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에 피고 있는 초여름꽃

nami2 2023. 6. 9. 22:30

기온이 올라가면서 늦봄이라고 생각했던 텃밭의 농작물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꺼번에 꽃을 피우면서 초여름임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초여름이었기에 일단 꽃을 피우는 쌈채소들은
씨를 만들기 위해 마무리 단계였지만
열매를 맺는 채소들은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게 되니까
시작과 끝을 알리는 채소들을 지켜보는 것도

텃밭이었기에 가능했으므로
고귀한 시작과 아름다운 끝마무리도 엄청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초여름의 날씨가 견딜수 없이 더워지면서 아침 잠을 줄이고

이른 아침에 밭으로 나가는 것이 조금은 억울했으나

이슬이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풍경은 상쾌해서 좋았고
노랗게 꽃이 피고 있는 채소들의 예쁜 모습은
혼자보기 아까울 만큼, 자연의 신비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았다.

오전 9시 이후에  햇볕이 따갑더라도
이마에서 땀방울이 쉼없이 흘러내려도
커가고 있는 열매들과 여러 채소들의 다양하게 피는 꽃들은

그 어떤 꽃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은 농사를 짓는 내내 변함없을 것 같았다.

재미삼아 꽃을 보려고 심어놨던 도라지가
보라빛의 아주 예쁜 꽃이 피었다.
도라지꽃이 핀 것을 보니 확실한 여름이라는 것을 인정해본다.

아주 청초한 모습으로
집주변 들판에서 1등으로 꽃이 핀

우리 텃밭의 도라지꽃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보라빛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오전  6시40분
풋호박 암꽃에 꿀벌이 들어가 있었다.
곧 풋호박이 예쁘게 달리지 않을까를 기대해본다.

아주 작은 오이가 매달린채 오이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헛꽃(숫꽃)이 아니라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오이가 이만큼 커가고 있었다.
올해 첫오이를 따면 어떻게 먹을까, 생각중이다.

먹음직스럽게 커가고 있던 쑥갓이
어느새 꽃을 피우고 있었다.
곧 뽑아내고 다시 쑥갓 씨를 뿌리라는 무언의 암시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치커리꽃이 예뻤다.

치커리는 청치커리와 자색치커리가 있는데 

이 꽃은 청치커리꽃이다.               

                                      자색치커리꽃

텃밭에 심어놓은 한련화는
매일 아침마다 나를 흐뭇하게 해주고 있다.
꽃송이가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침 잠이 덜 깨어서 밭으로 나간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았다.

한련화 씨를 잘뿌렸다는...나혼자만의 칭찬이다.

 

자색양파가 점점 밭에서 뒹굴고 있다.
양파줄기가 더 누렇게 될 때 까지, 양파 캐는 것을 늦추라는...
전문으로  농사 짓는 분의 조언을 실천하고 있다.

감자잎도 누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고
그 옆의 흰 양파도 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다.
밭에서 뙤약볕에 바짝 건조시켜야
집에서 저장할 때,  쉽게 썪지 않는다고 한다.

상추밭속의 홍일점이었던 '당귀'가 꽃을 예쁘게 피우고 있는데
당귀는 수명이 2년생이라서
아마도 꽃을 피우고나 후,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강렬한 한낮의  햇볕이 상추를 억세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추는 '상추전이나 상추김치'를 담그면 맛있다는데....
아직은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다.

텃밭 주변의 어느집 앞에

레몬나무에서  꽃이 예쁘게 피었다.
향기도 좋았고, 꽃도 예뻤는데

나중에 노란 레몬이 달리는 것도 봤으면 좋겠다.

 

레몬나무꽃의 꽃말은 '성실한 사랑'이다.

들판의 어느집에서 감자를 캐고 있었다.
긴 밭고랑에서 감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감자 캐는 것을 구경해봤다.

우리텃밭의 감자는 과연 얼마나 수확이 가능한가
걱정도 되지만, 그냥 먹을 만큼 나와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을까 벌써 부터 마음을 비워본다.

텃밭 한켠에 피고 있는 코스모스꽂이

하루가 다르게 꽂송이가 늘어나고 있었다.
어디서 여름 코스모스 꽃씨가 어떻게 날아왔는지
제법 예쁜 모습으로 이른 아침  풍경을
가을날의 어느날 처럼 착각하게 했다.

 

계절을 모르는 바보 코스모스라 했는데

요즘은 여름 코스모스가 개발 되었다고 하니까

이제는 꽃이 피거나 말거나 그러려니 해본다.
텃밭의 다른 곳에 있는 코스모스들은
아직 한뼘 정도밖에 자라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서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아마도 초가을 쯤에 꽃이 피지않을까, 가늠해본다.

 

코스모스도 여름꽃과 가을꽃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어째튼 우습기만 했다.

누런 가을들판에 메뚜기가 날아다니고

추석 무렵의 고향가는 들길에는 코스모스가 무리지어서 피었건만

여름 코스모스라는 것에 가을날의 아련한 추억도 사그러드는 것 같다.

청초한 이미지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아무튼 여름 코스모스꽃은 견디기 힘든  더위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무림으로 더욱 더 견고 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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