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 웅크리고 있다보니 꽃피는 봄이 되었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초파일이 20일 남짓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마다 그랬듯이 연등을 접수하기 위해서 재적사찰인 장안사로 길을 나섰다.
산불의 화마가 장안사 주변 까지 들이닥쳐서 위험의 순간 까지 갔었으므로
보물급 문화재들을 잠시 피신 시킨다는 소식을
뉴스로 보면서 마음 졸이고, 안타까워 했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장안사로 가는 길은 연두빛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온갖 꽃들이 피고 있는 4월 중순에 갑자기 기온은 3월 초순의 날씨로 되돌아 갔건만
절집으로 가는 산길의 연두빛 초목들은 그냥 바라만봐도 탄성을 지르게 했다.
더구나 초파일을 앞둔 이맘때의 풍경은 꽃이 없어도 "멋지다"라는 표현인 것은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연등과 연두빛 나무들이 어우러짐이 아닌가도 생각해봤다.
또한 아무도 가지않는 호젓한 산길을 걸어가면서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은
이틀동안 내린 빗물 덕분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도 정겹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 중순의 날씨 치고는 정말 추웠던 날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꽃이 없었어도 너무 예쁜...
절집으로 가는 길은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연등과 연두빛 풍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멈춰선채 바라봤던 산자락은
꽃이 피는 4월 봄날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야생 복사꽃이 어찌 그리 예뻤던지?
배차시간이 1시간 간격인 산골마을로 가는
마을버스에서 혼자 내린 후
장안사로 가기위한
20분의 산길을 걷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그러나 계곡 건너 산등성이를 바라보니
겁쟁이의 버거움은 사라진듯...
봄날의 풍경은 너무 예쁘기만 했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봄가뭄인가 했더니
이틀 동안 흠뻑 내린 빗물 덕분에
계곡의 물소리는 시원하게 들려왔다.
아직은 조금 이른듯...
병꽃이 피기 시작했으나 삼색병꽃인지
붉은 병꽃인지는 구분이 안되었다.
계곡 주변에 병꽃이 제법 피고 있었으나
시기적으로 아직인듯...
꽃색깔이 선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숲길을 걸어가며 혹시나 하면서
야생화들을 찾아봤으나
이미 봄 야생화들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뒤늦게 꽃이 피는 노란색 꽃들뿐이었다.
노란색 꽃은 세잎양지꽃이었다.
세잎양지꽃은
일반 양지꽃과 비슷하나 잎이 세갈래
갈린 점이 뚜렷이 구분된다고 한다.
천년고찰 장안사 입구는
언제 찾아가봐도 늘 변함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다른 곳에는 이미 벚꽃이 모두 사라졌는데
장안사 입구에는
이제서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땅 위로 흩어져 내린 동백꽃잎 조차도
아름다운 봄날 풍경을 연출한듯 했다.
장안사 천왕문 앞의 벚꽃은
바람이 불때마다 흩날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이 봄날에 마지막 벚꽃이 아닌가 했다.
장안사 천왕문 앞에서 바라본 4월 풍경
장안사 대웅전(보물1771호)) 뒷쪽의
대나무숲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지난번 울주군 대운산 산불의 화마가
대웅전을 위태롭게 했기 때문이다.
장안사 대웅전(보물1771호)을 지키기 위해
대나무숲을 베어냈다는 소식을
뉴스로 들었는데
실제로 바라보니 아찔하기만 했었다.
산불의 화마가 이곳을 덮쳤다면
천년을 넘게 지켜온 장안사의 운명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대웅전을 비롯해서 경내 전각들의
산불 화마를 막기위한
방화벽도 아직 남아 있었다.
그래도 산불은 완전히 진화되었으며
장안사는 산불의 피해가 없었고...
이렇게 평온한 경내의 고즈넉함도
경건함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산자락도
봄날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불광산 장안사는
통일신라 문무왕13(67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아직은 남아 있는 벚꽃과
초파일을 앞둔 오색연등과
그리고 연두빛의 싱그러운 초목들도
모두 4월 봄날의 풍경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림 > 산사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파일을 며칠 앞둔 통도사 (20) | 2025.04.28 |
---|---|
봄 풍경이 예쁜 작은 암자 (17) | 2025.04.16 |
홍매화가 흔적없는 통도사 (16) | 2025.03.31 |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 (16) | 2025.03.06 |
음력 2월 초하루 통도사 풍경 (16) | 2025.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