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음력 2월 초하루에 통도사 가면서
산문 안의 긴 소나무 숲길을 걸어가는데
송수정 찻집 앞을 지나다가 영결식 준비를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느 스님께서 열반을 하셨을까?
연화대(다비장)로 들어가는 숲길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우선 어느 스님이신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통도사 주지스님을 지내신 목산당(牧山堂) 지은(知恩) 대종사 께서
2월 26일 오후 4시 산내암자 축서암에서
법납68년, 세수84세로 원적에 들었다고 했다.
분향소는 영축총림 통도사 설선당
영결식은 2월28일 오후 2시
영축총림 통도사 송수정 앞에서
산중장으로 엄수되며
다비식은 2월 28일 오후3시
통도사 연화대(다비식)에서 봉행된다고 했다.
*피안은 불교에서 열반과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하는 중요한 개념인데
피안(彼岸)은 한자로 저 언덕 또는 저 편의 세계를 의미하며
불교에서 중생이 도달해야 할 깨달음의 세계(열반)을 뜻하는 중요한 용어라고 한다.
음력 2월 초하루라서 불사리탑에 부처님 뵙고
명부전에서 기도를 끝낸 후
암자로 가는 숲길을 가다보니
설선당 앞에 분향소가 차려진 것이 눈에 띄었다.
근조 현수막이 곳곳에 있었기에 짐작이 갔다.
영결식 시간은 2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2시인데...
소나무 숲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는 길은
어차피 영결식장을 지나가야 했었다.
암자에 볼일을 끝내고 설선당 앞을 지나는데
영결식장으로 가려고
길을 나서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시간과
영결식 시간이 거의 비슷했었기에
그 시간을 피하기 위해
통도사 경내에서 머뭇거리다가 갔더니
송수정 찻집 앞에서 영결식은 끝나고 있었다.
영결식을 끝낸 행렬이 숲으로 가고 있었다.
이 길은 연화대(다비장)로 가는 길이다.
마음은 집으로 가려고 했으나
발길은 나도 모르게 숲으로 가고 있었다.
통도사를 가려면
늘 소나무 숲길을 걸어가야 했으며
이 길은 송수정이라는 찻집 앞에 있었기에
통도사로 40분 걸어가다가 잠시 쉬면서
늘 아무생각 없이 바라보던 길이었는데
그날은 행렬의 뒤를 숲길을 걷게되었다.
진짜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 처럼
마음은 그냥 편안했다.
연화대(다비장)에 거의 다달은듯...
예전의 큰스님들의 다비식을 지켜볼 때는
장작더미가 집채 만큼 커다랗게 쌓였었는데
통도사의 다비장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 망설임도 있었다.
요즘의 다비장은
예전의 모습과는 전혀 아닌 모습이었다.
마지막 다비장은 10여년 전에
어느 스님의 다비장 끝낸 후 절집에 갔을때
나무 태운 냄새가 절집 가득이었고
며칠 동안 연기와 함께 불탄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던 기억인데...
통도사 연화대는 전각으로 되어 있었다.
운구차에서 막 운구가 끝난듯
장의차가 연화대 앞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예전 큰스님의 다비식 때는
장작더미 위에 불을 넣으면서
'스님 불 들어갑니다'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스윗치를 누르면서
"스님 불 들어갑니다"를 외쳤다.
순간 이곳 저곳에서
나무아미타불과 염불과 함께
통곡의 소리가 들려왔다.
스위치를 누르면서 시작된 다비장...
연화대 문이 닫혔다.
연화대 문은 '반야용선 '그림이 그려졌다.
반야용선은
중생을 태워서 고통이 없는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활을 한다고 하며
불가에서는 사람이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죽어서 반야용선을 타고
영계의 바다를 건너 극락정토로 간다고 했다.
반야용선은 어지러운 세상을 넘어
피안의 극락정토에 갈때 탄다는 배라고 한다.
다비장은 계속되고
모두들 큰소리로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며
꼼짝도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스님들께서는 다비장이 진행되는 동안
연화대 전각을 돌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계속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니까
검은 연기가 전각 위로 나오기 시작했다.
스님들께서 산길을 내려가기에
다시 뒤를 따라갔다.
목산당 지은 대종사는
1957년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으셨고
1960년 4월8일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하셨다고 한다.
검은 연기는 계속해서 진행되는 중...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극락왕생 하시라는
염불만 계속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목산 지은 스님의 열반송(涅槃頌)
목산 지은은
사바의 문을 닫고 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그러니 할 얘기가 있어 잠시 망상에 머문다.
진 허공에 다시 무엇을 언급하랴
무(無)자가 본성(本性)이로다.
나 이제 적멸보궁으로 귀의 하노라
시방 삼보여 영원히 함께 하소서
- 목산 지은 합장-
'그림 > 산사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력 2월 초하루 통도사 풍경 (16) | 2025.03.05 |
---|---|
통도사,활짝 핀 홍매화 찾기 (23) | 2025.02.28 |
음력 정월초, 통도사 풍경 (18) | 2025.01.31 |
을사년 새해 첫날 통도사에서 (21) | 2025.01.02 |
2024년 마지막 날 숲길에서 (14) | 2024.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