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살면서 비린내가 싫어 바닷가에도 잘 나가지 않았는데, '고동'이라는 소라 종류를 먹어본 후
그 맛에 푹 빠져 해산물을 팔고 있는 항구에 나가보았다.
고동 종류를 잔뜩 사다가 꼬챙이로 빼먹는 맛이 재미 있을 것 같아서 해산물을 파는 항구에 나갔다가
뜻하지 않게 참소라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푹 삶아진 소라의 알맹이를 빼놓고나서 먹을 것인가, 먹지 말아야 할 것인가
한참을 망설였다.
소라를 사다가 일품요리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를 걸었는데...
그냥 한숨이 흘러나왔다.
갓 잡은 싱싱한 소라 6마리를 10,000원 주고 사왔다.
생선을 비롯해 해산물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어느집에 손님으로 갔다가
소주 안주로 '고동'을 맛있게 먹고는 그 맛에 미련이 남아서
고동 보다 더 맛이 있을 것 같은 소라를 사왔다.
껍질이 단단한 소라를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웃에 있는 사람들은 소라무침, 소라죽을 해먹는다고 하는데
우선은 처음 먹어보는 해산물이기에 초장에 찍어서 술안주 삼아 먹기로 했다.
소라를 가스 불에 올려놓고, 끓기 시작할 때 부터 30분을 삶으면 요렇게 알맹이가 빠진다.
푹~ 30분을 삶아서 손바닥에 톡톡 치니까 요렇게 내장까지 잘도 빠져 나온다.
내장은 찝찝해서 버리고 싶은데, 맛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크나큰 나의 실수로 소라를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물 건너 가버렸다.
자신있게, 그리고 맛있게 삶아낸 '참소라'를 입에 넣는 순간 우지직~모래가 씹혔다.
조개 종류나 소라, 고동...등은 소금물에 해감을 시켜야 하는데
아둔한 머리 때문에 입이 고생을 하게 생겼다.
아니 입이 고생을 했다.
그것도 한 입이 아니라 두 입이.....
모래를먹고, 토해내지 않은 상태에서 푹푹 삶아진 '소라'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없었다.
맛있다는 참소라의 내장(똥)에는 모래가 가득 들었으며
쫄깃한 몸통에도 모래가 들어 있어서 모처럼 준비한 소주 잔을 비울 수가 없었다.
소라 안주로 포장마차의 기분을 내면서 한잔 하려고 했던 즐거움은 사라지고
모래 속에 있는 소라를 주워 먹는 것 같은 별스러운 소라의 맛을 시식하게 되었다.
식탁에 놓인 술잔을 비워야 하는데, 별난 안주는 술 맛 까지 별스럽게 만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