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1월, 추운 겨울날의 텃밭에는

nami2 2023. 1. 4. 22:19

영하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춥다는 느낌이 계속되는 겨울날이다.
다른 지방은 어떠할지 모르지만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한겨울에도 가끔씩 텃밭에서 야채를 뜯어 먹을 수 있었건만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삼한사온도 옛말이고,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이 따뜻하다는 것도

어불성설이 된 요즘, 날씨는 너무 추웠다.

12월 중순 부터는 상추도 뜯어먹지 못했고, 시금치도 겨우 뜯을 수 있었다.
그렇듯, 춥기만 날씨인데  왜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인가?

불만 아닌 불만으로 못마땅해 하면서
텃밭으로 나가봤더니, 텃밭은 완전하게 한겨울을 맞이한듯 썰렁하기만 했다.

김장때, 배추를 뽑고 남겨두었던 것인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아주 예쁜 모습이 되었다.
배추의 강인함은 진짜 신통방통이었다
맛있는 쌈배추가 되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 아까워서 뜯어먹을 수가 없었다.

추위를 잘이겨내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해서 그냥 놔뒀는데

고라니 녀석이 그냥 놔둘 것인지 그것은 미지수이다.

 

10월 중순쯤  심어놓은 '봄동'배추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얼어죽지 않고 견디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미안했다.

햇빛이 많이 내리쬐는 쪽은 예쁘게 녹아 있었고

그늘이 되는 곳은 아직도 얼어있는듯 보여졌다. 

시금치는 겨울에 몇번 있는 기제사에 쓰려고 심어놨었다.
꽁꽁 얼어 있었지만 월동채소였기에
한낮의 햇볕에 의해 살풋 녹았을때  뜯어서 나물을  했더니

달착지근함이 꽤나 맛있었다
그런데 뿌리쪽이 얼어 있어서 칼로 도려내야 했다.

청경채는 완전하게 얼었지만, 한낮의 햇볕에 얼음이 녹으면서

파란 모습은 흩으러 지지 않았다.

이대로 겨울을 난다면, 이른봄에는

튼실하게 자란 청경채를 먹지 않을까,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11월 중순쯤에  씨를 뿌렸던 어린상추는 여전히 용감했다.
어리기 때문에 추위를 모르는 것인지

진짜 아이러니 할 만큼

상추의 성장은 멈췄으나 얼어죽지는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케일은 비닐속에서 진짜 멀쩡했다.
부랴부랴 어설픈 하우스를 만들어줬는데
그것도 보온 효과가 있는듯 했다.

대파 역시 얼었다 녹았다 반복 했지만
뿌리가 튼실하다보니 겨울을 잘 이겨내는 것 같았다.

겨울 움파라는 말이 있다.

노지에서 키울 수가 없어서 움집을 짓고 키우는 대파
그런데 이곳은 한겨울에도

텃밭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대파였기에
달착지근한 맛이 먹을만 했다.

사골국물 우려내서 떡국 끓여 먹을때, 가장 먹기좋을 만큼 맛이 있었다.

 

겨울 대파는 뿌리의 효능이 엄청 좋다고 한다.

그것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보약이 되어간다고 했다.

대파의 흰줄기에는 사과보다 훨씬 많은 비타민C가 함유 되어 있고
대파 뿌리에는 폴리페놀, 알리신,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감기예방, 감기 기운이 있을때

대파뿌리와 생강, 대추, 배를 넣고 끓여서 마시면 좋기 때문에

겨울에는 대파뿌리를 귀하게 대접한다.

왜냐하면 나는 감기대장이니까...

 

이녀석이  겨울에는 우리텃밭의 지킴이가 되었다.
여름에는 지긋지긋하게 얄미운 짓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쫒아보내는데
겨울에는 쓸쓸한 텃밭 지킴이가 되어주니 예쁘기만 했다.

 

통통하게 잘 여문 옥수수만 골라서  쪼아먹고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를 못쓰게 만들며

잘 여문 완두콩을 꼬투리에서 빼먹는 그런 못된짓만 했는데

겨울에는 그런 것들을 잊게 하는...그냥 예쁜 녀석이 된다는 것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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