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음력 정월초, 통도사 풍경

nami2 2025. 1. 31. 22:19

새해 들어서면서 자주 내린다는 눈은

어떤 곳에서는 폭설이 너무 심해서 피해를 많이 봤다고 하건만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지역은 하늘로 부터 왕따를 당한 느낌이었다.
어쩜 그리도 단 한줌의 싸락눈도 내리지 않는 것인지?
그러나 눈은 내리지 않았어도 날씨 만큼은 많이 움츠릴 만큼 추웠다.

그래서인지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설명절 전에는 겨울이 껑충 뛰어서 봄이오고 있는가  할 정도로

따뜻하기만 한 것이 재미없다고 투덜거렸건만
그 봄은 아직도 먼발치에서 다가올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음력 정월 초하루에는 설명절이어서 바쁘기만 했었고

정월 초이튿날에는 집안일 때문에 또 많이 바빴었다.
그래서 오늘 초삼일 만큼은 바쁜 일이 있더라도 제켜놓고 절집에 갔었다.

새해 들어서는 그다지 많이 춥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채
한달이라는 시간을 얼떨결에 보냈었기에, 오늘 통도사에 가면서
당연하게 370년 된 자장매(홍매화)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해마다 설명절 쯤에는 홍매화 사진을 찍어와서 자랑을 했었기에...
올해도 기대를 많이 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깜깜 무소식이었다.

 

새해들어서 꽃이 피지 않을 만큼 날씨가 추웠던 기억은 없는 것 같았는데
황당하다는 생각을 할 만큼 올해는 통도사가 아니더라도
집 주변에 매화 소식이 아직 없다는 것이 그냥 의아해기만 했었다.

해마다 설명절에 통도사에 가면
활짝 핀 홍매화  덕분에
한겨울에 매화를 만났다고 흐뭇해 했는데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이런 꽃봉오리 모습도 일부분이었다.

아무리 찾아봤어도
단 한송이도 활짝 핀 꽃송이가 없었다.
이 정도의 꽃봉오리는 아마도 한달 정도

기다려야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었다.

통도사 영각앞의 370년 된 자장매 나무는
아마도 다음 달 음력 2월 초하루 쯤에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할 만큼...

꽃봉오리는 수수알 정도로 부풀고 있었다.

아직은 겨울나무 그 자체였다.

 

성보박물관 앞의 모과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모과 열매가 그대로 예술품이 된듯...
아무리 쳐다봐도 신기하기만 했다.

모과나무 열매와
굴곡이 있는듯한 나무줄기 또한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 된 것 같았다.

경이롭기 까지 했었다.

 

통도사 종무소 담장 옆에
삼지닥나무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삼지닥나무는 팥꽃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중국이 원산지이다.
3~4월에 노란색으로 꽃이 예쁘게 피는데
홍매화 필 쯤에 덩달아 꽃이 필 것 같았다.

수각에서 손을 씻으려니까
수각의 맨 끝에 얼음이 눈에 띄였다.
그동안 많이 추웠음이 느껴졌다.

개울물소리가 졸졸...
숲길을 걷는데 물소리가 듣기좋았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자연의 소리였기에 잠깐 발을 멈췄다.

작은 폭포 앞에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도
겨울답지 않게 시원스럽게 들렸으나
사실은 숲길의 날씨는 꽤 추웠다.

암자 앞에서 빨간 열매를 만났다.
꽃이 없는 이 계절에는
진짜 꽃보다 더 아름답기만 했다.
빨간 열매는 호랑가시나무 열매였다.

호랑가시나무는
중국에서는 늙은 호랑이 발톱 같다고 하여
노호자(老虎刺)라고 부르거나
어린 고양이 발톱 같다고 하여
묘아자(猫兒刺)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며, 3m 까지 자라는 상록수이다.
특이한 모양의 빨간열매가  특징인데
열매에 독이 있어서 식용할 수는 없다고 한다.

꽃이 없는 계절에는 애기동백꽃도
귀중하게 여겨지는

춥기만한 산속의 암자 주변이다.

숲길을 걸으면서 숲길 옆 개울가에서
버들강아지를 만났다.
설명절이 지난후

이맘때 만나게 되는 버들강아지가 반가웠다.

버들강아지는 갯버들 나무의 꽃이라고 한다.
갯버들은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원산지는 '아시아'이며, 꽃말은 '친절, 포근한 사랑'이다.

 

버들강아지는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설명절이 지나고 나서

개울가에 나가면  만날수 있다는 것은...

어린시절의 기억속에서 지금 까지도 잊혀지지 않은채

많이 반가웠으며, 한편으로는 그리움이 되기도 했다.

 

그 옛날 개울가로 빨래하러 가는 어머니를 쫒아가면

빨래를 하시다가 버들강아지를 한묶음 꺾어주시던

그때의 어머니 모습이 아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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