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바람이 너무 심한 텃밭에서

nami2 2025. 3. 14. 22:30

이른 봄날의 낮기온은 영상14~16도 라서 그다지 춥다는 느낌이 없거늘
요즘 어찌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것인지?
몸이 가벼운 사람들은 혹시 날아가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했었다.

해안가에는 음력 2월 초하루에 바람을 몰고 다니는 영등할매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다가 음력 20일 쯤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올해는 진작 올라갔는줄 알았더니
아직도 해안가에 머물고 있는듯, 바람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 그러려니 하면서도
겉잡을 수 없는 심술궂은 바람은 시간이 지나도 잦아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해안가에 전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바람의 신 '영등할매'가 하늘에서 내려올때에

이쁜 딸과 함께 내려올 때는 딸의 옷이 벗겨질까봐 조심히 내려오는데

며느리 하고 내려올 때는 며느리 옷이 벗겨져서 챙피당하라고

거센 바람을 몰고 온다고 한다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영등할매가 며느리 하고 내려오지 않았을까 생각 될 만큼

바람 때문에 날아갈 것 같다는 위기를 몇번이나 느껴보기도 했었다.

인근 해안가 마을에서 풍어제를 지낸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바람을 잦게 하고, 고기 많이 잡히게 한다는 풍어제가 끝나면 영등할매도
하늘로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해봤으나 아직은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주말 부터 며칠동안 계속 비 소식이 있다고 해서 큰맘 먹고
텃밭에서 열심히 일을 하려고 했지만 어찌나 세찬 바람이 훼방을 놓는지?
마음만 바빴을뿐, 오늘 목표했던 텃밭일을 끝내지 못했음이 아쉽기만 했다.

텃밭 주변의 들판에서
살구꽃을 닮은 분홍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이 매화가 사라질 무렵이면
진짜 살구꽃과 복사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바람은 심했어도 꽃은 여전히 예쁘게 핀다.

바람이 너무 심하니까
예쁘게 피던 꽃들이 수난을 겪는 것 같다.
나무가지가 휘어질 만큼의 바람....
그래도 날마다 꽃은 예쁘게 피고 있다.

봄날의 새싹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도 너무 잘크고 있다.
호박 지지대 틈새에서
쑥과 돌나물은 아주 예쁜 모습이었다.

잡풀이 많이 나오는 계절에는
돌나물도 번거로워서 무조건 뽑아냈는데
번식력 좋은 돌나물은
어느새 이렇게 예쁘게 새싹을 키워냈다.

 

조금 더 크면 뜯어다가 비빔밥,  샐러드 ..
구박할 때는 언제였는가?
뜯어다가 먹을 생각하는 것이 우습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잘 버틴 상추가
봄 기운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하루가 다르게 예쁜 모습이다.

당귀 새싹이 이만큼 올라왔다.
뿌리를 먹는 당귀였으나
화초 키우듯이 관리를 해주고 있다.

뿌리를 먹는 당귀 잎에서는

그다지 당귀 특유의 한약 냄새가 없었다.

 

그래서 당귀 특유의 한약 냄새가 있는

잎당귀(일당귀)를 사다가 심었다.

나는 그다지 당귀 향을 좋아하지 않는데

 

서울 여동생네 가족들이 좋아하니까

상추 뜯어서 보낼 때 함께 잎을 보내게 된다.



나무 밑에 심어놓은
눈개승마' 새싹이 요렇게 예쁜 모습이다.
두릅 보다 더 맛있는 '눈개승마'였기에
새싹도 흡족할 만큼 예쁘기만 했다.

취나물, 참나물, 쑥부쟁이나물
부지깽이나물, 삼잎국화...등등
나물 밭을 정리하고 거름도 뿌려주었으며

 

밑거름 된 감자밭에는 감자를 심었고
당근 밭은 밑거름을 해놨으나

바쁘게 일을 했었어도 아직 씨는 뿌리지 않았다.

밭고랑에 풀 뽑은 자리가 깔끔해서 보기좋았다.

 

겨울 내내 얼었다 녹았다 했던
대파 밭도 거름을 해주니까
하루가 다르게 통통해지는 모습이 귀여웠다.

시금치를 뜯어서 밭에서 다듬고 있는데
어찌나 바람이 심했던지?

 

그릇이 날아다니고

뽑아놓은 시금치가 바람에 날아갔으며
흙먼지가 코와 눈으로 자꾸 들어갔다.
할수없이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맛있게 자라고 있을 때
김치 담그고 싶어서 유채도 뽑았다.
유채는 꽃대가 올라오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부지런히 뜯어다가 먹어야 한다.

 

이른 봄날에는

월동했던 채소들을 많이 먹게되니까

혹시 이마에서

뿔이 나오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이맘때 채소들이 맛이 있기 때문에

텃밭하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면서 열심히 먹는다.

 

텃밭에서 채소를 뽑은 후 다듬어서
집으로 가져오면 편하고 좋은데
어찌나 바람이 심하게 불던지?
집  거실에서 신문지 깔고 다듬어야 했다.

유채와 쪽파를 넣고 김치 담그면
이맘때 먹게 되는 별미가 된다.

다듬어 놓은 유채와 쪽파는

그다지 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혼자 먹는 김치는 될 것 같았다.

며칠동안 밭 정리를 하면서
캐다가 놓은 냉이가 제법 되었다.
흙물을 빼내는데 한나절이다.
맑은 물이 나올 때 까지 계속 담가놨다가
씻어 내기를 수차례 반복이다.

냉동고에 저장하려고
끓는 물에 데쳤더니 이만큼이다.

비닐팩에 담아서 저장해놨다가
서울 동생집으로, 부산 조카네로 택배...

유채와 쪽파를 넣고 김치를 담가봤다.

아직 맵지도 않은 파김치가 먹을만 했다.
유채와 곁들인 파김치는
이맘때 먹어보는 별미의 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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