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2024년 1월, 통도사 풍경

nami2 2024. 1. 11. 22:48

울산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여, 하얀 눈 구경을 혹시나 기대 하면서
음력 12월 초하룻날에 양산 통도사를 가려고 집을 나섰다.
통도사가 위치하고 있는 양산과 울산은 거의 같은 지역이라고 할 만큼
근접해 있었기에 진짜 눈 구경에 기대를 많이 해봤다.

그런데 초하루는 오늘이었고  
눈이 내린 날은 그저께 밤 부터 새벽까지 였으니까
낮기온이 영상 7~8도의 날씨가 그대로 놔둘리가 없을 것이라 하면서도
기대를 해봤던 자신이 우습기만 했다.

당연히 눈이 내렸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언뜻

차창 밖으로 스치듯, 응달진 곳의 쌓인 눈은 잠시잠깐 봤었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여지는 창밖은 봄날 처럼 화창했고
눈 눈 눈...그냥 어이없는 미소가 오히려 나를 더욱 멋적게 했다.
그래도 통도사가 위치하고 있는 영축산 자락의 희끗 희끗한 잔설을 봤기에

그것도 눈이라고
어디가서 흰눈을 봤다고 자랑을 할 것인가 또다시  어이없게 웃어봤다.

새해가 시작된지 벌써 열하루
오늘은 음력 12월 초하루인데, 날씨는 많이 추웠으나 숲길은 걸어갈만 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통도사 소나무 숲길을 30분 걸어가는데
소나무의 솔향이 어찌나 상쾌하게 했던지
걷는 내내 춥다기 보다는 즐겁기만 했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지만  
겨울이라서  많이 삭막했으나
숲길 주변에서 보여지는 빨간 열매는
꽃이 핀 것 처럼 예뻐보였다.

 

여름이나 가을에 지날때는
열매가 있는 덩굴에 관심도 없었는데
겨울이 되고보니

메마른 숲속에는 온통 빨간 열매들뿐이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만들어낸 덩굴은 청미래덩굴 열매였다.
청미래덩굴은

그리스 신화속의 님프 스밀락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명감나무, 망개나무, 맹감나무, 토복령  등으로  불린다고 했다.

소나무 숲길을 걷는데
빨간 보석 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너무 예뻐서 자꾸만 발걸음이 멈춰졌다.

한글명 청미래덩굴은
덜익은 푸른(靑)열매의 덩굴이라는 의미로
한자와 우리말이 섞여있는 이름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예쁘게 생긴 빨간 열매는 진짜 맛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들도 먹지 않기에
여지껏 숲속에서 그대로 보존 되는 것 같았다.
지난해 청미래덩굴 빨간 열매의 유혹에
한번 먹어봤더니, 웃음이  나올 만큼
시큼털털하며 떫은 맛에 쓴 맛 까지 있었음을 전해본다.

아침 시간의 날씨는 많이 추웠지만
초하루여서 그런지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뜸했으나
한낮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통도사 천왕문 옆
작은 문에서 바라본  일주문 앞 풍경

일주문에서 천왕문 까지의 연등은
새해를 염원하는메세지가 담겨서 
더욱 화사한 풍경인듯 보여졌다.

 

통도사에  가면 이곳 풍경이 멋져서
습관 처럼  늘 사진을 찍게 된다.

일주문 풍경에 빠져들게  된 것이
벌써  20여년째이니까  
완전 중독상태가 된 것 같다.

새해 소원을 적은 소원지가
올해도  예쁘게 장식 되었다.

300년된 자장매(홍매화)가
혹시 피지 않았을까 기웃거려봤더니
꽃봉오리가 제법  붉은 빛을 띄웠다.
아마도 1월 25일 쯤이면 활짝 필 것 같았다.

통도사 영각 앞의 300년된 자장매(홍매화)는
올해도 2월이 오기 전에 만개하지 않을까
미리 점검을 해봤다.

설명절에는 진짜 화사한 홍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울가의 오래된 나무들이 있어서인지
겨울이 되었지만, 쓸쓸한 모습 속에서도
그나름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었다.

통도사의 반가운 풍경을 발견했다.
그동안 설법전 뒷쪽의

개울가에서 암자 가는 길이 막혀 있었는데
절반 정도는 해제가 되어 있었다.

통도사 산내암자 안양암으로  
갈 수 있었음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안양암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통도사 전각들...

스님들의 참선 수행하는 곳이라서
저곳은 아직도 출입금지였지만
안양암으로 가는 길이 해제되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산책하듯 안양암 까지 올라갔다가
개울을 따라 걷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통도사 명부전에서 1시간 30분 남짓
떠나신님들을 위한 극락왕생 기도를 드렸더니
감기몸살이 찾아온 것 같았다.
마룻바닥은 얼음장 처럼 차거웠고
발은 시려웠고
나중에는 허리 까지 뻐근...

 

그래도 무겁기만 했던 것들이 새털 처럼 가벼워졌고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된 것 아닌가
추운 겨울이지만
부처님께 잘 다녀왔음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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