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겨울날의 묘관음사에서

nami2 2024. 1. 31. 22:31

열흘 가까이 엄청 추웠던 날씨가 완전하게 풀린듯...
간밤에 예고없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나 했더니
오늘 낮 기온은 믿기지 않을 만큼의 포근함으로 영상 12도가 되었다.
아직은 음력 섣달이라서 언제 어느 때 또다시 기온이 내려갈지는 모르나
일단은 들판의 매실나무 꽃봉오리가 팝콘 터지듯이
자꾸만 활짝 피고 있다는 것을 보면 겨울 끝, 봄시작인듯 했다.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은 2월이 시작되면
바람은 너무 심하게 불지언정,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말하게 된다.

동백나무가 사찰 전체를 뒤덮은 곳에  혹시 동백꽃이 피었는가 가봤더니
추위가 오래 머물렀던 탓인지, 아직은 이렇다할 동백꽃이  피지 않은
동해남부 임랑해수욕장 주변, 산기슭에 위치한 묘관음사에 다녀왔다.

인기척이 없는 고즈넉한 경내에 들어섰더니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종 소리가
뎅그렁 ~뎅그렁 적막을 깨트리고 있었다.

정말 아무도 없는 것 처럼 너무 조용한 절집에서
대웅전 부처님을 뵙고 나오는데
처마끝에서 뎅그렁 거리는 종소리가
마음을  너무도 차분하게 했다.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종은
바람이 부는대로 흔들리면서  소리가 나는 종인데
대부분 사찰에 매달린 풍경종은 물고기가 매달려 있다.

대웅전 한 켠에 커다란 목탁이 눈에 띄었다.
사찰 경내  도량석 할 때 치는 목탁으로
일반적인 목탁보다는 몇배나 큰 것인데
보통  도량석 목탁은 그 사찰에서 가장 큰 목탁이며
대추나무로 만든 목탁을 최고로 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새벽 3시에 시작하는 도량석(道楊釋)은
사찰의 하루 일과 중 첫 의식으로서
도량을 맑게 하고
모든 잡귀를 몰아낸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언덕위 관음전 앞에서 내려다본 묘관음사 전경

멀리 임랑해수욕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묘관음사 뒷곁은
온통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른 시기였는지
동백나무 꽃봉오리만 다닥다닥이었다.

묘관음사 이곳 툇마루에
햇빛이 따사롭게 비추고 있었다.

늘 묘관음사에 갈 때마다 이곳 툇마루를
그냥 말없이 멍때리게 바라보게 하는 것은..

 

우리아저씨가  하늘로 떠나가던 그해의 이맘때 겨울
묘관음사 가고싶다고 해서 많이 아픈사람을
억지로 부축해서 갔었는데
늘 기도 드리던 관음전은 힘들어서  올라가지 못한채
툇마루에서 아무 말없이 한시간 정도 앉아 있던 모습이

많은 시간이 지나갔어도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해마다 이맘때는 습관 처럼 이곳을 찾게 되는데
어느새 올해가 벌써 6년째 된다.

 

*이곳을 다녀간 후  2개월 쯤에
우리집 아저씨는 하늘로 떠났다.*

묘관음사 경내

이곳은 일반 사찰이라기보다는
스님들 께서 수행정진 하는 선방이기에
경내는 늘 인기척없이 고즈넉한 곳이다.

날씨는 포근했지만
꽁꽁 얼었던 물은 아직 녹지 않았다.

묘관음사 부도전 부근의
동백나무 숲에서 어렵게 찾아낸  동백꽃...

날씨가 많이 추웠던 탓인지
동백꽃은 이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묘관음사 부도전 주변의 동백나무
그리고 멀리 바라보이는 푸른바다가
아름답게 보여졌다.

이곳의 동백꽃은
아마도 2월 중순 부터 3월 초에
절정이 되지 않을까 가늠 해봤다.

묘관음사에는 일주문이 없다.
동해선 전철이 지나가는 철길 밑이 산문인듯...
입구에는 울창한 대나무숲이 길손을 반기는듯 했다.

묘관음사  입구  산문 역활을 하는  
철길 위로 몇번씩 열차가 지나갔지만
사진 찍는 것은 일부러 피했다.

산문 안에서 걸어나오며 바라본
임랑해수욕장의 겨울바다가  멋진 풍경이 되어주었다.

몇 년 전 까지는 이곳 앞으로 분위기 있게
동해남부선 열차가 지나갔고
열차가 지나갈 때마다 건널목 차단기도 내려졌었는데
어느새 변화되는 무심한 세월은
그런 분위기도 모두 물거품 처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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