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암자로 가는 쓸쓸한 겨울 숲길

nami2 2023. 12. 15. 22:22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면서 흙먼지가 날릴 만큼의 가뭄이 되는가 했더니
뜬금없이 하루 이틀 사흘...
추적거리며 내리는 차거운 겨울비는 오늘도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내렸다.

봄 여름 가을에 내리는 비는 우산을 쓰고라도 걷기운동을 했었지만
으시시 한기를 느끼게 하는 겨울비는 감기라도 찾아들까봐 염려스러워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채 꼼짝없이 집콕을 하면서

하루종일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만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오늘은 어쩔수없이 걷기운동을 쉬게 되었더니
그냥 따분했고, 운동부족 되는 것 같기도 했고,재미도 없었던 날이었다.
무슨 겨울비가 몇날 며칠을 그렇게 많이 내리는 것인지

불만스러움으로 투덜거렸지만 다음 주 부터 영하의 날씨가 된다고 하니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영상의 포근한 날씨속에서

예쁜 꽂이 피지 않아도 좋으니 겨울은 겨울답기만 바랄뿐이다.

엊그제 초하루에 갔었던 ...
통도사 소나무 숲길 주변 곳곳에서 
빨간 열매가 꽃을 만난듯 반갑기만 했다.
열매의 이름은 청미래덩굴 열매였다.

삭막하기만한 겨울 숲에서 꽃이 핀듯한
빨간색의 열매는
늘 이맘때 겨울산행을 하게되면
만나게 되는 청미래덩굴 열매인데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따먹어봤던 기억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왜냐하면 색깔이 예쁠수록 유혹은 강했으나
그 맛은 시큼털털에 떫고 쓴맛은
'절대로 따먹지 마세요' 메모하고 싶어졌다.

양산 통도사로 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거리의 겨울나무들이 참 쓸쓸하기만 했다.
한달 전만 하더라도
가로수의 노란 은행잎이 분위기 있게
떨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건만
어느새  겨울 풍경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통도사 뒷곁에서 암자로 가는 숲길이다.
무엇 때문에 출입금지를 시켰는지?
낙엽 쌓인 숲길이 아쉽기만 했다.

암자로 가는 호젓한 길은
통도사에 가면 늘 걸어보는 숲길인데
휑한 모습이 영락없는 겨울이지만
개울가의 물흐르는 소리가 그다지 쓸쓸하지는 않았다.

암자의 돌담가에 곱게 피어 있는
애기동백꽃 마져
웬지 외롭게 느껴지는 풍경으로

그래서 더욱 흙돌담이 고즈넉하게 느껴졌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또다른 암자 까지, 한바퀴 돌아보는 것은
혼자만이 사색할 수 있는 멋진 길이라서
수행하는 마음으로 늘 습관 처럼 걷게된다.

아무도 따먹지 않는 숲속의 야생 감나무는
겨울의 시간이 빨라질수록 더 말랑말랑 해졌다.
손이라도 닿을수만 있다면
한개 정도 따먹어 보겠지만
감나무는 너무 키가 컸기에 사진 찍는것으로 만족했다.

아주 예쁜 모습의 붉은 감은
과연 누구 입으로 들어갈 것인가 궁금했다.

숲속에 파묻혀 있는 암자의 요사채

짙은 보랏빛으로 피어 있는 이맘때의 들국화는
구태여 이름을 묻고 싶지 않았다.
이 겨울에 꽃이 피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기 때문이다.

암자 주변을
한바퀴 기웃거리며 돌아다닌 후
다시 통도사로 들어가는 숲길이다.

숲길에는 봄날에 피는 꽃이 제법 피어 있었다.
어찌보면 진달래 같기도 했고
또 어찌보면 산철쭉 같았지만
지금 계절에 꽃이 피는 것이 반갑지 않았기에
꽃이름은 정확하게 알고싶지 않았다.

통도사 소나무 숲길을 걸어가다 보면
숲속에 작은 오두막 같은 카페가 있다.

 

지붕 위에 소복하게 떨어진 낙엽이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예쁜 카페는

개울물 소리와 새 소리, 그리고 소나무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할 때도 있었다.

 

통도사 산문에서 부터  20분 걷다보면 나타나는
반가운 찻집인데, 가끔은 차 한잔 하면서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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