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 범어사 산내암자 '원효암'은 금정구 청룡동 산 524번지 금정산 자락에 있다.
이 암자는 통일신라시대(10세기말) 의상대사가 범어사를 창건한 해에 원효대사가 금정산 미륵암과 함께
원효암을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어사 경내를 지나 금정산으로 오르는 뒷 숲에서 원효암까지 1km라는 이정표를 보고
왼쪽 계곡의 작은 다리를 건너 약간 힘겨운 산길을 걸어서 원효암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은 문을 지나고
또다시 나무에 매달린 이정표 같은 안내판을 지나고
전나무 숲이 울창한 호젓한 길을 걸어서 도착한 시간은 30여분, 드디어 원효암의 대문 앞에 섰다.
일반적으로 사찰에서는 일주문을 지나면 보통 금강문이 없으면 천왕문이라도 있다.
금강문이 없는 절에는 대문으로 들어서는 두 문짝에 '금강역사'가 그림으로 모셔져 있다.
그렇다면 원효암의 대문에 금강역사가 모셔져있으니 '금강문'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금강역사는 오백의 신을 거느리고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신(神)이다.
사천왕과는 달리 관이나 갑옷을 입지 않고 윗몸은 벗은 채 허리에만 옷을 걸치고 있다.
무섭게 보이지만 그 의미를 살펴보면 오히려 고맙고 든든한 느낌을 가지게 될것이다.
금강역사를 고요한 마음으로 보는 순간 선한 마음을 누르고 있던 악한 마음은 무서워서
달아나버리고 이제 선한 마음이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될것이다.
대문을 들어서니 흐드러지게 핀 고목나무의 하얀 목련에게 마음을 사로잡혔다.
산 밑의 바깥세상은 이미 목련이 사라진지 한참 되었다.
100년도 넘는 세월을 산바람과 함께 했을 것 같은 대문의 지붕을 바라보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힘들게 올라왔던 원효암이 범어사 산내암자중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직도 목련이 꽃봉오리에 머물러 있다.
도심에는 목련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는데, 이곳에서는 이제서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앉은 키의 향나무가 낡은 원효암의 건물을 돋보이게 한다.
퇴색되어 더욱 고즈넉해보이는 '원효암'의 법당, 툇마루에 오래도록 앉아 있고 싶어진다.
원효암 '목조관음보살좌상(부산 유형문화재 제96호)'
지장보살좌상
반질반질 윤기나는 툇마루를 가진 어느 비구니 스님이 계신 암자와는 대조적이다.
빛이 바랜 단청들은 세속의 시간을 잊은 것 같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직접 썼다는 '무량수각'이라는 편액이 해남 대흥사 요사채에 써있는 글씨와 똑같다.
그곳에도 추사 김정희 선생이 썼다고 하는 '무량수전'이라는 글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천량수각'이라고 읽는것 같은데, 없을 無자가 하늘 天 처럼 보여서 그렇다고 ....
무량수전, 아미타전,극락전은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 전각으로 알고 있는데,
원효암에서는 '무량수각'에 모셔진 부처님 '관세음보살님'이시다.
원효암은 언제나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싸고 있는 금정산의 명당에 자리잡은 참선수도의 도량이다.
요사채인듯 보이는데, 기도하러온 보살님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현재 원효암에는 범어사 조실(祖室) '지유스님'이 장좌불와의 수행에 정진하면서 주석하고 계시다.
방장(方丈)과 조실(祖室)
방장(方丈)은 한국불교에서 초대형 사찰 즉 총림(叢林)의 가장 높은 어른을 가리키는 용어
총림(叢林)은 참선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선원, 불교 경전을 교육하는 강원, 계율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율원을두루 갖춘 사찰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해인사,통도사.송광사,수덕사,백양사 등 5개의 사찰이 총림으로 지정되어
다섯 분의 방장이 있다.
조실(祖室)은 선원,강원,율원이 모두 갖춰진 사찰의 최고 어른이 방장이라면,
선원만 있는 경우의 가장 높은 어른이 조실이다.
선(禪) 수행의 높은 경험과 연륜으로 후배 수행자들을 지도하는 선원 내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그 선원의 선풍(禪風)을 대표하는 스님이기도 하다.
원효암 '서편 삼층석탑(부산 광역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12호)'
이 탑은 신라말에서 고려초의 3층석탑이다.
지금의 원효암 서북쪽으로 30m 떨어진 공터에 있었던 것을 원효암 경내인 지금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원효암 경내에 또하나의 부도가 있다.
지난날에는 암자 경내를 통하는 금정산 북문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었으나
현재는 폐쇄되어 일반인의 통행이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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