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더위에 밭 만들기의 고행

nami2 2023. 8. 23. 22:44

열흘 남짓....태풍 영향으로 인해서

선선한 가을날씨 였었음이 꿈만 같았던 날들...
잠시 태풍소식이 뜸해진 요즘은 연일 낮최고 기온은 33도였고
이른아침 6시의 기온 역시 29도였다.

텃밭농사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계절에 맞춰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건만
무더위 보다는 더욱 강하게 강조하고 싶은 폭염의 불볕더위는
흠뻑 내린 찬이슬과는 상관없이
이른 새벽 부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참으로고통스럽게 했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에 밭에 나가서 일을 하지만
오전 6시가 지나면서 산등성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아침해는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게 했다.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는 물을 자주 마시게 되고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며, 더위 때문에 힘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럴때 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참으로 고마울 것이나
야속한 아침 햇살은 바람도 불지말라고 훼방을 놓는 것 같았다.

어제 쪽파를 심는다고 이런 저런 일로 무리를 했었기에
오늘(8월23일)은 하루 정도 푹 쉬려고  생각했었다.

 

오전 5시30분 알람소리에 눈이 떠지면서 늘 그랬듯이
자동적으로 일기예보를 봤더니 생각외로 일기예보가 황당했다.
오늘(수요일) 하루만 햇볕 쨍쨍이고는 계속 비소식이었다.
더 황당했던 것은  목요일과 금요일은 비소식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맑음이며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8월29일)은 또 비소식이었다.
늦어도 8월25일 쯤에는 가을무우와 당근 씨를 뿌려야 하는데...
맑음이라고 하는 주말 이틀(토요일과 일요일)은
알바 때문에 텃밭 일을 할수 없다는 것이 꼭 누군가의 장난질 같았다.

오늘 하루 정도는 쉬면서 몸을 추스리려고 했는데
그런 상황들이 사람을 황당하게 해서 어쩔수없이 밭으로 나갔다.

몸은 말을 안듣고, 마음은 바쁘고, 기온은 폭염이고...
오늘 텃밭에서 해야 할 일은 내가 가장 힘들다고 하는 삽질이었다.
밑거름을 넣고 밭을 뒤집어 놓은 후  며칠 있다가 씨를 뿌리는 작업인데...
그 삽질이라는 것이 폭염의 날씨에는 진짜 견딜 수 없는고행이었다.

'나 죽었소' 하면서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폭염에 바람 한점 없고,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가지고 갔던 물 한통은 모두 마셨는데
얼려서 가지고 나간 또하나의 얼음 물은 빨리 녹지 않았다.
생명수 처럼 한 모금씩 녹아내리는 물을 겨우 겨우 입속으로 넣으면서
이런 고통...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훗날,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한 후 심어놓은 가을 채소들을 바라보면
흐뭇함으로 바라보겠지만 오늘 당장은 고통뿐이었다.
그래도 나혼자 겪어내는 고행이 아니라 들판에서
가을채소 심을 준비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런대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우리 텃밭의 분꽃은 이른 아침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꽃이다.
오후에 피는 꽃이기에 오늘은 일부러 저녁 6시쯤에 가봤더니
공교롭게도  딱 한송이 꽃이 피어 있었다.
꽃봉오리는  많은데
오늘 만개 한 꽃은  겨우 한송이라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나팔꽃과 채송화는 아침에 꽃이 피고
분꽃은 오후에 꽃이 핀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누가 만들어 놓은 법칙인지는 몰라도
자연의 법칙은 늘 헷갈리기만 하다.

청경채와 쑥갓을 심어야 할 밭이다.
풀을뽑고, 삽질을 하고, 밑거름 한 후
조만간에 씨를 뿌릴 예정이다.

이 많은 밭들...
오늘 아침에 나를 비몽사몽하게 만든 밭이다.
가을 무우, 배추, 당근이 심겨질 밭인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다.
풀을 뽑고  밑거름 한 후, 삽질을 해서 밭을 뒤집고
그리고 흙을 곱게  마무리 하다보니
입고 있던 옷이
땀으로 빨아서 세탁기의 탈수 직전 상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것이 모두 땀이라는 것이 진짜 끔찍했다.
누구를 위한 고행인가
그래도 일을 마치고 나니까 마음은 후련했다.

긴 밭은 배추 20포기 심을 밭이라서
더위 정성이 필요 했다.
왜냐하면 배추는 매우 까다로운 채소였기에....

일을 마치고 호박 넝쿨 속을 들여다봤더니
아주 예쁜 호박이 두개나 보였다
지난 태풍에 휩쓸려서 호박넝쿨 자체를 거의 포기했었는데
뿌리가 살아있었기에 정성을 들였더니
이렇게 예쁜 호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가고 있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은 밭에서 일하는 힘겨움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또다시 밭일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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