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 살고 있는 지인 집을 가기 위해 산비탈 숲길을 따라 걸어갔다.
물론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어디만큼에서 하차를 했던 이유는
요즘 절정으로 피고 있는 아카시아꽃 향기를 한껏 느끼고 싶어서였다.
어느새 시간은 5월의 중반으로 들어섰고...
빨간 넝쿨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했고
여러 색깔의 작약꽃이 화사함을 만들어내는 예쁜 계절이라서
그다지 꽃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은채
순전히 아카시아 꽃향기 때문에 숲길을 걷고 있는데...
구슬프게 간간히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가 발걸음을 그냥 가볍게 해줬다.
숲에는 산딸기꽃이 하얗게 피고 있었고, 찔레꽃도 제법 분위기를 만들었으나
중요한 것은 아카시아꽃 향기였다.
도심 주변에서는 공해 때문인지 아카시아꽃 향기를 느낄 수 없다는데...
이곳 숲길에서는 아카시아 꽃 향기가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 까지 정화시켜주는 그런 호사스런 느낌이었다.
5월의 숲에는 하얀꽃들이 제법 많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연보라빛 오동나무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해주고 있었으나
나무가 너무 높아서 오동나무꽃은 그저 바라보는 꽃이라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산 밑에 있는 아파트에 살다보니
현관문 밖을 나가면 온통 아카시아꽃과
찔레꽃이 지천으로 피고 있다보니
늦봄 5월의 꽃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엊그제 부터
소리를 내기 시작한 뻐꾸기 덕분에
연분홍빛 4월의 봄과 하얀색 5월의 늦봄이
정확하게 구분되는 것 같아서 좋기만 했다.
산비탈 곳곳에는
양봉하는 도구들이 눈에 띄였음은
얼마나 아카시아꽃이 많은가를 실감했다.
어린시절에는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는
아카시아꽃을 따먹었던 기억이 있다.
달착지근하고 아삭한 식감....
그리고 입속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는
지금도 가끔은 꽃잎을 따서
그 맛을 음미하고 싶다는 충동이 있기도 했다.
아카시아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이다.
숲길을 따라서 10분을 걸어갔어도
아카시아 나무는 여전히 많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카시아꽃길은...
바닥에는 어느새 꽃잎이 떨어져서
하얀 눈 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아카시아 숲길이고
또 한쪽에는 찔레꽃이 피어있는
좁다란 숲길은
진짜 혼자 걷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해봤다.
아카시아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00년 초에 황폐지 복구용 또는
연료림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와서
전국에 식재된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아카시아꽃은 향기가 진하고
꿀이 많이 들어 있어서
꿀벌들이 너무 좋아하다보니
곳곳에 양봉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부르는 아카시아는
사실, 미국 원산의 '아까시나무'를 일컫는데
아까시 나무는
아카시아 나무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라고 했으며
아카시아는 대부분 노란꽃을 피우고
아까시 나무에서는 하얀꽃이 핀다고 했다.
그러나 예로 부터 흔히 쓰였다는 이유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까시 나무'를
*아카시아 나무*로 부르는 것을 인정해버려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는데...
어릴때 부터 익숙하게 부르던 아카시아꽃을
갑작스레 아까시 꽃으로 부른다는 것이
그다지 익숙치 않다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아파트 후문 옆의 아카시아 나무는
아주 커다란 고목나무였다.
오후 6시쯤 석양빛이 뒤덮인
아카시아나무 꽃이 노란색으로 변했다.
아무리 봐도 다른 꽃 처럼 보였으나
아카시아 하얀꽃에 석양빛이 비치다보니
갑자기 노란꽃으로 변했다는 것이
볼수록 신기하기만 했다.
오동나무꽃도 수명이 꽤 긴 것 같았다.
한달 전 부터 피기 시작하는
오동나무꽃은 여전히 예쁘기만 했다.
오동나무는 현삼과
오동나무 속에 속하는 낙엽활엽 교목이다.
5월 ~6월에 잎보다 먼저
연보라색꽃을 볼 수 있으며
열매는 10월에 성숙한다고 했다.
오동나무 수명은 짧은 편으로
약 70년 정도이지만 예외적으로
100년 넘게 살아있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유난히
오동나무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연보라색을 슬픈 보라색으로 부를 정도로
오동나무꽃을 무척 좋아하는데...
산비탈 곳곳에서도 꽃이 많이 피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동나무를
우리나라 토종이라고 본다고 한다는데...
평안남도 경기도 이남의 한반도에 분포한다.
옛날에는 가정에서 아들이 태어나면
선산에 소나무를 심었고
딸이 태어나면 밭에 오동나무를 심어서
딸이 나이가 차서 결혼하게 되면
오동나무를 베어 가구를 만들어서 혼수로 쓰는
그런 풍습이 있었다고 하며
또한 사람이 죽으면 관을 짜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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