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텃밭으로 가는 들길에서

nami2 2023. 3. 27. 22:29

지천으로 피고있는 꽃들의 세상을 시샘하듯...
꽃샘추위는 며칠동안 계속 되고 있었지만, 피어나는 봄꽃들은

그런 추위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지난 주에는

바쁜 일이 있어서 일주일 내내, 텃밭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었다.
더구나 벚꽃이 화사하게 피고 있어서인지 마음 까지 간사해져서
벚꽃에만 관심을 갖고보니, 텃밭 주변의 꽃들은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텃밭으로 가기위해서 들길을 걸어가는데
정말 눈을 의심할 만큼 들길은 완전한 꽃세상이 되어 있었다.

아파트에서 텃밭 까지의 거리는10분 남짓이었다.
10분 동안 들길을 걸어가면서 느껴지는 세상은
한마디로 무아의 경지였고 ,환상의 별천지였었다.

복숭아꽃이 활짝 핀 들길을 걸어가면서

일주일만에 이럴수 있을까 할 만큼 너무 예뻐서

그자리에 서서 한동안 넋이 빠져나간듯 했다.

무릉도원이 이런 것일까 생각도 해봤다.

 

봄꽃들은 모두 예뻤지만
특히 과수나무꽃들이 으뜸인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복숭아꽃이 가장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순간적인 선택이었나  픽 웃어봤다.
간사함이 언제 변하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 현재는 복숭아꽃이 가장 예뻤음을 고백해본다.

복숭아꽃(복사꽃)의 꽃말은 '사랑의 노예, 희망'이라고 한다.

 

꽃이 예뻐서인지는 몰라도

이 나무에서 매달린, 잘익은 복숭아도 엄청 맛있었다는 것이다.

길가의 나무라서 먼저 따먹는 사람이 임자...

그래서 지난해 여름에 5개 정도 따먹었음을 고백해본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노랫말 처럼 들길은 진짜 꽃대궐이 된 것 같았다.

복숭아꽃과 개복숭아꽃의 차이는 없었다.
그냥 복사꽃이니까 예쁘기만 했다.

들길의 땅주인들은 농사 짓기 힘드니까
지목 변경을 '밭'이 아니라  '과수원'으로 해놓다보니

해가 바뀔수록 농작물 보다는 과수나무가 많아졌다.

열매가 달리든지 말던지 신경도 쓰지 않은채...

그러다보니
들판은 점점  멍때릴 만큼 봄날의 풍경이 예뻐져가고 있었고

열매는 새들의 몫, 남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들판 가득 복사꽃 ,홍도화꽃으로 연신 감탄사가 나올뿐인데

실제로 홍도화꽃은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

그냥 꽃을 보기위한

눈가리고 아웅하는 꽃나무가 과수나무로 탈바꿈 되었다.

 

텃밭 주변에는 미쳐 뜯어먹지 못한 유채꽃이 절정이었다.
유채꽃을 보기위해

일부러 먼곳 까지 콧바람 쐬러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봤다.

갑자기 유채꽃이 확~피었다는 것이 놀래기만 하면서  

혼자보기에는 너무 아깝기만 했다.

 

90세 어르신이 혼자 감당도 못하면서 유채(겨울초)를 많이 심어놨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꽃잔치....?

우리 텃밭 옆이라서 꽃 향기가 제법 멋졌다.

 

우리 텃밭 한켠에 뜰보리수 꽃이 활짝 피었다.

6월이면 이른 아침부터, 빨간 뜰보리수 따먹으며 요기를 했는데

벌써 뜰보리수 꽃이 하얗게 피고 있었다.

 

모든 꽃들이 일주일만에  모두 피었다는 것이 실감이 안될뿐이다.
봄날은 일장춘몽 처럼 금방 허무해질 것 같았다.

텃밭에서 아주 귀하게 공을 들여서 키웠던 딱 1포기의

하얀 민들레가 꽂을  피웠다.

 

텃밭의 노란 민들레는 너무 번식을 잘해서

텃밭 곳곳에서 골치덩이라서 자꾸 뽑아버리는데
하얀 민들레는 번식도 잘 하지 않는 것이기에 더 귀한 꽃이 되었다.

텃밭의 노란 민들레는 골치덩이였다.
뽑아내도 또 뽑아내도 왜그렇게 번식을 잘 하는 것인지?

그래도 요즘에 노란 민들레 잎을 뜯어다가 겉절이를 해먹게 된다.

이른 봄에는 보약이라고 하니까 자꾸 먹게 된다.

 

우리 텃밭의 봄동꽃도 은은한 향기와 함께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텃밭 옆의 동백꽃이 이제서 절정이 되었다.

어느새 하얀 배꽃이 활짝 피었다.

순백의 하얀 배꽃도
봄날에는 눈이 내린 것 처럼 과수원 길을
하얗게 장식하는 모습도 감탄스러웠다.

배꽃의 꽃말은 '온화한 애정'이라고 한다.

살구꽃, 복사꽃, 배꽃...
이제 꽃이 피지 않은 꽃은 사과꽃뿐이다.
벚꽃과 함께 찾아온 꽃들의 세상속은
잠시 잠깐 봄날에 꿈을 꾸고 사라져 가서

허무함을 느끼게 할 '일장춘몽'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벚꽃은 완전하게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는 벚꽃속에 파묻힌듯..
앞을봐도 ,뒤를 봐도, 옆을 봐도 꽃세상이 되었다.

 

며칠동안 우중충한 흐린 날씨탓에
밋밋한 색깔의 벚꽃이 돋보이지 않았는데
날씨는 추웠으나  바람 한점 없이 화창한 오늘은
참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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