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음력 11월 초하룻날에

nami2 2023. 12. 13. 22:18

세월이 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는 뜻의
세월유수(歲月流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음력 10월 초하루라고 다녀왔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하는 것도 없이 바쁘기만 했던 시간들이었는지
뒤돌아 보면 아쉽기만 하는데, 또다시 한달...
어느새 음력 11월이 되었고, 초하루라서 또다시 통도사에 다녀왔다.

도심 주변에는 아직도 붉은 단풍이 예쁜 모습으로 눈에 띄건만
산속 깊은 곳의 절집에는 늦가을의 그림자 조차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겨울 풍경이라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어쩜 저리도 삭막할까?
눈에 보여지는 풍경들은  우중충한  회색빛 나무들뿐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겨울 나무에서도

그나름의 매력을 느껴 보는 것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해마다 이맘때 부터 봄이 올 때 까지
통도사 일주문 옆의 겨울나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모습들이 결코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이유는...
고풍스런 전각들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푸르름이 전혀 없는 회색빛 절집 경내에서
유난히 예뻐 보이는 것은
약사전 앞의 작은 연못을 누비고 다니는 예쁜 녀석들이다.

꽃이 없는 계절에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연못을 바라보면

그냥 마음속의 시름도 잠시 여유를 갖는 것 같았다.

 

통도사 담장 너머로 보여지는 숲은
너무 쓸쓸해 보였지만
어찌보면 그나름의 멋스러움도 있었다.

졸졸 개울물 흐르는 소리도
낙엽 쌓인 숲과
너무 잘 어우러지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거의 말랑 말랑 곶감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고 싶었지만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라서 그림의 떡이었다.

지난달 보다 한층 더 멋스러워진
요사채의 감나무는
한폭의 그림 처럼 흩으러짐도 없었다.

스님들이 계시는 요사채였기에 새들도 조심스러웠나보다.

 

세월의 무게가 가득 담긴 박물관 앞의 고목들...
지난 여름에 속을 드러내는 보수 작업을 끝내고
이렇게 경이로운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가 볼수록 아름다웠다.

그래도 개울가 한켠에서
노랗게 핀 산국을 만났다.
들국화 향기가 짙었다.

2월 말 쯤에 꽃이 피는 삼지닥 나무에
노랗게 꽃봉오리가  맺혔다.
날씨가 따뜻하니까
봄이온듯 착각을 하면서 피고 있는데

산속의 추운 겨울을 어찌 감당할런지?

 

오늘 음력 11월 초하루에는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엄청나게 많은 불자들이 통도사 산문을 들어섰다.
나무 밑의 벤취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도 괜찮았다.

숲에서 바라보이는 통도사 전경

숲그늘 나무 밑 벤취에는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하고 있었다.
음력 11월 초하루였다면, 양력으로는 12월13일인데
초겨울 치고는 너무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모두들 소풍 나온 사람들 처럼 보여졌다.

 

낙엽 조차 흔적이 없는 겨울나무 밑의 초겨울이었으나

비가 내린 후 추워진다는 예보는 헛말인듯

입고 갔던 겨울옷이 땀에 젖을 정도로 날씨는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