서 그런지 흙이 많이 붙어서 비닐장갑을 끼고 다듬어야 했다.
눈에 보이는대로 쑥과 냉이를 캤다고 생각했는데, 다듬고 보니
쑥은 겨우 두식구 한번 쑥국을 끓여먹을 정도였다.
흙속에서 냉이를 캤기에 물속에 담가놓았다.
흙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겨울동안에도 냉이 뿌리는 땅속에서
봄나물의 1인자가 되려고 노력했나보다.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냉이를 캐는 것도 꽉막힌 답답함이 해소되는 듯 하다.
잘 씻어 놓은 냉이와 쑥으로 봄의 식탁을 꾸며보고 싶었다.
시장에서 사온 것이 아니라 직접 캐온 쑥과 냉이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맛있는 음식으로 변신을 시켜야 했다.
우선 쑥국을 끓이기 위해서 멸치 다시를 냈다.
된장국에는 멸치 다시를 내는 것이 우선이니까...
냉이는 나물로 무치고, 쑥을 국을 끓이기로 했다.
대개는 쑥국을 끓일때 쇠고기를 넣거나 조갯살을 넣거나 날콩가루를 넣고 끓인다는데
사다놓은 굴이 있었기에 생굴을 넣고 쑥국을 끓이기로 했다.
멸치다시 우려낸 물에 집된장을 풀어서 된장덩어리를 걸러낸 후
쑥과 굴을 잘게 다져서 넣으면 된다.
된장을 풀은 국물에 마늘 다진것, 고추가루 약간, 대파를 썰어 넣으면 된다.
요즘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된장도 맛이 있지만
쑥국을 끓일때는 집된장과 섞어서 끓이면 더 맛이 있다.
생굴을 넣고 끓인 쑥국이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매화향이 코끝을 감미롭게 하고 있다.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저녁 식탁을 좀더 맛있게 하려고 '쭈꾸미 볶음'을 곁드리기로 했다.
냉이를 무쳐야하고, 쭈꾸미도 손질을 해놓았다.
냉이를 무칠때 국간장으로 무치기도 하고, 된장으로 무치기도 하는데
어릴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냉이나물 무침'이 생각나서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서
무쳐보기로 했다.
양념은 된장+고추장(1;1), 마늘다진것,물엿,매실엑기스,참기름,깨소금,땡초 다진것
간장으로 무친것보다 훨씬 맛이 있는 냉이무침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무쳐 놓았다가 밑반찬으로 먹으려면 색깔이 우중충해지니까
끓는물에 데쳐 놓았다가 식사준비할 때 무쳐 먹으면 더 맛이 있다.
매화가 절정이다. 싱숭생숭한 봄바람이 자꾸만 들녁으로 나오라고 한다.
봄바람이 가슴까지 들어오면 안되는데....
마트에는 일년내내 수입산 쭈꾸미가 있다.
'국내산'이라는 쭈꾸미가 많이 나오기 시작할 때는 봄철이다.
서해안에서는 봄철에 쭈꾸미가 많이 잡히는 것을 보니 요즈음이 제철인듯 하다.
특히, 낙지보다 육질이 졸깃해서 씹는맛이 좋은 서해안 쭈꾸미는 수심 깊은 바다에서
잡아올리며, 3~4월에는 흰밥 같은 알이 꽉차 있는데,지금 부터 제철이라고 한다.
쭈꾸미 볶음을 하기 위해서 우선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양념을 준비해야 한다.
쭈꾸미, 낙지,문어 볶음을 좋아해서 냉장고에는 늘 양념을 만들어 두고 있기 때문에
재료만 있으면 된다.
쭈꾸미 양념은 고추장+고추가루(1:1), 물엿,설탕,소주,매실엑기스,마늘다진것,참기름
준비해야할 야채는 양파,당근,땡초,애호박
팬에 고추장 양념을 넣고 뒤적이면서 끓이다가, 데친 쭈꾸미와 야채를 넣고
팬이 타지 않도록 볶아준다.
이미 데친 쭈꾸미이기 때문에 호박이 익을 정도로 볶으면 된다.
너무 볶으면 색도 안예쁘고, 맛이 없어지고,야채에서 물이 생기기 때문에 살짝 볶아서
양념이 배합되면 불을끄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먹음직스런 쭈꾸미 볶음을 봄철이면 자주 해먹는다.
수입산보다 국내산이 훨씬 맛이 있으니까 제철 음식인 쭈꾸미 요리를 많이 해먹으면
이른 봄에 입맛나는 식탁이 차려질 것 같다.
쭈꾸미는 한국,일본 등지의 얕은 모래땅에 사는 문어과의 연체동물이다.
낙지와 비슷한 쭈꾸미는 몸길이가 20cm정도로 낙지에 비해 50cm작은 것이 특징이다.
쭈꾸미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이 거의 없어 다이어트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봄을 느낄수 있는 제철음식이 입맛을 돋구어주는 식탁을 차릴수 있었다.
쑥국,냉이무침, 쭈꾸미볶음...
매화가 한창 피어나는 따사로운 봄철이지만, 감기로 인해 사라진 입맛을 되찾으려면
제철음식으로 약간 꼼지락거리면 한끼라도 맛깔스럽게 먹고 기운을 차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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